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피핀은 그 눈에 대한 첫인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 눈의 안쪽에는 여러 시대에 걸친 기억과 오랫동안 꾸준히 사고로 가득 찬 거대한 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동자는 거대한 나무의 바깥쪽 잎새에 부딪히는 햇살처럼, 또는 아주 깊은 호수의 잔물결처럼 현재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지상에서 자라는 어떤 것, 잠들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또는 자신을 뿌리와 나뭇잎 사이나 깊은 대지와 하늘 사이의 어떤 것으로 느끼는 그것이 갑자기 깨어나서는, 무한한 세월에 걸쳐 자기 내면의 일에 쏟아온 바로 그 느긋한 관심의 눈길로 지금 우리를 살펴보는 것 같았다.’

난 내가 안다고 생각하던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배웠지. 멀리 떨어진 많은 것들은 볼 수 있었지만 바로 가까이 있는 많은 사실들은 볼 수가 없었어. 

그것들은 산 위에 내리는 비처럼, 초원을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 버렸네. 
그 시절은 구릉지대 뒤 서편으로 기울어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네.
누가 불타는 죽은 숲의 연기를 거둘 것인가.

대개는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이었다. 그 목소리가 하는 말은 모두 합당하고 현명하게 들렸으며, 따라서 자신들도 그렇게 현명해 보이기 위해 당장 그에 동의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그 목소리와 대조되어 더욱 투박하고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 만일 그 목소리를 거부하는 자들이 있으면, 주문에 걸려든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 어떤 이에겐 그 목소리의 주문이 그들 자신에게 말하는 동안에만 마법이 지속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그 목소리를 듣고 취하는 동안에는 마법사의 계략을 환히 들여다본 것처럼 빙그레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매혹되고 말았다. 그 목소리의 주문에 정복당한 사람들은 그 목소리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도 마법이 지속되어 그 부드러운 소리가 자신에게 속삭이며 재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고도 동요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정신과 의지를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목소리의 지배자가 통제하는 한 누구라도 그 목소리가 간청하고 명령하는 바를 물리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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