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주체. 새로운 사회를 열 주체의 문제를 짚어보자는 데 연구원 상근자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에서 ‘상상력’을 누가 떼어버릴 것인가, 누가 새로운 사회를 현실로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연구의 고갱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주체야말로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이 아닌가.

14. 새사연(새로운 사회 연구소)이 독자들에게 내놓은 세번째 신서인 이 책은, 진정 세계화 시대에 우리 국민이 어디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것이며, 누가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갈 것인지 하는 물음에 답하고자 쓰였다. 글로벌 시대의 대안은 역설적으로 세계 속에서가 아닌 우리 국민의 구체적이고 생동하는 삶과 생활 안에 잠재해 있다는 것이 새사연의 대답이다. 150만 대기업 노동자와 1,300만 중소기업 노동자, 86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아우르는 1500만 노동자에게서, 300만 농민과 300만 대학생, 그리고 600만 도시 자영업인들에게서 나아가 30만 중소기업인들의 사회적 처지와 삶 속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발견해 보고자 했다.

27. 1980년대 국민적 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와 농민, 학생은 외환위기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이처럼 변했다. 우리는 이 기초 위에서 새로운 운동의 동력과 주체를 고민해야 한다.

35. 분명 우리 사회에서 진보운동의 대중적 기반이 1990년대 이후 축소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운동에 차여할 주체들의 삶에 대한 구체적 검토, 즉 그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방식, 직장생활 공간인 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조직의 변화, 노동을 수행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생활방식 등 전반적인 의식과 지향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43.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사회구조에서 사회변화 주체의 폭과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주주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민족 구성원을 위해 분단구조 해체에 동의하며,기존 관료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극복하려는 공동의 목표와 대안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주체들이다.

57. 더욱이 기존 전통 제조업과 기계제 대공장은 점점 축소되거나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고 새로 등장하는 산업들이 주로 지식기반 산업이라는 것이 추세라면, 미래 생산력의 열쇠를 쥔 이들 지식 노동자들을 노동운동 대열에 적극적으로 합류시키는 것이 진보가 가져야 할 바른 관점이다.

58. 따라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지식 노동자의 특성과 조건을 잘 이해햐여 이들을 적극적으로 노동자 주체로 바로 세우는 것은 21세기 노동운동의 핵심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다.

61. 이처럼 국민의 구체적 삶을 규정하고 잇는 다양한 측면에서 주체의 내부 구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처지와 조건에 맞게 사회운동에 참여시킬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획일적으로 추상적인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참여 할 것을 요구하거나 지나치게 각 주체 내부 차이를 확대 해석한다면, 신자유주의를 무너뜨릴 거대한 국민운동은 요원해진다.

83. 한국 경제의 지배구조와 양극화


84. 최근 몇 년간 한쪽은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한다면서 재벌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주장이, 다른 한쪽에서는 재벌 그룹의 총수일가 지배체제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외국 금융주주 자본과 한 짝으로 움직이는 주장이 나누어져왔던 것도 이런 맥락 아래 있다. 누구도 중소기업이나 국민과 함께 외국 금융주주 자본과 재벌을 견제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다. 진동추처럼 외국 금융주주 자본과 국내 재벌 대기업 사이를 방황하며 나오지 않는 답을 구하려 했던 것이 그간의 모습이었다.

138. 결국 영세한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이것이 곧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며 이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의 질을 떨어뜨려 혁신능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157. 주목되는 것은 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고용은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서비스업은 생산 비중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고용 비중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산 규모가 정체되면서도 노동 유입이 계속된 결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떨어진다.

158.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159. 낮은 생산성과 영세성에도 불구하고 취업자가 서비스업에 몰리는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배제 정책 때문에 제조업에서 대규모로 노동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이들이 주로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은 생계형 자영업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서비스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영업에 대한 실증적 분석 결과, 외환위기 이후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으로 몰렸음이 확인된다.

161. 앞서 말한 것처럼,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생산자 서비스가 주도해야 하고, 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사회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구조다. 한마디로 경제의 생산성과 사회 복지에 큰 영향을 주는 부문은 고용이 적고, 생산성이 낮은 도소매업이나 숙박업, 음식점 등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다.

