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받다(1)
따끔
낫을 잡은 오른손에서 시작된 고통이
머리까지 내리쳤다.
벌이다. 검은 형체 밖에 못봤지만
중저음의 날개짓은 네놈 밖에 없지.
'우웅-'
너 이 새ㄲ 잘 걸렸다.
마침 긴옷도 입고 있겠다.
장화에 코팅 장갑도 끼고 있겠다.
점심도 먹었(?)겠다.
3년 전의 복수를 해주마...는 무슨,
들고 있던 낫을 냅다 던지고
바지춤에 차고 있던 엉덩이방석을 흔들며
줄행랑을 쳤다.
안 쫓아온다 싶은 곳에 서서 사태를 파악한다.
손, 팔, 가슴에 불이 붙은듯 얼얼하다.
순식간에 3방을 물린 것이다.
'우와 그 자식 대단하네!' 엄지척!
나는 내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강자편 감정이입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쓸쓸한 정신승리였다.
벌레 쏘인 곳엔 쑥뜸을 뜨면 좋다.
하지만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혹시 차를 타고 가다 눈이라도 안 보이게 되면...
마주오던 행인이라도 친다면...
으악!
그래, 2차 사고는 안 될 일이지,
'집에 가기-귀찮음 병'이 내게 속삭였다.
옆집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집에 쑥뜸 있어요? 벌에 쏘였어요.
인류 지혜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처방은 공짜가 아니다.
한차례 알쓸신잡(잔소리)이 열린다.
"돈 주고도 맞는 벌침을 왜 고쳐.
...(생략)...
그러니께 에프킬라를 들고 다녀야지.
벌이 보이면 바로 쏴야혀."
나는 '벌이 안 보이니까 쏘이는 거라고요'라고
페이스북에다만 쓴다.
100분토론을 시작할 순 없지 않은가.
드디어 처방
"벌 쏘인데는 그 뭐야, 바셀린이 최고야. 나도 요즘 계속 쏘이는데 그게 좋아."
에프킬라에도 계속 쏘였다는 말이 걸리지만
바셀린에 대해 나는 생각해본다.
[보습효과와 벌침의 상관관계, 바셀린을 중심으로] ... 그 사이 척척박사님께서
바셀린을 갖고 오셨다.
한동안 붓던 손이 바셀린을 바르자 거짓말처럼
진정... 진정 탱탱한 윤기가 돌았다.
(부富티 +2)
욱씬거리는 오른손이와 돌아온 현장
날아오르는 잔나방에도 쫄리고
내던진 낫은 찾을 수가 없다.
들고 있지도 않았던 바가지는
왜 둑 밑에서 홀로 뒹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