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 자전거 여행] D+4, 아직은 터키

페달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굳건함.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근육의 움직임.
언어가아닌 근육으로만 느끼는 세상.

언덕을 오를 때 우리는
그 순간에만 집중을 해야한다.
전방 2m까지만이 나의 우주. 
그 순간만큼은 걱정, 미움, 꿈 … 
그곳에 나는 없다.
감정없는 로봇처럼 페달을 밟고 밟아야 한다.

그렇게 작은 의식을 행하다보면
깊게 가라앉아 있던 조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의 속좁음에 놓쳐버린 인연들, 
오늘의 나를 있게해준 고마운 사람들, 
굳게 다짐해놓고 까먹어버린 결심들, 
어린시절 꾸었던 꿈들...
빙산처럼 하나씩 떠오른다.

그리고 내리막을 가를때
모두 녹아버린다. 

하지만 곧 다시 언덕
그리고 또다시 내리막.

언덕 하나에 사랑, 
언덕 하나에 추억,
언덕 하나에 꿈을.

나를 채워주었던 조각들을
잊혀졌던 조각들을
끝나지 않는 길을 달리며
다시 제자리에 끼운다.

페달은 미래를 향하지만 
내 2m 우주는 과거를 향해간다.

이름하여 백투더퓨쳐...

"길? 우리에게 길따윈 필요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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