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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여행의 방향을 바꿔준 책
요호호
2014. 10. 19. 15:32
89. 그가 이해하는 '협동조합의 정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연대 정신입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켜가며, 사람들 간의 교류를 통해 민주적으로 책임과 위험을 함께 나누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협동조합을 '사회적 운동'으로 생각하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진 기업'이라고 여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말이다.
108. 그녀는 "다른 은행과 달리 일하는 문화가 자유롭습니다. 기업 문화가 다르지요. 다른 은행은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일하지만, 우리는 고객의 가치를 위해 일합니다. 그 가치가 내 급여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119. "협동조합이 없다면 결국 농민이 희생당합니다. 사기업과 거래하면 납품 가격의 등락이 심하니까요. 또 유통업자가 중간에서 이득을 차지해서 농민도, 소비자도 농락당합니다. 협동조합 알라푸즈는 '농민이 만든, 농민을 위한 기관'이니까 가격 안정과 농가 수입 증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22. 모든 축사가 피스케르 씨의 농장처럼 기계화되고 자동화되진 않았겠지만, 그들이 소작농에서 대농으로 성장하고 체계화된 축사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까지는 농민의 이익과 성장을 돕고 축사 운영과 품질의 관리를 철저히 하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23. 유럽 어디에서나 큰 신뢰를 받는 세계 8위의 유가공 협동조합 알라푸즈. 정부의 지원 없이 농민의 자구책으로 만들어진 이 협동조합이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덴마크 농민의 이러한 성취는 어떤 소수에 의해서 단기간에 얻어진 성과가 아니다. 예스 피르케르 씨 같이 협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동의 이득을 위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적극 참여한 8,000여 농가의 성취다.
125. 코펜하겐 도심의 공장 지대인 순홈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재활센터가 있다.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으로 실직하고 거리를 떠돌다가 들어온 노숙자들의 쉼터이자 재활센터인데, 양봉사업인 BYBI는 재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된 사회적 기업이다.
128. "기후변화와 오염 때문에 벌이 도시에서 멸종되고 있잖아요. 벌을 도시로 다시 불러들이려면 더 많은 양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노숙자에게 양봉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숙자, 실업자, 사회부적은자 또는 이민자 등 노동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운 사람들을 양봉가로 길러내서 노동시장에 다시 복귀 시킬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양봉은 학벌도 필요 없고 말을 잘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 둘을 연결하게 된 거예요."
129. 올리베르 막스웰은 사회적 기업 BYBI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꿀을 가공하고 유통/판매하기 위해서 2011년에 협동조합 '코펜하겐 도시 꿀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가 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BYBI에서 생산한 꿀을 좋은 가격에 팔아서 노숙자를 돕기 위해서다. 둘째는 BYBI에서 양성된 양봉가가 독립해서 양봉업을 할 때 판로를 확보해 주기 위해서다.
130. 인터뷰 내내 그의 사명감과 똑 부러진 말솜씨에 감탄하며 BYBI가 지역사회 공동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으니 역시 열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조금 긴 답을 해온다. "이 프로젝트는 세가지 차원에서 유용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첫째는 환경적 의미죠. 환경을 생각해봤을 때 도시에는 더 많은 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둘째는 아주 현실적이고 눈에 보이는 유용한 직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이죠. 난민이나 사회적 약자, 정신이상자, 노숙자 같은 사람들이 양봉을 배워서 의미 있는 직업을 갖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의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데요, 이 사업은 지속 가능한 경제라는 점입니다.
131. 덴마크 청년 막스웰에게 왜 이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
"환경과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지금, 우리 경제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열린 경제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외된 사람들ㅇ르 다시 노동에 복귀시키는 사람도 필요하고, 환경을 가꾸는 사람도 필요하고, 또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기보다는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일이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젊은 청년의 꿈과 열정과 노력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모델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인 노숙자의 삶을 바꾸는 모습. 덴마크 한 청년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기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진정을 바치는 것.
