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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 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요호호
2014. 9. 4. 00:43
(…) 나에게 주어진 나날들을 보석같이 여긴다면 누가 감히 단 하루라도 소홀히 취급할 수 있을까?"
ㅡ 프랭크 맥코트(퓰리처상 수상 작가)
32. 당신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이것이다. 편집을 하게 되면 일단 글쓰기를 멈추게 되고 자아비판을 하게 된다. 호흡이 끊기는 것은 글쓰기의 효과를 줄이는 일이니 반드시 피하라. 교정을 하는 대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실수하도록 내버려두어라.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것이 당신 자신과 맺는 묵계가 되게 하라.
38. 오늘 가장 나를 놀라게 한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나를 가장 감동시킨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40. 타인의 비판과 인정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전혀 필요 없다. 당신의 글을 읽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한다면 결코 정직해질 수 없고, 타인을 기쁘게 해주려고 쓴다면 자기 자신에게 주목해야 할 지점에서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다.
45. 타성은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 그만큼 글쓰기에는 에너지, 용기, 인내, 실천이 필요하다. 타성의 문을 열고, 장벽을 무너뜨리고, 나만의 공간 속에 들어가 이제껏 한번도 시도해본적이 없는 아스라한 기억의 영토를 되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57. 가장 효과가 큰 글쓰기 방법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대화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았든 죽었든 상관없다. 그와 대화하듯 글을 쓰다보면 그가 안전하고 편안한 길로 안내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결코 부치지 않을 편지지만 한참 쓰노라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던 단어들이 술술 흘러 나올 것이다. 부치지 않을 편지이기에, 더구나 당신 말고는 누구도 보지 않을 편지이기에 표현도 자유롭고 비밀도 없다.
68. 싫든 좋든 당신은 지금 살아남은 사람이다.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의 삶은 분명히 변한다. 언젠가는 종착역에 이르러야 하고, 작별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당신이 평생 당연한 것으로 믿어왔던 질서는 송두리째 붕괴되고, 이제 엄청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만지든 모든 것에서 상실의 낌새를 알아차리게 된다. 예전의 당신이 아닌 존재가 되어 위축되고 또 위축된다. 그러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되찾을 공간으로 결사적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진창과도 같은 현실에서 도망쳐 몸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건강했던 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거친 황야의 한복판에서 홀로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에 잠기다보면,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가장 관심이 가는 일이 사실은 내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중에 어떤 일은 오늘의 나를 만든 요인이 되기도 하고, 너무 아쉬워 가슴을 치게 하는 일도 있다.
내용이 무엇이든 당신의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삶 자체이며, 표현할 필요가 있는 귀중한 글감이다. 일기장에 적어두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문제는 오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몇 개월 후에는 대단히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 그러니 당신의 소소한 감정까지 포함하여 뭐든지 일단 기록하라. 일상적인 약속을 간략하게 메모하는 것처럼 건성으로 적지 말고 감정을 동반해서 낱낱이 써라.
(…) 글쓰기에 관한 한, 오늘부터 새로운 관성의 법칙을 만들어 미지의 세계로 나가라. 그곳에 누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희망을 가지고 미래로 가는 것이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124. 글쓰기는 맘껏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한다.
(당신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30대 초반의 여성인 헬로이즈는 일기 쓰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성격’을 더 많이 개발하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삶과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쓰기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깊이 매몰되면 자신의 관점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일을 글로 쓰게 되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차원의 관점이 생기게 된다.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노령의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권태를 피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127. 당신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늘 가득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처럼 당신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 글쓰기는 당신의 가장 깊숙한 소망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그것을 그저 생각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결국 글쓰기는 당신 안에 존재하는 가장 귀중한 영역을 여는 영혼의 열쇠 같은 것이다. 당신의 소망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의 첫 단계는 간단하다. 손에 펜을 쥐면 된다.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리고 삶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당신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의 기대에 관해 일기를 써라.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당신의 기대에 관한 모든 내용을 써보라. 일 년 동안 매일 그런 식으로 기록해보라.
130.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미꽃 향기를 맡아보라)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시간이 가져다주는 강박감이 우리의 발꿈치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가 어느새 하루가 지나갔는지 의식도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곤 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얼마나 속절없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아왔는가?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과 같다. 하고자 했던 일을 절반도 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달아난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미꽃 향기를 맡아보라!
그 자리에 멈춰서 바람 소리를 듣거나 들꽃 향기를 맡아보라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배려만 생각하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배려할 리 없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리 없다.
당신이 하는 것, 당신이 가진 것, 당신이 느낀 것,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앟으면서 남들이 당신을 과소평가한다며 모욕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자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자기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려면, 자신이 성취해온 일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의 삶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런 말은 당신의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써보라. 현재의 삶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쓰는 것이다.
154. 그때의 느낌을 글로 남겨라. 여행에 관해 20개 이상의 목록을 작성해보고 그것을 시기별로, 그리고 테마별로 분리해보라.
여행했던 시기, 행선지, 그 여행을 통해 기억되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고 여기에 여행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로 살을 붙여보라. 낯선 세상과 처음 만났던 경험을 쓰다보면, 마음속에 의외로 생생하게 새겨진 어떤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60. (여행기)비록 괴테만큼은 아닐지라도 당신도 이탈리아 같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어떻게 쓰면 좋을까? 나날의 감상을 일기체로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방법을 권유하자면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의 기분으로 기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탐정의 목표는 범인을 찾아내고 범행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기 위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거나 미심쩍은 사람의 뒤를 추적하게 된다. 여행도 이런 식으로 여행지에 관한 다양한 의문을 만들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글을 진행한다면 한층 멋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여행지에 관한 철저한 사전 조사 작업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이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하고 나서 추적에 임하듯이 여행지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한결 흥미진진한 탐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괴테가 그러했듯이 진부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삶을 신선하게 해주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기 위해 여행한다. 미지의 세상과의 대면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고, 그럼으로써 더 나은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 여행 일기를 통해 당신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자아와 만나게 될 것이다.
227. 글쓰기는 나에게 축복이었다. 내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를 더 넓은 곳에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높은 언덕으로 나를 데려다준 글쓰기 여정에 감사한다.
231. 당신이 해보지 않았던 것에서는 어떤 기쁨도 얻어내지 못하리. 시 <조로한 어느 예술가의 초상> 오그던 내시
244. 세상을 그 자체로 보지 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보라. <탈무드>
283. 그때의 느낌을 글로 남겨라. 여행에 관해 20개 이상의 목록을 작성해보고 그것을 시기별로, 그리고 테마별로 정리해보라. 여행했던 시기, 행선지, 그 여행을 통해 기억되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고 여기에 여행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로 살을 붙여보라.
288. 완벽주의는 창조성은 물론이고 치유 과정에도 절대 금기사항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없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재미를 느껴라.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도전하라. 당신이 작성한 목록에 있는 장애물들은 현실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