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호/짓다_삶
땅없는농촌문제(지리산 이음포럼에 제출한 글 재인용)
요호호
2016. 2. 18. 08:00
땅에 뿌리내린 삶을 위하여
최근 노사정 타협이 이슈입니다. 개정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는 노동법 개정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마저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에겐 생선을 사용자에겐 해고권을.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잠시 한숨을 내쉽니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 불린다는걸 아시는지요. 그리고 우린 자살율 1위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열심히 노오력 해서 타파되는 무엇이 아닙니다. 지금의 고비를 넘기면 괜찮아지겠지, 곧 악몽에서 깨어나겠지...
사람들은 여전히 일자리 정책에 집착합니다. 완전고용. 마치 더좋은 일(자리)이 창조된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 자동화, 기계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의 영역을 줄여나갈 것입니다. 고용없는 성장은 기업가(주주)가 물론 욕심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여서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미래가 알면서도 젊은이들을 취업전선으로 내모는건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 아닐까요.
“뭐하고 살려고?"
1년 전 귀촌을 결정하고 도시생활을 정리하던 중 입니다. 평소 운동을 다니던 체육관에 이를 말했습니다. “관장님, 저 다음주에 시골에 내려가요.” "아, 그러니...그럼 어쩔수없지” 하지만 관장님은 '하, 내가 복싱장 그만두는 놈들 별의별 변명은 다들어봤는데 이런 거짓말은 처음이야' 싶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 번 더 정색하여 말씀드리니 그제야 믿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곤 곧 도시 낙오자를 바라보듯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표정은 귀촌한 저를 바라보는 주변분들의 시선이네요.
집도 절도 없이 내려온 홍성. 도시엔 일자리가 없다지만 농촌엔 하다 죽을만큼 많은 일자리가 있습니다. 네, 소득이 적을 뿐이지요. 농촌 경제는 농업이 기반이니까요. 두번 말하면 눈아플 정도로 모두 알겠지만 지금 우리의 농업은 망가질대로 망가졌습니다. UR(우루과이라운드), FTA(자유무역협정), 저곡가 정책 등. 본전을 벌어도 다행인 농업현실. 낙후된 생활 기반은 덤입니다.
작물에 농약을 치던가, 내목구멍에 농약을 쳐넣어야하는 현실을 알면, 농민 후려치는 대형마트 농산물이 다르게 보이겠죠. 거기서 장을 보는 내자신이 다르게 보이겠죠. 식민지는 멀리 동남아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먹고 쓰는 것들,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치킨, 삼겹살은 어디서 길러지는지, 전기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오는지,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지.
일본의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쓴<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건 수도자처럼 욕망을 절제하며 단촐히 살자는게 아니라 우리 소박하게 벌고 삶의 본질에 충실하자 입니다. 실제로 내려온 농촌. 저는 마을일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의 삶, 마을 일은 참으로 멋집니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사는 마을 위한 일이라는 것,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봄이되면 잠들었던 땅을 깨우고 씨앗을 심는것, 생명이 자라는 과정을 살피고 가을이면 수확하는 것. 뿌리고 거두기. 모든게 분절된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삶의 완전함이있습니다. 먹꺼리라는 생산기반을 갖고 있고 공동체(선물의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살아있는 농촌.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는 가능합니다.
"청년,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게 과연 지속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농촌에 오는 만큼 많은 청년이 농촌을 떠납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들부터 도시로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농촌의 특징은 생활비는 적게 들지만, 정착비는 높게 듭니다. 먹고 사는 건 지장없는데, (집이나 땅)삶에 안정감을 가지는덴 큰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도시에서 어느 정도 돈을 벌어오는 경우는 정착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청년이 농촌벌이로 집을 갖는다던가, 땅을 산다는건 힘든 상황입니다.
준비된 토양에서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우리 지역이 준비된 지역인가 되물어봅니다. 우리 스스로 성찰없이 무작정 청년들을 농촌으로 내몬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백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공재였던 것들이 사유화 되버린 현실. 농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땅에 뿌리내린 삶. 하지만 땅 없는 농촌.
농촌의 토지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