132. 석학들이 말하는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의 속성은 자본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진정한 기능을 노동이 이용하는 도구로 한정하고 그만큼만 대가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 샤를 지드
141. "뉴질랜드 낙농가들은 모두 폰테라의 조합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저희 같은 가족농이예요. 젖소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우유를 생산하는 게 우리의 일이고 의무지요. 그것만 잘하면 돼요. 그러면 매달 제날짜에 정해진 우유 대금이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옵니다. 농민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포테라에서 우유 수집과 판매, 수출까지 모두 책임지거든요.
170. 미그로는 '스위스를 위해, 스위스인을 위해 존재하는 협동조합'으로 자신을 규정한다. 베버 씨의 말로는 설립자인 두트바일러는 스위스인의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객에게 유해한 물건은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매장에서 술과 담배, 성인 잡지를 판매하지 않는다. 미그로는 판매하는 물품이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생산되는지를 중시한다. 제품에 이산화탄소 라벨을 붙여 소비자가 좀 더 기후 보전에 도움이 되는 물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매장 위치를 선정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서 오기 용이한 장소'를 선정 기준으로 두었다. 가능하면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185. 협동조합 은행이 금융 위기를 잘 견디는 이유를 분석했다. 가장 먼저, 투자자가 주인인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 은행은 이익 극대화 압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기적인 이익을 내라는 압박이 덜하기 때문에 ㅏ업 및 대출 정책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은행의 고객이자 출자자인 조합원 다수는 과감한 외부 자본 유치나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협동조합이 지역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조합원과의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는 점도 짚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주식회사의 주주보다 자기 은행이 겪는 위기를 잘 감지할 수 있고, 따라서 위기를 미리 피하거나 한발 앞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203. 상상력과 열정으로 무장한 작은 협동조합 기업이 공동체에 꼭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영국 협동조합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그 산파 노릇을 한 '협동조합 기업 허브'의 존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체비엇 케어, 라이브러리 협동조합, 폭스앤하운즈 같은 혁신적인 신생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업 허브의 도움이 었었다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협동조합 기업 허브는 협동조합 등록부터 협동조합 방식의 자금 조달 방안, 사업 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허브'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5. 협동조합 기업 허브라는 아이디어는 500만 조합원이 소속된 영국의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오퍼러티브 그룹'의 작품이다. 2009년에 출범한 코오퍼러티브 그룹의 협동조합 기업 허브는 2011년까지 521개 협동조합 기업에 설립 및 전환과 관련한 교육/훈련을 제공했으며, 165개의 기존 협동조합에 지속 가능한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세계 협동조합의 해인 2012년에는 '협동조합의 르네상스를 구현하자'는 꿈을 꾼다.
코오퍼러티브 그룹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각 협동조합 기업의 이익금 일부를 갹출해 750만 파운드(약 136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저금리 대출로 신생 협동조합의 설립과 기존 협동조합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기업 허브는 사회적/윤리적 기여, 젊은이들의 활동 고양, 환경보호와 공동체 발전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협동조합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지역공동체의 필요에서 비롯된 사회/문화 경제적 기업 활동을 '협동조합 간의 협동'으로 풀어나가는 좋은 본보기다.
224. 협동조합 기업의 치명적인 약점은 자금 조달이다. 조합원에게 물건을 값싸게 판매하니 당기순이익이 좋게 나올 리가 없다. 협동조합은 농민 조합원의 농산물을 비싸게 사주려 하지, 자기 이익을 많이 남기려 하지 않는다. 통상적인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올 리가 없고, 당기순이익을 따지는 투자자나 은행이 쉽게 자금을 내놓을 리가 없다.
그래서 협동조합 성공 요인의 제1장은 '협동'이다. 조합원이 공동 행동(협동)을 하고, 그 조합원의 협동조합끼리 또 협동하는 것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그런 생태계의 구축 말고는 성공을 약속하는 보증수표가 없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가 협동조합의 '성지'로 추앙받는 것은 사업과 자금을 '호혜'하는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41. 두 사람이 동업하기도 어려운데, 많은 사람이 의견을 모아야 하는 협동 사업을 잘해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협동조합 사업을 하려면 꼭 해야 하는 절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53. 웨딩 사업이 대학생 협동조합? 소비자가 독과점 때문에 손해를 자주 본다고 생각한다고 치자. 그 사업 분야는 협동조합 설립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에 맞서 경제적 약자가 세우는 기업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