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여행에게 묻다 여행이 묻다

프롤로그) 여행기 '여행에게 묻다 여행이 묻다'를 시작하며

요호호 2014. 12. 23. 22:38

유목 체험 사흘째, 집에 가고 싶슴다


올 한 해 토해내듯 여행기를 썼다.
"이것도 여행이라고"라는 이름이었다.
글쓰기는 한약을 짓는 과정과 같았다.
재료를 모으고, 숙성 시키고, 시간을 들여 달이는 과정.
특히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
한약을 짤 때의 느낌이 난다.
허준 형처럼 고상한 느낌이 아니고
짜여지는 한약재의 느낌에 가까웠다.
마지막에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고,
결국엔 한약 찌꺼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었다.
경험의 재경험.
누구에게나 유한한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기분.
더 깊이있게 담겨지는 시간.

로버트 맥기는 글쓰기를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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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는 영감을 주는 일이 다른 이에게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의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떤 것, 가슴속에 맹아로 자리 잡은 확신이나 세계관을 일깨운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모든 경험은 바로 이순간을 위해서 준비되어 온 것이며, 인간은 오직 그만의 방식으로 이 자극에 대답한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글쓰기의 전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해석하고 선택하고 판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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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자체는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남아있을 뿐이지만 예술(글쓰기)은 우리가 아는 것, 느끼는 것들에 질서를 부여해서 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단순히 말해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 자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쥐어준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
.
다시 읽어본 여행기는 어설프고 방정맞다.
애초 느꼈던 생각이 담기지 않았던 글
읽는 이로 하여금 숨가쁘게 하는 글도 있었다.
토해냈던 여행기를 다시 쓰기로 했다.
<이것도 여행이라고>를 통해 결국 모든 것이 여행이었다.
를 말하고 싶었다. 다른 여행을 말하고 싶었다.
다시 쓰는 <여행에게 묻다 여행이 묻다>는 주제를 분명히 하기로 한다.
내게 여행은 질문하고 답을 얻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