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세계여행프로젝트] 세계여행, 그 후 1년 _ 이제는 말할수 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쓰는 후기

1) 책출간을 핑계로 사람들을 만났다.
바로 일주일 전, 지금 시간 강남에서였다.
만남을 준비하는 기분은 말그대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달까.
여행의 처음부터 응원해주신 분들
여행을 다니며 만난 분들
여행에 다녀와서 알게된 인연들께
연락했고 과분하게도 이십여 분들이 와주셨다.
.
2) 이날을 준비하며
맛은 보장할 수 없는 딸기차를 만들고, 
마을 빵집에 채식쿠키를 주문하고,
마을 특산품 유기농 요구르트를 가방에 담았다.
묵직한 가방과 손. 기차의 덜컹거림. 
가벼웠던 마음이 기억난다.
.
3) 토요일 아침 시간을 내어 와주실 분들을 생각하니
우리만 얘기하는 자리가 되지 않길 바랐다.
행사 진행을 도와주신 분들,
귀한 시간 쪼개서 와준 친구들,
깜짝 방문한 부모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처음뵙는 영제의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
자기소개하는데만 한 시간이 흘렀다.
와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
4) 여행 너머 우리의 여행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으나
준비는 부족했고 진행을 도와주리라 생각했던 
여행비디오는 이야기의 흐름을 자꾸 끊었다.
질문을 받았으나 전부 대답해드리지 못했다.
아몰랑.
(하나씩 천천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
5) 이번 만남에서 나는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한가지만 말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결국 하지 못했다.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을까.
아니, 여행에 다음이 없듯 인생에도 역시 다음은 없을 것이다.
아쉬움과 부족함. 채움을 향해 가는 것이 여행이고 인생이니까.
채움을 향해 갈때 우리 가슴에 바람부니까.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삶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획과 공간에 애써주신 박영준코치님, 
사진 촬영과 보정을 해주신 윤성식선생님
선뜻 함께해준 나의 친구 이영제
준비에 엉성한 친구를 위해 행사장에서 진행을 도와준 친구,
귀한 시간 내서 찾아와준 친구분들께
감사합니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와우세계여행프로젝트 X 人問話]
영제&동호 세계여행, 그 후 1년 _ 이제는 말할수 있다.

농번기를 피해 도시로 도망가보겠다는 속셈도
거창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것도
책을 팔아보겠다는 속셈도 아닙니다만(진짜!)
함께 여행을 떠났던 영제와 저희를 응원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여행 마무리 파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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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問話‬ 인문화? : 멋진사람人과 질문問이 있는 뒷담화話의 줄임말입니다. 첫 인문화는 퇴직금으로 세계여행을 다녀온 '와우 세계여행 프로젝트'의 두 청년과 세계여행 뒷담화입니다.

> 일시 : 2015년 6월 13(토) AM 11시 ~ PM 1시 
- 10:30 ~ 11:00 : 자유로운 만남/교류 
- 11:00 ~ 13:00 이동호x이영제의 진실공방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13:00 ~ (자발적 뒷풀이, 원하는 사람만 )

> 참가방법 :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참여신청 
+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 남기기 + 입금
(간식과 마음의 준비를 위해 필요해요)
https://www.facebook.com/events/813741062067043/

> 참가비 : 일만원 (학생 및 백수는 오천원 ok) 
(동호가 홍성에서 직배송하는 소박한 유기농 간식. 손(手)배송이므로 정말 소박할 예정//)


> 장소 : 동그라미재단 _ 모두의 홀 (역삼역 1번 출구)


이동호 작가님.
청춘의 여행 바람 부는 순간
인문학 여행기라 생각했는데
개그물이었잖아!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책!




