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세계테마기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몽골편에 출연해보겠느냐고
어쩌다 나에게까지 연락이 왔을까
인간 무의식의 빈틈까지 후벼판다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아닐까는 의심이 살짝 들었지만
얄팍한 마음은 전화기 너머 이 분은 EBS작가님이 분명하다고 내게 속삭였다.
'3주 촬영인데 이번주말 출국이라니
보아하니 원래 출연자가 빵꾸를 내셨군'
땜빵 섭외라는 현실감보다는
나 같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작가님의 말에 마음이 기울었다.
"암요. 되도록 시간 내봐야죠"
솔직히 욕심이 났다.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이겠지
슈퍼 농번기를 맞이하며
6월엔 아무 약속도 잡지 말자고
결의까지 했다.
하지만 시험 전날 뉴스처럼
유혹의 맛은 언제나 달다.
수확을 앞둔 보리, 마늘, 감자,
염소2마리, 돼지3마리..
모내기를 앞둔 논
벌여놓은 일들을 하나씩 꼽아보며
누구에게 부탁할지, 포기할건 뭔지
새겨보았다.
ㅇㅇ이는 바쁠테고
ㅁㅁ이는 싫어할테고..
ㅌㅌ이는 연락한지가 너무 오래고..
(평소에 잘 삽시다..)
이 기회에 책 개정판을 내자는 출판사 사장님의 말도 맴돌았다.
하지만 저녁밥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거절의 문자를 정중히(다음 기회를 꼭 주십사라는 뜻을 문장마다 담아)보냈다.
너무 그럴싸하셨지만, 그녀는 보이스피싱일거라고, 무서운 세상이야라고 나에게도 말해주었다
..
7년 전, 군인을 그만두고 여행을 갔던 때와
오늘의 여행을 거절(하지만 꼭 연락주세요 작가님)하는 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다른지, 그건.. 비밀이다ㅎㅎ
유튜브. 홍성포레스트(2019)_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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