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만 머리감기/세수하기' 9개월째.
평범하고도 보통스러운 경험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창립을 기념하여
유난스럽게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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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푸족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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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푸족은 샴푸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노푸(NO POO)는 영어 NO와 샴푸의 POO가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 감기를 생활화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로만 머리를 감는다니. 상상이 되시나요? ‘머리가 간지럽고 떡질 것 같아’ 네, 저도 처음엔 이게 가능할까. 너무 급진적인 이야기 아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부터 고대 크로마뇽인도 샴푸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살아온 모태 샴푸족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물로만 머리를 감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간단합니다. 따뜻한 물(35도씨 정도)에 두피를 마사지해주듯 감으면 끝! 머릿기름 제거는 일반적으로 베이킹 소다를 쓰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베이킹 소다 사는게 귀찮아서) 한달에 한번 천연비누로 머리를 감습니다. 노푸를 한다고 새로운 용품을 사야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왜 그렇게 노푸가 화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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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면활성제를 아시나요.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이 접한 '면’을 활성화 시켜 서로 섞일 수 있도록 하는 화학물질입니다. 샴푸의 주성분이 계면활성제인데요. 계면활성제는 비누, 주방세제, 가루비누, 세안제와 같이 생활 모든 곳에서 폭넓게 쓰입니다. 성분상으론 주방세제로 머리를 감는 것이나, 샴푸로 설거지를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계면활성제가 하수구로 흘러가 생태계에 일으키는 악영향은 익히 알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제와 샴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생태계는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몸은 괜찮은 걸까요? 정말 안녕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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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홍세용, 순천향대학병원 농약중독연구소 교수)에서도 외국에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미국 독성학 연구에 따르면 계면활성제는 피부를 통해 쉽게 흡수되며, 심장, 간, 폐, 그리고 뇌에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체내에 5일정도 머문다고 하는데요. 계면활성제가 인체에 축적되었을 경우, 습진, 아토피 피부염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체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고, 이 현상이 반복되면 암이나 만성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색해본 결과 이에 맞서 업계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샴푸용 계면활성제는 공업용 혹은 농업용 계면활성제와 다르기 때문에 괜찮다’, '샴푸는 머리를 감은 후 물로 헹구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어떤 말을 믿을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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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푸의 장점은?
주변에 계신 분들은 제게 묻곤 합니다. 그래서 뭐가 좋냐고. 네,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샴푸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익히 잘 아실테니, 여기서는 몸의 변화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우선, 머리카락이 덜 빠집니다. 이건 주변 노푸족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인데요. 평소보다 하수구에 머릿카락이 적게 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발이 두꺼워집니다. 모발이 왜 건강해지는 걸까요.‘노푸’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우츠키 류이치의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은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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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는 모발과 두피에 있는 피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두피에 필요한 피지마저 송두리째 없애기 때문에 오히려 피지샘이 지나치게 발달하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그 결과 머리카락으로 공급되어야 할 영양분이 피지샘으로 흡수되어버려 머리카락이 영양부족 상태에 빠지고 굵은 머리카락이 가늘고 짧은 솜털 머리카락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샴푸의 계면활성제에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세포독성'이 있으며, 피부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두피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샴푸를 끊고 물로만 머리 감기를 실천하기만 해도 대부분 이러한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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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고 마지막 장점은 편하다는 겁니다. 어디서나 머리를 감을 수 있다는 해방감, 늦잠에도 무난히 대처할 수 있는 신속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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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노푸를 시작하게 되었나.
노푸를 시작한지 어느덧 9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안정기에 접어든 노푸계의 초짜라 할 수 있죠. 저는 사실 샴푸 안쓰기보다 세안제 안쓰기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는데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빼(씻)고 더할(바를)거면 무엇하러 씻지?” 천생 게으름뱅이가 당연히 생각해낼 알고리즘이었죠. 그래서 세안제 없이 물로만 씻고 스킨도 로션도 안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와우... 놀라지마세요.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엄마 말처럼 낯짝이 두꺼워서일까요...). 그리고 어느 날 노푸족 친구로부터 노푸 이야기를 들었고, 자연스럽게 노푸를 시작했습니다. 노푸를 시작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 2주가 고비입니다. 저도 고비였죠. 저녁무렵 머리가 간지럽고 답답하죠. 샴푸에 익숙해져있던 두피는 샴푸를 안해도 샴푸하던 때에 맞춰 머릿기름을 뿜어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고비가 초기에 오는 게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만 넘기면 안정기가 찾아오거든요. 가끔은 머리에 헤어왁스를 발라 멋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럴 땐 베이킹 소다나 천연비누 같은 방법으로 머리를 감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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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까요. 내 몸의 자정능력을 버림으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지. 아무런 비판없이 기업에게 내 건강을 맡기는 것이 누구에게 좋은 일인지. 당연했던 것에 대한 질문.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잘하고 계시겠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 에너지, 공기, 물, 먹거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우리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말입니다. 오늘 우리 두피에게, 우리가 마시는 물에게 ‘노푸’ 한번 선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사진은 천원주고 산 모이를 새들에게 해맑게 주고 있는 저랄까. 글과 전혀 관계없는 사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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