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인의 공감
공감이란 알며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애정 담은 관찰로 동물과 공감하고
의미 담긴 책으로 사람과 공감한다.
내가 끊임없이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책 이야기를 즐겨 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상과 대화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감으로 진화하는 세상,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내 삶의 스타일이다.
23. 나는 학생들에게 방황하되 방탕하지 말며, 방황하면서도 자신이 뭘 하면 좋을까 찾고 뒤져보고 읽어보는 ‘아름다운 방황’을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남이 가라는 길로 가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아라. 그러다가 자기만의 길이 보이면 달려가라.’
25. 과학자 하면 대부분이 떠올리는 흰 가운을 입고 복잡한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마음먹고 하는 사뭇 계산된 행동이다. 과학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건물 안 실험실뿐 아니라 저 자연이 마련해놓은 야외 실험실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진다.
28. "Consilience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이것은 옛날 어느 교수가 과학과 그 방법론에 관하여 가졌던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자기 동료들이 과학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지극히 작은 단위로 쪼개는 데 여념이 없어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 이유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이 같은 관점을 잃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래야 모든 과학이 개념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와인에는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말이며 우리 네 사람의 뜻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와인은 바로 우주와 인간의 통일을 의미하며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30. 춤, 가슴 깊이 숨겨놓은 스무 살의 댄스 본능.
망설이지 말고 즐겨라.
34.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가슴에 크고 작은 감동의 파장을 일으키고 일상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게 하며 때로는 황홀경에 빠져 가상의 시간을 넘나들게 하는 소리의 현상인 음악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훌륭한 음악이란 정말 어떤 음악을 말하는 것인가? 음악이 우리의 품성을 함양할 수 있는가? 음악은 정말 우리의 지적 능력을 높여주는가? 음악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42. ‘모르는 게 약’인 시절은 지났다. 당연히 아는 것이 힘이다. 그리고 내가 늘 떠들고 다니는 말이지만, 알아야 할 수 있다.
47. <다이고로야 고마워>에서 기형 원숭이의 삶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며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오타니 가족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인간을 비롯한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앎의 추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노라고.
51. 이 드넓은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그저 먼지처럼 작은 존재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 그 어느 별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생명’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참으로 귀한 행성이다. 태초의 바닷속에서 우연히 탄생한 생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생명체의 몸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 상대가 누구든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저절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심정이기 때문이다.
95. 학문의 역사를 통틀어 다윈의 이론만큼 많은 공격을 받은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50년의 혹독한 담금질 덕택에 이제 다윈의 이론은 가장 막강한 이론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이제 영국인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뉴턴이 아니라 다윈을 꼽는다고 한다.
112. 식물이 가진 고민은 꽃가루를 어떻게 다른 꽃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꽃가루를 다른 꽃에 잘 전달하여 씨를 맺고 나면, 이번엔 그 씨들을 어떻게 더 안전한 곳에 안주시키는가가 문제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멀리 보내라 했던가. 부모 곁은 결코 좋은 자리가 못 된다. 부모의 발밑에 떨어진 씨앗은 부모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부모 역시 자식이 바로 코밑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한다. 이 무슨 애꿎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서 식물들은 자식을 떠나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다.
113. 어떤 식물의 씨앗은 동물의 장을 통과하며 강한 산성 물질에 씻기지 않으면 발아조차 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데 씨앗이 산성 물질 속에서 지나치게 오래 있어서 좋을 리가 없기에 어떤 식물은 열매 속에 설사약을 슬쩍 섞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과 동물의 공진화가 늘 상호 협조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식물은 항상 다른 많은 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곤충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온갖 방어 무기를 개발했다.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곤충이 잘 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온갖 화확 물질로 중무장하여 그들의 공격을 퇴치한다. 고추나 마늘을 비롯한 각종 양념은 다 식물이 동물을 상대로 개발한 생화학 무기이다. 이른바 이차대사물질이라고 부르는 이 화학 물질은 식물의 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물들도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예산을 국방비로 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페니실린도 곰팡이가 세균을 상대로 만들어놓은 생화학 무기를 우리 인간이 빌려 쓰는 것이다.
