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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허클베리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요호호 2014. 8. 27. 01:22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저자
마크 트웨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어린이들의 친구였으며 그 어린이들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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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동기가 무엇인지 알려고 드는 자는 처형될 것이며, 도덕적 교훈은 무엇인지 찾으려는 자는 추방될 것이며, 작품의 플롯은 있는지 찾으려 하는 자는 총살당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수부장 G.G.

18. 하지만 나는 이게 바로 일부사람들이 하는 상투적인 태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은 아무것도  무작정 이러쿵저러쿵한다. 아줌마 역시, 자기 친인척도 아닌 데다 이젠 죽어서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모세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떠들다가도 정작 내게 소용이 되는 일에 대해선 뭐라고 헐뜯고 난리였다.

102. 잘못해서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지기만 해도 심장이 두 쪽으로 쪼개질 만큼 놀라, 마치 내 심장이 반만, 그것도 작은 것 반쪽만 남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223. “얼쑤! 슬픔의 왕국이 등장하신다! 다들 고개 깔고 흩어져라. 자, 힘이 솟구친다, 나를 꽉 붙잡아 다오! 야호! 나는 죄의 자식이니 날 건드리지 마라! 여기 뿌연 유리를 줄 테니 다들 맨눈으로 날 쳐다볼 생각은 아예 접어라! 나는 경도 자외선과 위도 평행선을 후릿그물로 삼아 대서양의 고래를 낚는 사람이다! 번갯불로 머릴 긁고 천둥소리와 함께 잠을 자는 사람이다! 추워지면 멕시코 만을 데워 목욕하고 더울 때는 춘추분의 폭풍으로 나를 식히느니라! 목이 타면 하늘의 구름을 스펀지처럼 빨아 마시고, 내가 배고파 헤매는 곳에는 기근이 뒤따르게 된다! 얼쑤! 다들 고개 깔고 흩어져라! 내가 손으로 태양을 가리면 이 땅에는 어둠이 오고, 내가 달의 한 귀퉁이를 먹어 치우면 계절이 바뀐다. 내가 몸을 털면 산들이 무너져 내리느니라! 눈에 가죽을 대고 날 바라보아라. 절대 맨눈으로 보면 안 된다! 내 심장은 돌심장이요, 내장은 쇠보일러이다! 한가할 때는 여기저기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것으로 소일하지만, 나라를 통째로 파괴하는 게 내 주 임무니라! 끝없이 넓은 미대륙 사막지역이 내 영토고 그곳에다 내가 죽인자들을 매장시키노라!”

291. 모두들 대령과 같이 있는 것을 즐거워했다. 마치 햇살이 같이하는 것처럼 날씨가 환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269. 모두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채, 차양 기둥마다 한 명씩 기대 앉아 있었다. 담배 한 대 빌리거나 가려운 곳을 긁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손을 빼는 일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들이 바로 너희 같은 폭도들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용맹성 때문에 나가 싸우는 게 아니라 군중심리에 기대 용감해지는 것이고 장교들에 기대어 용감해진 것뿐이다.

통째 다 썩은 달걀 냄새와 썩은 양배추 냄새 같은 것들이 진동했다. 만약 죽은 고양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장담컨대 아마 예순 네 마리 정도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400. 사흘째 되는 밤에도 객성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 온 관객이 아니라 모두들 첫 날과 둘째 날 밤에 왔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입구에서 공작 옆에 서 있다가 사람들의 주머니가 한결같이 불쑥 튀어나와 있고 외투 안에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만 보아도 향수 같은 것은 아니었다.

456. 그녀는 내게 용서를 빌었고, 너무 예쁘게 용서를 빌어서 그냥 듣기에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수만 번 거짓말을 해서 또다시 그녀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

484. 나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궁지에 몰렸을 때 별안간 사실을 털어놓는 사람은 필히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법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경험이 없기에 확신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을 밝히는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더 낫고 실제로 더 안전하리라고 보았다.
(…)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치 화약통 위에 앉아 불을 댕기고는 내가 어디로 날아갈지 기다려 보는 느낌이 들긴 했다.