 생산자 서비스는 다른 경제 주체의 중간 수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로서 비즈니스 및 전문직 서비스, 금융 서비스, 보헙 서비스, 부동산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특히 생산자 서비스는 높은 부가가치 창출력을 가지고 경제 성장과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식기반 서비스의 핵심 부분도 생산자 서비스에 있다.

163. 결론적으로, 생산성도 낮으며 이미 넘쳐나고 있는 개인 서비스를 줄이고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생산자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확충에 기여할 사회 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서비스 산업의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185. 성장잠재력 약화가 설비 투자 부진 때문이라면, 왜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가? 국내 산업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꺼리는 주요 이유는, 설비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와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핵심 산업과 기업을 잠식한 주주자본주의는 장기적 전망아래 설비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자본 투자에 대한 단기 수익률과 주식 가치 극대화를 요구했다.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경영구조는 설비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연관기업이나 하청기업에게까지 수익성 압박을 전가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약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여기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99. 그런데 이런 경영정책은 ‘지식기반산업과 첨단 혁신산업’으로의 전환과 정면으로 모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전환은 누구나 공인하듯이 고급 인적자원의 지속적인 공급과 질적 향상을 전제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고급 인적 자원의 대부분은 대학이나 학교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현장에서 무수히 배태되는 창조-확산-활용-공유의 과정을 통해 자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인적 자원 육성의 기본 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노동정책을 펴고 있다.

200.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보면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인력의 원활한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1.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가. 그동안은 주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대량으로 선발하여 실무적응 능력을 높이는 비용을 부담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단기 수익성에 대해 압박을 받으면서 자체 인력 양성을 기피하고 경력직 채용 위주로 인력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준비된 고급 인력을 대기업이 독점하는 구조를 푸는 것이 우선이다.

203. (규제완화와 규모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영세한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대규모화가 필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규제는 풀어야 할 것도 있지만 강화해야 할 것도 있다. 무조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의 실패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직 시장에만 맡기자는 주장이다.

혁신이나 첨단화가 오직 규모화를 통해서만 달성되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규모화는,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발전시켜야 하는 현대 산업구조 전환 추세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일본에 맞서 규모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한국 실정에서는 통합과 집적에 의한 규모화보다는 견고한 네트워크와 클러스터에 의한 협력 구도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208. 산업구조의 근본적 개편과 발전 전략은 단지 미래의 기술적 추세를 예측하고 기술적으로 유망한 어떤 산업 분야에 역량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 설계도를 짜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 설계도에 누가 어떤 동기와 의지로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과 전략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기술 예측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 산업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281. 정보산업의 초기 등장기인 현재는 정신노동에만 종사하는 종사자와 육체노동에만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기 현상일 뿐이다. 정보산업을 필두로 한 신사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통합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유효성 있는 정보가 책상머리에 앉아서만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운전 기술은 대단히 전문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 기술이다. 이제 컴퓨터 작동 기술은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으며 대중 기술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기술 발전은 정보 생산의 주동력을 전문가에서 대중에게로 옮겨가게 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in의 성공, 미국 구글의 성공, 그리고 근래에 등장하고 있는 UCC, 블로그 현상 등은 정보 생산의 주체를 전문가에서 대중 자신에게 돌려주는 정보 대중 생산주의의 성공 사례들이다.

