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ㅡ 여행기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을 내며
오늘 난생 처음 빵을 구워보았습니다.
드륵드륵 거칠게 간 통밀에 솔솔 효모를 넣고
졸졸 물을 부어 조물조물 반죽을 했습니다.
잠시 발효한 반죽을
뚝뚝 떼내어 오븐에 넣었습니다.
아침 기운을 받으며 부풀어오르던 빵
고요히 구워지는 향기를 맡는
즐거움은 참 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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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도 마치 빵과 같아
어느새 우리는 5월을 지나,
푸르른 6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7년 군생활을 마무리 한 후 9개월의 여행, 그리고 오늘까지.
2년여의 숙성과 반죽을 마친 제 경험도 어느새 하나의 책으로 구워졌습니다.
빵 하나를 만드는 것에도 그너머에
밀을 키운 농부가 있고 밀을 길러낸 자연이 있을텐데,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책이
저 혼자만의 이름을 적어 나온다는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더불어 무어라 의미를 갖다 붙인다 해도
이 책으로 인해 베어질 숲을 생각하면
자연에 대한 미안함을 더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쓰면서 제 상황은 바뀌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제가 있을 자리 하나를 글이 주었달까요. 글은 제가 생각했던 것에 현실성을 부여해주었습니다. 그 현실성으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넘어서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만든 이미지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저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과거 제 자신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말이죠. 즉, 제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 제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 혼자서는 규정하지 못했던 목적을 추구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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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그저 ‘책 한 권 써내는’ 과정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세계는 말이야 이런거야’, ‘여행은 이런거야’ 따위의 닫힌 결과를 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결심했던 순간부터 여행이 진행되는 과정, 여행을 다녀온 후에 찾아오는 것들, 그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슴속 무언가 갓 태어나는 상태를 발견하고, 망치기도 하고, 때론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면서, 결코 끝나지 않을 하나의 길을 더듬더듬 짚어가는 경험 자체를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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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 친구와 배낭여행을 다닌다면, 돈 걱정없이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틀린 길’이라는 게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요. 그 경험들 하나하나 여전히 기억이 납니다. 현미밥을 먹듯 오물오물 씹어 소화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한다 해도 모든 것은 여전히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모든 것은 아직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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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받았습니다.
인생은 결코 한방이 아니지만 출판은 ‘믿음’ 한방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이 아닌 ‘저'를 믿어준 분들로 여행 너머의 여행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최수진 세나북스 대표님, 꿈꾸는 만년필 양정훈 코치님,
그리고 나의 영원한 파트너 이영제군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제 어제의 여행은 오늘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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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그저 ‘책 한 권 써내는’ 과정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세계는 말이야 이런거야’, ‘여행은 이런거야’ 따위의 닫힌 결과를 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결심했던 순간부터 여행이 진행되는 과정, 여행을 다녀온 후에 찾아오는 것들, 그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슴속 무언가 갓 태어나는 상태를 발견하고, 망치기도 하고, 때론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면서, 결코 끝나지 않을 하나의 길을 더듬더듬 짚어가는 경험 자체를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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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 친구와 배낭여행을 다닌다면, 돈 걱정없이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틀린 길’이라는 게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요. 그 경험들 하나하나 여전히 기억이 납니다. 현미밥을 먹듯 오물오물 씹어 소화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한다 해도 모든 것은 여전히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모든 것은 아직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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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받았습니다.
인생은 결코 한방이 아니지만 출판은 ‘믿음’ 한방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이 아닌 ‘저'를 믿어준 분들로 여행 너머의 여행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최수진 세나북스 대표님, 꿈꾸는 만년필 양정훈 코치님,
그리고 나의 영원한 파트너 이영제군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제 어제의 여행은 오늘로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ㅡ 나짐 히크메트
(Nazim Hikmet, 1902~1963, 터키의 시인이자 극작가)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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