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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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시인과의 만남은 대학교를 다니던 때다.

그 당시 난 군인이었기에 야간 학교를 다녔어야 했다.

대학교를 굳이 다니고 싶었던 이유는, 일종의 동경이었다.

부대 선배들 중에 대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왠지) 지식인처럼 보였다.


(...)


결국 대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멀리서는 선망의 눈빛을 받을 수 있지만, 

항공정비사로써, 특히 기체 일선 정비사로써 대학을 다닌다는 건

모든 중대원에게 그 전과 다른 눈빛을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 나를 향한 눈빛의 변화

Before : 쫄따구

After :   특혜를 받고 있는 쫄따구


내겐 수십명의 눈빛을 이겨낼 뻔뻔함이 없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었다. 그 벌어진 틈을 기어가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었다.


(...) 

대학교는 실망 그자체였다.

다녀야 할 의미가 없는 곳에 매일 밤 앉아 있었던 날들,

전철로 왕복 3시간 길을 지나 가야 했던 날들은

비루함에 비루함을 더하는 날들이었다.


그러다 '시 창작론'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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