282. 신사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지식 생산의 주체를 점차 전문가에서 대중 생산자에게로 돌리게 될 것이다. 즉, 육체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정보 생산자가 되어 정신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추세로 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육체노동의 비율이 점차 감소하고 정신노동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창조적 지능노동이 노동의 주된 형태가 되고,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 활동 모두의 주체인 창조적 지능 노동자를 출현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이 육체 노동자들이 정신노동과 통합되는 변화 과정이라면 이런 변화는 역으로 정신노동 영역에서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근래에는 연구실과 산업현장을 연결시키는 것이 기본 추세다. 흔히 말하는 산학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대학교 연구실이 현장과 동떨어진 연구만 해서는 현실 산업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현장과 결합된 연구를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신노동 전반에 통용되는 이야기다. 고도 기초과학 분야 같은 정신노동이 아니라면 정신노동에 따른 정보산업은 현장으로 가야만 유효성 있는 성과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정신노동은 자체 발전의 요구로 육체노동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경계를 허물어 창조적 지능노동으로 통합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창조적 지능노동의 출현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통합을 통하여 보다 완전한 노동자로 태어나는 과정이며 노동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이 바로 노동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284. 앞서 지적한 대로 자본이 정신노동을 착취하는 방식은 육체를 시간 단위의 노동 상품으로 정신노동의 결과물을 노동자로부터 분리하여 상품으로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구압한 정신노동의 산물은 한계 생산비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마치 생산수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286. 비록 벤처 열풍이 버블로 끝나고 생존한 몇 개의 벤처도 대자본에 종속 내지는 포섭되는 결과로 끝났지만 이는 정보산업 태동의 초기 현상일 뿐이다. 정확히는 신산업 태동 1세대의 현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산업의 권력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식 생산의 주체가 대중으로 전환되는 시기로 접어 들어가고 있기에 우리는 불완전한 벤처 열풍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등장하는 창조적 지능노동이 주도할 경제양식을 가까운 시간 안에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권력을 대자본에서 창조적 지능 노동자에게 돌려내는것, 이것이 경제발전의 속도를 결정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창조적 지능 노동자의 등장이 바로 자본을 우습게 아는 노동의 출현이며 이들이 바로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군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국가 발전, 인류 발전을 위하여 창조적 지능 노동에 더 많은 경제권력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역사 전개를 막고 지능노동을 독점하여 자본의 이익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퇴행적 체제가 바로 현재의 신자유주의다.

289. 모든 노동자들은 창조적 정신노동을 수행할 능력이 있으며 현장 경험도 있다. 그들의 아까운 능력과 경험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노동유연화에 기초하여 노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주주자본주의다. 대부분의 노동자를 창조적 지능 노동자로 성장하도록 보장하는 것은 시대의 추세며 미룰 수 없는 국민적 과제다.

(모든 노동자를 지식 노동자로)
창조적 지능노동을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인 건 전 노동자를 지식 노동자화하는 것이다. 창조적 지능노동은 비단 지난 시기의 현장 경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되 최신의 정보와 세계 각국의 경험을 흡수하여 새롭게 질적 비약을 일으키는 창조의 과정이 따라야 한다. 그러자면 각 노동자들은 정보통신에 정통해야 하며 해당 업무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축적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 노동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 수준의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창조적 지능노동의 생산성은 (노동)시간으로 대체되는 것이 불가능하며 창의적이고 생기 있는 정신 활동을 보장하는 것을 통하여 결정된다.
 그러자면 유족한 경제 보장은 기본이며 노동시간을 더욱 축소하고 풍부한 문화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풍부한 문화생활은 정신 활동의 원천이 되며 곧 생산을 창의적 노동으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 생계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은 지식기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서 필수조건이지 선택요소가 아니다.

292. 지식정보산업은 질적인 경제이며 만들어야 할 지식정보 체계는 생산 과정 전체에 대한 이해와 소비자의 요구까지 파악한 가운데서 생성된다. 그러므로 매개 생산자는 전체의 부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전체를 대신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은 수직적이기보다는 팀단위로 일차적 완결성과 자율성을 가지며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체계가 기본 양식이어야 한다.

이러한 수평적 자율적 조직이 역동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생산과 기업의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정보가 항상 책임성 있게 공유돼야 하기에 노동자의 경영 참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293. (정보 독점은 막고 공유는 확대) 창조적 지능노동은 앞서 생산되 정보와 지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자본의 지적재산권 강화와 특허 기간 연장에 따른 지식과 정보의 독점은 지능노동의 발전과 이에 기반한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자본은 지식과 정보를 요란하게 떠들지만, 정작 그 주체인 노동을 소모하기만 하여 지식기반 경제 본연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지식기반 경제를 속도 있게 발전시킬 주인공은 오직 창조적 지능노동뿐이다. 또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은 실은 노동의 힘찬 성장 과정이며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통합한 신노동을 등장시켜 자본주의 이후 사회를 준비하게 할 것이다.

295. 지식은 암묵지와 형식지라는 두 가지 지식의 끊임없는 복합상승 작용을 통해 창출된다. 인간의 지식을 암묵지와 형식지로 나누어 설명한 사람은 인식론 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다. 그에 따르면 형식지는 언어, 문장으로 표현이 가능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지식이다. 이에 반해 암묵지는 언어,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지식이며 반복된 경험등을 통해 습득하고 노하우로 체화된다.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지식인 암묵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사회화 과정과 객관화 과정인 표출화를 거쳐 형식지로 변한다. 또 형식지는 개인에게 받아들여져 새로운 암묵지를 형성하는 내면화 과정을 낳는다. 이렇게 지식이란 그 자체로 인간의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활동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식의 사유화와 독점, 상품화를 추구하는 것은 지식기반 경제 추세와 근본적으로 대립된다.