배낭 여행 세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화산에티오피아

ㅡ 여행기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을 내며

오늘 난생 처음 빵을 구워보았습니다.
드륵드륵 거칠게 간 통밀에 솔솔 효모를 넣고
졸졸 물을 부어 조물조물 반죽을 했습니다.
잠시 발효한 반죽을
뚝뚝 떼내어 오븐에 넣었습니다.
아침 기운을 받으며 부풀어오르던 빵
고요히 구워지는 향기를 맡는
즐거움은 참 다정했습니다.
.
우리의 시간도 마치 빵과 같아 
어느새 우리는 5월을 지나,
푸르른 6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7년 군생활을 마무리 한 후 9개월의 여행, 그리고 오늘까지.
2년여의 숙성과 반죽을 마친 제 경험도 어느새 하나의 책으로 구워졌습니다.
빵 하나를 만드는 것에도 그너머에
밀을 키운 농부가 있고 밀을 길러낸 자연이 있을텐데,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책이
저 혼자만의 이름을 적어 나온다는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더불어 무어라 의미를 갖다 붙인다 해도
이 책으로 인해 베어질 숲을 생각하면
자연에 대한 미안함을 더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글을 쓰면서 제 상황은 바뀌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제가 있을 자리 하나를 글이 주었달까요. 글은 제가 생각했던 것에 현실성을 부여해주었습니다. 그 현실성으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넘어서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만든 이미지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저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과거 제 자신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말이죠. 즉, 제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 제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 혼자서는 규정하지 못했던 목적을 추구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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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그저 ‘책 한 권 써내는’ 과정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세계는 말이야 이런거야’, ‘여행은 이런거야’ 따위의 닫힌 결과를 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결심했던 순간부터 여행이 진행되는 과정, 여행을 다녀온 후에 찾아오는 것들, 그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슴속 무언가 갓 태어나는 상태를 발견하고, 망치기도 하고, 때론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면서, 결코 끝나지 않을 하나의 길을 더듬더듬 짚어가는 경험 자체를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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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 친구와 배낭여행을 다닌다면, 돈 걱정없이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틀린 길’이라는 게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까요. 그 경험들 하나하나 여전히 기억이 납니다. 현미밥을 먹듯 오물오물 씹어 소화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한다 해도 모든 것은 여전히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모든 것은 아직 말해져야 하는 상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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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받았습니다. 
인생은 결코 한방이 아니지만 출판은 ‘믿음’ 한방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글'이 아닌 ‘저'를 믿어준 분들로 여행 너머의 여행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최수진 세나북스 대표님, 꿈꾸는 만년필 양정훈 코치님,
그리고 나의 영원한 파트너 이영제군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제 어제의 여행은 오늘로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ㅡ 나짐 히크메트

(Nazim Hikmet, 1902~1963, 터키의 시인이자 극작가)

