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홍성에 내려와 처음 느낀 건 불안이었다.
'이대로 그냥 늙어버릴 수도 있겠는걸’ 이 느낌은 막연했지만 분명한 증거가 있었다. 몇 가지 가능성일 뿐이지만 증거는 눈앞에 분명하게 존재했다. 이 모습이 내 미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내 스스로를 납득 시킬만한 변명은 없었다. 믿을건 내 신념뿐이었다. 저임금의 생활, 늘어날 것 같지 않은 수입. 사회적경제, 돈이 아닌 사람이 남는 경제. 이곳에서 사람을 남기지 않는 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제대로 된 집 하나 갖지 못하고 살수 있겠구나. 터전을 전전하며 현실로부터 겉돌다 늙을 수 있겠구나. 아무것도 아닌 인생을 살수 있겠구나. 내세울건 허울뿐인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겠구나. 이 불안이 공명심 때문이라 하더라도, 주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욕심이라 해도 두려웠다. 내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얼마나 어렸는지 깨닫는다. 사람들의 냉소가 조금은 이해된다.
시카고 빈민가의 오염된 공장지역. 이곳에서 풀뿌리 조직운동을 시작한 버락 오바마. 스물두 살의 오바마에게 세상은 말했다.
“젊음을 낭비하지 마라. 언젠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늙은이가 되어 있을 거야. 지친 늙은이가 되어 있을 거야. 더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어질 때가 올거야.”
어느 일이든 그러하지 않겠느냐마는 이 불안은 경고였다. 긴장을 놓지 말라는 내 마음이 말하는 경고였다. 배우고 성장해라. 도망가지도 안주하지도 마라. 그래,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
기대와 실망, 희망과 불안, 즐거움. 모든 걸 함께 주는 인생은 역시 공평하다. 홍성에서의 한 달. 돈을 포기하고 선택한 귀촌. 돈의 빈자리. 이 빈자리에 무엇이 채워질까. 다른 길은 분명 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경제. 사람을 남기는 인생. 그런 삶을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신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오늘의 나와 현실을 살피고,
어제의 나로부터 오늘 한걸음 나아간다.
늙어버린 내 뒷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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