304.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성장 변화해온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다. 이들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데 나서는 것은 물론, 노동자를 포함한 절대 다수의 생활을 압박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치적으로 풀어나갈 핵심 주도세력이 되어야 함은 더 이상 당위가 아니라 당연한 현실이다.

노동자 수의 증가와는 달리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온 노동자의 비율은 정체하거나 줄어들기조차 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를 설명해주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1997년 외환위기로 전면화한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화에 노동운동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의 삶의 구조와 처지를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악화시켰고, 노동운동은 이를 제대로 방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재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인 실질적 민주화의 후퇴, 즉 경제 민주화의 후퇴와 사회 양극화의 심화, 노동 강도의 강화, 비정규직 양산과 극심한 고용 불안은 신자유주의에 대한적절한 대처부족의 산물이다.

350.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제를 반신자유주의 국민적 의제로 제기하고 이끌어나갈 것인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공동 의제’를 주도할 세력은 노동자 밖에는 없다. 노동자 중심사회로, 완전한 도시형 사회로 전환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체 국민을 대변하는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391. 따라서 농촌 지역의 공공 서비스 수준을 높여서 농촌 지역 사회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단편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농촌 지역을 유지시키는 핵심, 즉 물질적 부를 직접 생산하거나 외부로부터 물질적 부를 직접 가져올 수 있는 산업이나 업종 혹은 영역을 개발하고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 근원적인 처방이며, 근원적인 처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근간인 농업과 농민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다.


411. 농민운동 조직이 농민 문제만의 해결사나 권익단체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삶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식량, 생태, 환경, 지역의 문제를 담당하고 고민하고 제안하는 조직으로 부상할 때 농민운동은 변화된 시대적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417. 셋째, 전 국민적인 먹을거리 공동체 형성이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 농업 생산 활동은 상품인 농산물 생산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시장은 그러한 다원적 가치를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다 싼 가격에 쌀을 수입해서 먹을 수 있지만 논농사가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까지 함께 수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먹을거리는 생산에서 유통, 소비 전 과정을 생산자와 연대하여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19. 국민농업은 농민이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사회가 농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관계다. 이러한 국민농업이 실현될 때 농업의 가치는 재평가되고 그에 따라 농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우리 농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것뿐이다.

439. 오늘의 대학생이 1980년대 대학생과 다른 이유는 오늘의 대학이 1980년대의 대학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학의 구조 변화라는 측면에 주목하지 않으면 오늘날 대학생의 정치적 보수화나 학생운동의 위기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이를 극복할 제대로 된 대안도 마련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대학 공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학생의 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중산층을 단순히 경제적 처지만으로 볼 수 없으며 소득 수준, 이념 성향, 정치 철학, 교육 수준 등 모든 분야에서 그 사회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계층이라고 규정한다.

578. 자영업인 조직이 지역의 풀뿌리조직과 연계하여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회적 활동을 한다면 고객은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료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은 사실 지역 주민이라는 소중한 지원군이 없으면 이기기 힘들다. 자영업인들이 같은 지역에서 주거환경, 교육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고객이자 협력자인 지역 주민과 함께 한다면 이보다 긴밀한 연대 활동도 없다.

결론적으로 고도로 발전한 도시형 사회로 바뀐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인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도시연대(노동자, 자영업, 학생 등)의 주요한 구성 주체로서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자영업인들 스스로의 노력과 기존의 풀뿌리운동 단체, 교육, 복지, 환경 등을 의제로 삼고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절실하다.

571. 대형 유통매장은 문화상품도 겸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지역 주민들의 생활 문화가 대자본이 만들어낸 영화나 놀이 시설로 편협해지고 지역 사회의 다양한 향토 문화, 공동체 문화를 질식시킨다. 그러므로 대자본으로부터 지역 경제, 영세자영업 시장을 보호하는 일은 다양한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자 지역 사회가 불필요하게 지불해야 할 비용을 절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588. 지역화폐 공동체에서는 100퍼센트 현금 거래는 하지 않는다. 품앗이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비싼 것은 10~50퍼센트만 지역화폐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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