배낭 여행 세계 퇴직금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ㅡ 바람이 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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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탄불에서 아테네까지 1,149Km 자전거를 타던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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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를 탄 날 16일에 쉰 날 4일을 더해 총 20일이 걸렸다. 아침, 밥을 먹고, 길을 달린다. 점심, 달리고, 달린다. 저녁, 숙소를 찾는다. 잠을 자고, 일어난다. 매일의 순환. 먹고, 달린다로 정리되는 단순한 과정. 하지만 ‘달린다' 안에는 평상시와는 차원이 다른 시간이 담겨 있었다. 시간의 농밀함. 그건 마치 어머니가 떠주시는 꿀과 같았다. 페달을 밟을 때 시간은 한없이 길어졌고 한없이 천천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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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견디는 것’. 그래, 이게 자전거 여행의 요체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군인이었던 시절. 한 가득한 마음이 터질 것 같은데 쏟아낼 곳을 찾지 못했던 시절.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가득했던 시절.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웠던 시절. 화분에 못박힌듯 했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흐르는 세월을 견딜 만큼 강한 몸을 갖지 못했다. 페달을 밟는 시간, 이 농밀함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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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지 11일째 되던 날, 달린 거리가 66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목적지인 아테네까지 대략 500킬로미터가 남았다. 여정의 반을 지나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대로 그제야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아테네까지 진짜로 갈 수 있겠는 걸?’ 어쩌면 완주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그때야 들었다. 이스탄불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 1,149킬로미터. 자전거를 사고 나서야 알게된 거리. 끝이 보이지 않는 앞날. 과연? 호기심 반, 의심 반. 자신이 없었다. 자전거를 사고 이틀 후, 못을 박듯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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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다. 우선 조금만 지루해져도 '내가 왜 이걸?’ 이름의 싹이 쑥쑥 돋아나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다. 자전거 녀석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문제 없는 날보다 문제 있는 날이 더 많은 자전거였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그런 내일은 오지 않았다. 펑크는 일상이었다. 페달고정 볼트, 핸들고정 볼트 같은 중요 부품이 빠져버렸다. '나는 이제 틀렸네. 나를 버리고 가시게’라고 말하듯 했다. 내 의지보다 허약한 녀석이 이 우주에 존재한다니. 사실 십만 원 짜리 자전거는 묵묵히, 충실히 제값을 수행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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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전거 여행이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루 주행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마술 같은 시간의 흐름이었다. 정신을 차리면 도로 위에 있었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침, 도로, 펑크, 침대 사이를 반복하다 보니 660킬로미터 지점에 온 것이다. 어느새, 실로 위대한 단어였다. 그제야 자전거 여행의 실감이 왔고, '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 우리는 왜 자전거를 타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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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도 재밌겠다” 빈 깡통 둘이 만나면 메아리가 쉽게 생기기 때문일까. 빈 머리가 요란하기 때문일까. 장난스레 주고 받은 말. 그 다음 날 바로 자전거를 산걸 보면 빈 깡통 탓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여지껏 끈덕지게 이어진걸 보면, 우리 자전거 여행이 단순히 머리로부터 시작된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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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돌았다. 인터넷에서 만난 두 대학생 형들과 함께. 그 당시 나는 스스로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다 컸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이었다. 두 대학생 형들은 입대를 한 달 앞둔, 마치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형들이었다. 세상의 종말을 앞둔 두 사람과 봄날 망아지 한 마리, 각기 배경은 달랐으나 우리는 열심히 제주도를 돌았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제주도를, 생명이 넘치는 제주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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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와 연이 없었다. 한솥도시락으로 연명하고, 중간중간 주유소에 들러 물을 얻어 마시는 궁색한 여행이었다. 어느 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식당 갈 돈은 없어 슈퍼에서 삼겹살을 사왔다. 민박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기름 구멍이 없는 후라이팬. 고기 기름이 마구 튀겼다. 기름이 마구 튀던 후라이팬처럼 티격태격 분란이 멈추지 않는 여행이었다. 자전거 타기도 바쁠텐데 틈틈이 싸우고 삐쳤다. 한 바퀴 다 돌고 나서야 알게 됐다. 한낮의 열기를 피해 달려야 했다는 걸. 서늘한 아침, 오후 시간에만 자전거를 타야 했다는 걸. 몸으로도 교훈을 얻지 못한 미련한 여행이었다. 멜라닌 생성을 막는답시고 바른 선크림. 방수 선크림은 위대했다. 눈에 들어간 선크림은 눈물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달렸다. 보기에도 안쓰러운 여행이었다.
도시락 가게에 들어선 그들. 핼쑥한 얼굴, 부어있는 두 눈, 땀에 절은 옷. 반팔 티 밖으로 나온 두 팔은 벌겠고 한쪽 쪼리는 끈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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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8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도 ‘어느새' 마법은 일어났다. 섬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첫날 출발했던 제주항 앞에 섰다. 대학생 형들은 가슴 벅차 기념사진을 찍는가 싶더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본연의 세상 종말 회색빛으로 돌아갔다. 나도 완주했던 날의 기억이 딱히 없는 걸로 보아 큰 감동이 없었나 보다. 굳이 교훈을 꼽자면, 자동차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랄까. 섬을 한바퀴를 돌고 얻은 교훈이란 게 고작 렌터카 회사 아저씨가 말해 줄 법한 배움이었다. 이따위 교훈 자전거를 3박 4일이나 타지 않아도 아는 거 아닌가. 별수 없었다. 이미 돌았는 걸. 그리스에서 자전거를 타며 그 여름날이 생각났다. 그건 단순히 자전거 여행이라는 연관성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것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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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었던 시절, 어느 것,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했던 시절. 바닷물을 마신듯 무엇으로도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던 시절. 가슴 속 바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나를 떠밀었다. 현재와 미래 사이 어딘가를 떠돌았다. 민들레 씨앗은 어느 곳에도 내려앉지 못했다. 전역을 결정했다. 가슴속 바람을 따라 돛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바람이 그저 젊은 날의 혈기라면, 젊음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바람이라면. 그대로 주저앉게 된다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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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을까 이 바람은. 모든 걸 버리게 한 이 바람은.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한 이 바람은.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했던 이 바람은. 자전거 여행을 생각했을 때, 불었던 이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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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 지나서 이어진 자전거 여행. 렌터카 아저씨의 교훈으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갔을까. 어줍잖게 깨달은 깜냥이 있다. 언덕을 오를 때, 우리는 그 순간에 집중을 해야 한다. 뒷바퀴에서부터 시선이 향하는 전방 2m. 그곳만이 나의 세계, 나의 우주다. 그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나란 사람은 잊혔다. 나와 너를 나누는 울타리가 사라졌다. 편견, 허영, 자만심, 나를 얽매는 껍데기 따위, 걱정, 불안 모두 사라졌다. 페달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굳건함. 대지에 맞서 팽팽해지는 근육. 관념이 아닌 몸이 살아나는 세계. 그곳의 나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았다. 언덕 하나에 두려움을, 언덕 하나에 의심을, 언덕 하나에 나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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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끝, 내리막이 열리는 곳. 지나온 길을 본다. 지난 시절 나를 채워주었던 조각, 잃어버렸던 조각. 깊이 잠겨있던 조각들이 떠오른다. 나의 속좁음에 놓쳐버린 인연들, 오늘의 나를 있게해준 고마운 사람들, 어린시절 꾸었던 꿈이. 페달을 밟았다. 내리막을 내달린다. 바람이 불었다. 나는 왜 자전거가 타고 싶었을까, 제주도로부터 이어진 기억은 왜 오늘을 기다려왔을까? 삶은 내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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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뮐러는 말했다. 인간 존재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을 사랑이다. 천체가 서로 끌어당기고 상대를 향하며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서로 모여들 듯, 세상의 영혼들도 서로 끌어당기고 상대를 향하며 사랑의 법칙에 따라 서로 융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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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살아가는 걸까,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까? 그건 우리 안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설렘이라는 이름의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영혼의 끌림을 향해 나아갈 때, 서로를 바라보고 융화할 때, 우리 가슴에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바람이 우리를 삶으로, 사랑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대 가슴에 바람이 부는가. 돛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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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오늘도 굳건히 언덕을 오르길
담대히 내리막을 가르길.
존재하는 삶, 사랑하는 삶 우리 그 삶을 향해
함께 나아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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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 비디오