519. 왕이 재빨리 자신을 추스르지 않았다면, 마치 강물에 기반이 깎여 나간 가파른 강둑처럼 한순간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너무 급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이런 경우를 맞게 되면 대부분 무너지게 되는 그런 식의 질문이었다. 

524.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묘지로 모여들었고 마치 밀물처럼 밀려갔다. 피터의 무덤에 도착해서 보니 가져온 삽만 해도 무덤을 파는 데 필요한 삽보다 백배가량이나 많았다. 하지만 랜턴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26. 길 위에는 나 혼자뿐이었고 암흑과 더불어 이따금 번쩍대는 번갯불, 내려치는 세찬 비, 그리고 휘몰아치는 바람과 벼락 떨어지는 소리 말고는 길 위에 나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563. 펠프스 씨 댁에 도착해 보니 마치 일요일처럼 조용했고, 뜨거운 날씨에 햇볕만 내리쬐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일터로 나가고, 벌레와 파리들 날아다니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모두 죽고 없는 것처럼 사방이 적적했고 바람 소리에 나뭇잎이 흔들리기라도 하면 마치 오래전에 죽은 영혼들이 속삭이는 것처럼 아주 구슬픈 소리만 들렸다. 이럴 때면 꼭 옛날에 죽은 영혼들이 우리를 두고 서로 수군대고 있는 것 같았다. 대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우리도 모든 것 다 정리하고 함께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573. 나는 이제 진실을 두고 다시 모험을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혼자 속삭였다.

669. “짐, 어리석게 굴지마. 죄수들은 뭔가 일종의 말 못하는 애완동물 하나는 있어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아직 우마도 방울뱀 가지고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살기 위해 생각해 낼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들보다 맨 처음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한 명예를 얻게 되는 거잖아.”

674. “샘물이 아니고 자기가 흘린 눈물로 물을 주는 거야. 그게 보통 하는 방식이야.”
“헌디, 도련님, 전 남들이 눈물로 키우는 동안 샘물로 두 배나 빨리 키울 수 잇는디유.”
“그게 아니라니까. 눈물로 키워야 하는 거라니까.”
“도련님, 그러다가 제가 죽이고 말 거예유. 전 눈물이 워낙 없다니께유.”
 그 말에 톰이 움찔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양파를 갖고 최대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톰은 자기가 아침에 검둥이 숙소로 가서 짐의 커피 주전자에 양파 한 개를 집어 넣겠다고 약속했다. 짐은 차라리 커피 안에 담배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양파 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펜을 갈아 만들고, 글귀를 새기고, 일기 쓰는 것뿐 아니라, 현삼화 키워야지, 쥐새끼에게 구금 불어 줘야지, 뱀이나 거미 등을 길들여야지, 등등 자기가 아직 했던 어떤 일보다도 죄수가 되는 일이 더 무겁고 힘들고 걱정할 게 많다고 짐이 투덜댔다.

676. 아줌마는 침대 머리 위로 올라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쥐들도 아줌마를 심심치 않게 하려고 하는지 마구 날뛰고 있었다.

678.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다음 얼마 동안 집 안 전체가 뱀들로 득실댔다. 종종 서까래나 집 안 이곳저곳에서 뱀들이 뚝뚝 떨어져, 밥그릇이나 목 뒤 등 대개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곳에 떨어졌다. 이놈들은 실은 멋지고 줄무늬도 예쁜 데다가 수만 마리가 있어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놈들인데 샐리 아줌마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679. 뱀 문제로 아저씨를 하도 귀찮게 하는 바람에 아저씨는 하느님이 뱀만은 창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을 정도이다. 한 일주일 정도가 지나 뱀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아줌마는 아직도 뱀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줌마가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잇을 때, 장난 삼아 아줌마의 목 뒤를 깃털로 살짝 스치기만 해도 기겁하고 펄쩍 뛰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톰은 여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하느님이 그렇게 창조했다고 내게 설명했다.

1182. 몰래 내다보니, 잠시후 폴리 아줌마는 팔을 풀고서 안경 너머로 톰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마치 톰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처럼 보였다.

1224. 다양한 사건들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전혀 개입되지 않고 모든 것을 열서너 살 된 소년의 입장으로 서술할 뿐 아니라, 실제 쓰이는 언어로 서술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글쓰기의 시범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