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온지 125일.
천성이 느린 나는 늘보늘보 열매를 먹어서인지
이제야 여행을 하고있다는 느낌을 느낀다.
여행 첫날, 동해를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이전에 계획한 여행은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이었다는 게
단박에 밝혀졌다.
돌아보면 아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진심으로 즐겁지 않았다.
“왜 이 여행을 하고 있는 거지?"
좌절과 회의,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여행이 되는게 아닐까하는,
무의미의 두려움이 계속 됐다.
울타리 밖의 세계에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울타리 안에서의 나는
울타리 밖에서 진정 무엇을 겪게 될지
알지 못했다.
생텍쥐베리는 그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다시금 태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지금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리고 바깥으로 향해있던 시선을 거둬
세상과 서서히 만나는 '나'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무엇이 여행을 떠나오게 만들었을까
어떤 결핍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을까.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어느새 잊혀졌던 답.
그건 경험이었다. 몸으로 직접 겪는 날 경험.
경험, 세상과 내가 만나는 지점.
'책을 쓴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시간이 흐른 후,
오늘의 경험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미래의 나'를 위해 자료를 모으자.
세상과 만나고,
그 경험을 기록하자.
오늘의 나는 미래 나의 조수가 아닐까.
아시아 여행은 이곳, 터키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제 막 발아된 나와 함께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다.
터키 어느 마을.
"한국인은 처음이야!"
동네 아저씨들이 모였다.
'세계여행 > TURK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키여행.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0) | 2014.08.09 |
---|---|
여행 135일. 쑥쑥 자라는 머리는 머리띠라는 신세계 열어주었다. (0) | 2014.08.08 |
여행의 만남과 이별. 호구여도 괜찮아. (2) | 201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