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생각의 힘 덕택이다. 그런데 생각의 힘은 언어에서 나온다. 사람은 언어를 활용해서 체계적이고 깊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34. 길이가 짧은 문장은 당연히 간결하다. 전달하려는 뜻도 명료해 보인다. 그렇게 읽힌다. 그러므로 장점이 많다. 문장 자체가 생각의 단위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문장으로는 가급적 하나의 사실이나 생각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
36. 짧게 끊어 쓰면 좋을 텐데 아직도 많은 이들은 문장을 길게 늘여 빼서 쓰는 습관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길게 써야 문장의 품격이 높아진다는 그릇된 인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법률 관련 문건들의 경우는 대단히 심각하다. 하지만 문장의 권위는 길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모양이나 뜻이 같은 말을 겹쳐 사용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싸매고 아무리 애를 쓰며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아다'와 같은 문장이 그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애를 쓰며',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와 같은 말은 모양만 다를 뿐 뜻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았다'라고 써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전달하려는 뜻을 힘주어 강조하거나 멋스럽게 표현하느라고 문장을 길게 늘여 쓴 예인데 이는 반드시 버려야 할 습관이다.
셋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각이나 사실을 마구 늘어놓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친구와 함께 강가로 낚시를 하러 갔는데 수심이 아주 깊은 그 강에는 큰 물고기가 아주 많다고 들었지만 저녁 무렵에 아주 큰 친구 아버지의 어망에는 손바닥만 한 붕어 세 마리만 잡은 짧은 낚싯대였다'와 같은 문장이 그것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정돈하지 않고 쓰면 문장이 길어진다. 주어와 서술어가 뒤죽박죽인 비문이 되기도 쉽다. 이 또한 문장을 간결하게 써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63. '떡두꺼비 같은 아들'은 '달덩이 같은 딸'이나 '꽃처럼 예쁜 여자'처럼 우리 눈에 익숙해진 꾸밈말이다. 이런 표현을 '죽은 비유'라고 하는데, 쓰지 않는게 차라리 낫다.
이에 비하면 '떡두꺼비 같은 딸'이나 '달덩이 같은 아들'은 좀 우스꽝스럽지만 적어도 새로운 맛은 있다.
77. '테레사는 밤 1시 반경 집에 왔다. 욕실에 들어가 파자마를 입고 토마스의 곁에 누웠다. 토마스는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 위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얼굴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그의 머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코를 실룩거리며 냄새를 몇 번이고 맡았다. 마치 개처럼 그녀는 그의 머리를 사방으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알아냈다.'
예문은 모두 아홉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레사'라고 하는 인물이 집으로 돌아와서 벌이는 행동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묘사하고 있는데 그 문체가 매우 간결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예문에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부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이걸 읽는 독자는 작가의 의도대로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에 막힘없이 몰입할 수 있다. 이런 걸 '문체의 효과'라고 한다.
85. 문장도 예외가 아니다. 문법에 맞도록 쓰는 거야 당연히 중요하지만, 가급적이면 읽기 편하고 읽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86. 좋은 문장을 쓰려면 이 조사와 어미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88. '~에게'와 '~에'도 가려 써야 한다. 조사 '~에게'는 '친구에게', '강아지에게'와 같이 대상이 유정물인 경우에만 쓴다. 반면 '화분에 물을 주었다'와 같이 대상이 무정물일 때는 '~에게'가 아니라 '~에'를 써야 어법에 맞는다.
'어떻게 하면 풍부한 느낌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구절의 '~며'는 모음 또는 'ㄹ'로 끝나는 어간에 붙어서 둘 이상의 사물, 동작, 상태 등을 나열할 때 쓰는 연결어미다. '느낌을 가지'는 것은 살아가는 모습을 가리킬 뿐 둘 이상을 나열하는 뜻은 없다. '가지며'는 '가지고'나 '갖고'로 바꿔 써야 옳다.
99. 사실 글이란 본디 메마르고 딱딱한 것이어서 읽을 맛이 나는 문장을 쓰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그런데 문장에 간장을 붓거나 마늘씨를 찧어 넣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문장의 맛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104. 모양이 같은 단어나 구절을 반복해서 쓴 문장은 읽는 이의 원활한 독서행위를 방해한다. 같은 말이라도 얼마든지 변화 있게 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도 발휘할 수 있다. 독창적인 문체 또한 문장에 변화를 주는 데서 얻어진다.
106. 바로 다음 말을 구미지 않을 때도 반점을 쓴다. '나는 어제 내가 좋아하는 현주의 동생 며우를 만났다'라는 문장의 경우 '나'가 좋아하는 사람은 '현주'다. '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명주'라면 '나는 어제 내가 좋아하는, 현주의 동생 명주를 만났다'라고 써야 한다. 이처럼 반점은 전하려는 뜻까지 바꾸기도 한다.
107. '진취적 행동, 이는 청소년의 덕목이다', '정직, 이거야말로 자기발전의 원동력이다'와 같이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서 맨 앞에 둔 제시어 다음에도 반점을 쓴다. 도치된 문장 사이에도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친구라면.'과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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