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여행기_이것도 여행이라고

여행기 "청춘의 여행" 출간계약을 했습니다.

요호호 2015. 4. 27. 08:00

겨울이지만 몸을 움직여야겠다
싶어 수영장에 다녔다.
초딩시절 수영을 배운 깜냥이 있어
나는 곧장 초급반 조오련이 되었다.

"저 신입, 25m를 쉬지않고 가다니!"
“한 번 호흡에 4번 팔을 젓다니!"
후훗, 이런 수근거림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근거없는 존재감을 느끼며 수영장을 다녔다.
그래 난 짱이야
.
물을 가르며 영제 생각이 났다.
영제는 대단한 놈이었다.
수영 마스터 영제.
영제는 수영을 꾸준히 했다.
인도 여행 당시 영제의 접영을 보았다.
산자락 밑에 있는 수영장에서 였다.
수영장은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을 모아서 사용했다.
폭은 30m쯤.
해발고도 1,700m의 계곡물은
두개골은 그냥 쪼개버릴 듯 차가웠다.
잠깐만 있어도 입이 딱딱 부딪쳤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잠깐 들어가기만 할 뿐 수영은 하지 않았다.
.
"수영의 꽃(접영)을 보여줄게” 영제가 말했다.
다이빙을 한 영제는 잠영을 시작했다.
접영을 보여준다던 영제는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왕복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곤 배영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드디어 접영을 시작했다.
물 만난 물고기라지만
물고기에게도 적정온도는 있을텐데.
'이 차가운 물에서 저런 객기를...'
굳이 다이빙->잠영->자유형->배영->접영의 과정을 거친 영제.
영제가 물밖으로 나왔다. 입술이 퍼랬다.
턱을 덜덜 떠는 영제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접영을 보여줬어도 되는거 아냐?"
“그럼 극적인 멋이 안 살잖아"
“아..."
그날 영제의 극적인 멋은 아무도 보지 않았다.
.
내 수영자세를 보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을 빼는 연습을 하세요."
그제야 힘이 빡 들어가 있는 몸이 느껴졌다.
특히 호흡을 위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손끝에서 발끝까지 뻣뻣해졌다. 
어쩐지 목엔 담이 왔는데 이거 때문이로구나.
흐느적흐느적 팔을 젓고
흐느적흐느적 다리를 젓는 연습을 했다.
.
흐느적흐너적
물을 마셔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70번의 꺼절과
1번의 믿음.
여행기 출간계약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여행기를 다 쓸 때까지 여행을 끝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1년.
드디어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고를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하, 이걸 정말 내가 썼단 말인가...
사춘기 시절 일기를 보는 기분이야.
부끄러운 수준의 글에 얼굴이 빨개진다.
글을 고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노트북을 덮은지 한 달.
그덕인지 지난 주 장염이 왔다.
.
어원에 따르면,
‘힘’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힘든다’고 말하고
‘힘’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힘낸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시간이 갈수록 과하게 힘을 들이는 것
그러다 끊어져버리는 것. 내 오랜 성정이었다.
새해도 지났겠다. 떡국도 먹었겠다.
이제는 더 잔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을 빼고, 책상에 앉아서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힘이 들어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꽃피는 5월, 책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