114. 동물을 겨냥한 식물의 이런 전략들이 인간과 마주치면 그 규모나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승화한다. 불과 1만 년 전만 해도 저 들판 한구석에서 말없이 피고 지던 잡초들이었던 벼, 밀, 보리 등이 오늘날 이 지구에서 가장 막강한 식물들이 된 배경이 무엇인가? 오로지 우리 인간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사과, 튤립, 그리고 마리화나도 마찬가지다. 감자는 이제 우리의 두뇌까지 이용하여 스스로 유전자마저 갈아치운다. 몬산토의 생명과학자들이 개발한 유전적으로 전혀 새로운 감자들이 또다시 이 지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 움직이는 동물을 조종하고 있다. 인간도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랠프 왈도 에머슨은 심지어 잡초를 가리켜 ‘아직 그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식물’이라 했던 모양이다.
193. 책 <텔링 라이즈>는 거짓말이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유형 중의 하나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의사소통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랫동안 의사소통이란 ‘서로에게 유리한’ 느낌. 생각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관점은 1980년대로 접어들며 일군의 행동생태학자들에 의해 확실하게 뒤집힌다. 의사소통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상대를 조종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이 내놓은 새로운 관점이었다. 신호를 보내는 쪽이 뭔가 얻을 게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시도한다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현대 동물행동학은 이제 철저하게 이러한 관점에서 동물들의 의사소통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197. 소통이 성숙한 학문을 만든다.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지식인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4.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DNA는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자기복제의 길을 걸을 것이다. DNA가 이룩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가 인간의 두뇌를 만들어낸 일이다.
(…) 그 뇌가 이제는 섹스 없이도 유전자를 다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DNA는 지금 그토록 오랫동안 이루고자 했던 꿈이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는 걸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207. 복제인간이란 사실 출산 시간이 좀 많이 벌어진 쌍둥이에 불과하다. 몇 초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들의 경우처럼 복제 기술로 태어난 내 늦둥이 쌍둥이 동생도 나와는 다른 인간으로 성장한다. 몸은 복제할 수 있지만 영혼은 복제되지 않는다.
222. ‘아름답다’라는 말이 원래 ‘안다’라는 말에서 파생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알아야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249. 인류 역사에서 볼 때 사실 남성시대는 오래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시작되고 25만 년 동안 남성시대를 꼽아보면 1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렵/채집 시대에도 남성들은 힘을 쓰기 위해 밖으로 나갔겠지만, 사냥은 근육 사용과 비교할 때 효율성이 떨어졌다. 대부분 허탕 치고 집에 돌아와 여자가 차려주는 저녁 밥상을 받으면 어디 큰소리나 칠 수 있었을까. 노동 집약적인 농경 사회가 되면서 부를 축적하고 곳간을 채우면서 비로소 남성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나머지 24만 년은 평등하거나 오히려 밥상 권력을 쥔 여성의 눈치를 보고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다시 근육의 힘으로 돈을 벌지 않는 시대로 돌아왔다.
250.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남성성’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남자다운 것이 도대체 뭘까.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키워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남자다워야 한다.’라는 강박에 시달려왔다. 여성성이 필요한 시대에 남성이 여성화되면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돼쓰면 됐지 손해될 것은 없다. 전쟁으로 국가를 점령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스파르타식으로 굳이 남성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젠 오히려 남성의 여성성이 사회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57. 아트 마크먼은 요즘 스마트해 보이는 사람들이 흔히 하고 있는 다중작업multi-tasking일랑 컴퓨터에게 맡기고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 시대를 위한 일종의 ‘마음 사용 설명서’인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지침을 간단히 정리하면 결국 두 가지이다. 첫째, 고품질의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할 때 그걸 쓸 줄 알아야 한다. 둘째, 그러기 위해 훌륭한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값싼 정보들 말고 진짜 유용한 지식을 얻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 사회에 특별히 값진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우쭐대지만 정작 남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신속하게 뒤지며 즐기는 일만 잘하는 게 우리의 참모습이 아닌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널려 있는 구슬을 꿸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구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남의 구슬을 돈 주며 가져다가 열심히 꿰기만 하고 있다. 너도나도 열심히 인터넷 서핑에만 정신 팔린 이 시점에 진실한 연구와 공부를 하라는 지침이 더 할수 없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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