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걷는다"
ㅡ아랍 속담

문명은 우리에게 속도를 주었지만
우리는 그만큼의 여유를 지불했다.
거리의 상점을 둘러볼 수 있는,
지나치는 사람과 눈인사를 
할 수있는 여유를.

그렇기에
걷기의 매력은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
여유를 되찾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걸어서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택시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테헤란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알아보러 가기위해
호텔에서 받은 지도 한장 달랑 들고 길을 나섰다.

40분 정도 걸었을까, 길을 묻기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어떤 차가 옆에 멈췄다. 백발이 허연 할아버지였다. 자기 집이 근처이니 태워주겠단다. 
백발이 허여신 것이, 같은 말을 두번씩 반복하시는 모습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조금 지쳤기에 옳타구나 차에 탔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길이였는데 
할아버지는 길을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박물관에서 내려주시려고도 했다. 
울컥 화를 내자 그제야 제대로 데려다 주셨다. 콜라도 사주셨다. 

그리고 도착. 역시 돈을 요구했다. "친구~"라고 부르며 맞잡는 손에 힘이 담겨있었다. 
주지 않았다. 어쨌든 3시 30분 쯤 여행사에 도착해서 기차 정보를 알아내었다. 
(갖고 있는 현금이 부족해 예매는 못했다…) 

4시. 숙소를 향해 발을 떼었다. 차를 타고 뱅글뱅글 돌긴 했지만 나는 나를 믿었다. 그리고 2시간이 흘러... 나는 길을 잃었음을 확신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호텔에서 받은 작은지도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괜찮다…나는 괜찮다…… .
내 영혼은 이미 호텔에
갔을테니
지금 나는 걷는 기계일
갈증따위 못 느낀다.

섭씨 40도의 공기도 강물도 메마른

이곳은 이란. 쉬라즈. 쉬라즈. 쉬라즈...(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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