그리스 아테네 터키 이스탄불 자전거 여행 터키-그리스 국경을 넘으며



세계여행 몽골 유목 체험 중유목 체험 사흘째, 집에 가고 싶슴다


올 한 해 토해내듯 여행기를 썼다.
"이것도 여행이라고"라는 이름이었다.
글쓰기는 한약을 짓는 과정과 같았다.
재료를 모으고, 숙성 시키고, 시간을 들여 달이는 과정.
특히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
한약을 짤 때의 느낌이 난다.
허준 형처럼 고상한 느낌이 아니고
짜여지는 한약재의 느낌에 가까웠다.
마지막에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고,
결국엔 한약 찌꺼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었다.
경험의 재경험.
누구에게나 유한한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기분.
더 깊이있게 담겨지는 시간.

로버트 맥기는 글쓰기를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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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는 영감을 주는 일이 다른 이에게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의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떤 것, 가슴속에 맹아로 자리 잡은 확신이나 세계관을 일깨운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모든 경험은 바로 이순간을 위해서 준비되어 온 것이며, 인간은 오직 그만의 방식으로 이 자극에 대답한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글쓰기의 전 과정을 통해 인간은 해석하고 선택하고 판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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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자체는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남아있을 뿐이지만 예술(글쓰기)은 우리가 아는 것, 느끼는 것들에 질서를 부여해서 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단순히 말해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 자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쥐어준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
.
다시 읽어본 여행기는 어설프고 방정맞다.
애초 느꼈던 생각이 담기지 않았던 글
읽는 이로 하여금 숨가쁘게 하는 글도 있었다.
토해냈던 여행기를 다시 쓰기로 했다.
<이것도 여행이라고>를 통해 결국 모든 것이 여행이었다.
를 말하고 싶었다. 다른 여행을 말하고 싶었다.
다시 쓰는 <여행에게 묻다 여행이 묻다>는 주제를 분명히 하기로 한다.
내게 여행은 질문하고 답을 얻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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