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힘, 좋은 이웃
새날을 맞아 동네 이모가 새 농사를 계획하였으니, 하우스에 남아있는 작물들을 주변으로 이주시키기 시작하였다. 씨앗으로 시작해 한겨울 추위, 오늘의 꽃샘추위까지 푸름을 지켜왔던 대파. 이제 꽃 좀 피나 했는데 이 무슨 ‘풍비대파’인가. “뿌리째 뽑혀 뙤약볕형을 당한 토마토보단 나은 상황 아닙니까. 파바람이 불기 전에 몸을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형님.”이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이모의 기별에 찾아간 내 앞에 대파 한무리가 엎드려 있다. 그냥 팔아도 될 대파를 한 수레나. 그것도 모자라 이모는 즉석에서 상추를, 시금치를, 참나물을 뜯으며, 다 먹으면 또 오라는 말을 얹어주셨다.
“현재 수준의 경제라면 좋은 삶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은 충분하다. 우리가 개인 차원에서나 사회 차원에서나 추구해야 할 것은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좋은 삶’이 되어야 한다. 돈에 대한 사랑 대신 좋은 삶을 다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로 설정한다면, 그때의 중요한 키워드는 ‘효율’이 아니라 ‘충분’이 되어야 한다.”
책<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는 철학자와 경제학자가 함께 썼다는 점에서, 이들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점이 특이한 책이다. 경제학과 철학의 접점을 모색한다. 저자들은 ‘돈벌이 자체는 인간의 진정한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경제, 즉 돈이란 인간에게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경제는 발전(소득이 증가)했는데, 노동시간은 왜 줄지 않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여러 채소로 가득 찬 손수레를 밀고 가며, 여기가 도시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서, 자연에 가까이 살아서, 인구가 적어서가 아니다. 금전거래 이상의 무언가로 살아가는 곳, 충분함에서 오는 넉넉함, 인간적인 삶이 농촌에 있다. 좋은 삶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좋은 삶을 누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강, 안전, 존엄,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르게 제공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기본 권리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을 눈여겨 보면 좋겠다. 주당 노동 시간의 제한, 법정 휴일의 확대, 기본 소득, 누진소비세, 광고 줄이기, 세계화의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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