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말) 마침내 <반지의 제왕>이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작품의 동기와 의미에 관해 독자들로부터 많은 의견이나 추측을 받기도 했는데, 이에 관련하여 여기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일차적인 동기는 정말로 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욕망이었다. 읽는 이의 관심을 끌어, 그들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고, 때로는 흥분 시키기도 하고 또 깊은 감동까지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무엇이 재미있고 또 감동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내가 지침으로 삼은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감각뿐이었고, 그 지침은 종종 많은 이들에게 틀렸다는 판정을 받았다.

 알레고리나 시사적 언급을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이나 생각에 따라 다른 식의 각색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방식이든 알레고리는 정말로 싫어하며, 나이가 들어 그것의 존재를 간파할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러워진 뒤로는 항상 그렇게 해 왔다. 나는 독자들의 사고와 경험에 대해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지닌 역사를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더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적용 가능성’과 ‘알레고리’를 혼동한다. 전자는 독자의 자유에 근거하고 있지만, 후자는 작가의 의도적인 지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작가는 물론 자신의 경험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이야기의 맹아가 경험이라는 토양을 활용하는 방법은 엄청나게 복합적이고, 또 그 과정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는 기껏해야 부적절하고 애매모호한 증거로부터의 추측에 불과하다. (…) 전쟁의 억압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전쟁의 그림자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아야 한다.


그들은 대장간의 풀무나 물방앗간, 베틀보다 복잡한 기계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잘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연장을 다루는 솜씨는 뛰어나다. 심지어 예날에도 그들은 ‘큰사람들(그들이 우리를 부르는 이름)’을 보면 대체로 겁을 먹었고 지금도 우리를 만나면 놀라서 피한다. 그래서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은 청각과 시각이 예민하고, 또 몸이 통통하고 쓸데없이 서두르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동작은 민첩하고 재치가 넘친다. 그들은 만나고 싶지 않은 덩치 큰 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면 재빨리 소리 없이 사라지는 방법을 일찍부터 터득했고, 그들은 이 기술을 인간들의 눈에는 마법으로 보일 정도로까지 발전시켰다. 하지만 실제로 호빗들이 무슨 마법을 공부한 적은 없다. 다만 사람들 눈을 잘 피하는 것은 오로지 타고난 자질에다 숙련, 그리고 대지와 깊숙한 친교로 인해 몸집이 크고 어설픈 종족들은 모방할 수 없을 만큼 전문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프로도, 인간들은 위대한 반지들 중 하나만 가져도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어. 물론 더 성장하거나 힘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죽지 않고 생명이 유지되는데, 그러다가 결국은 순간순간이 권태로워지지.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자기 형체를 감추기 위해 반지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몸이 점점 ‘소멸’되지. 그러다가는 영원히 우리 눈앞에서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반지를 지배하는 악의 세력이 감시하는 미명의 지대를 헤매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말이야. 혹 의지력이 강하거나 원래 선량한 사람이라면 그 순간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이나 선량함이라는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일세. 결국엔 악의 세력에 사로잡히고 만다는 것이지.

그것들은 깊은 심연에서 튀어나온 듯 아득하면서도 대단히 밝은 빛을 뿜고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젯밤 이후로 제 자신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야가 좀 트였다고 할까요? 저는 우리가 매우 먼 길을, 어둠 속으로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요정이나 용이나 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저 자신도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일이 끝나기 전에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은 샤이어가 아니라 저 바깥세상에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 일을 끝까지 해내고 말 거예요.

지금 까지의 그의 삶은 뒤편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앞에는  어두운 모험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졸음이 땅에서 기어나와 다리로 기어오르는 듯했고, 공중에서도 내려와 슬며시 그들 머리와 눈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의 늙은 발 밑에는 대지가 있고, 그의 손가락 위에는 흙이 있고, 그의 뼛속에는 지혜가 있고 그의 두 눈은 열려 있네.”

밤은 자신이 잃어버린 아침을 비난하고 있었고 추위는 자신이 갈망하는 더위를 증오하고 있었다.

황금이라고 해서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방랑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속이 강한 사람은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깊은 뿌리는 서리의 해를 입지 않는다.
잿더미 속에서 불씨가 살아날 것이며,
어둠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올 것이다.

그의 머리 위로 별이 빛나는 검은 하늘이 숨죽이고 있었다.

절망이나 어리석음이라고요? 절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절망이란 의심할 바 없는 끝장을 바라보는 이에게만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본 뒤 남는 필연을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지혜입니다. 거짓된 희망에 매달리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우둔하게 보이겠지요. 좋습니다. 우리의 겉모습, 적의 눈에 보이는 가면은 어리석음이라 합시다! 왜냐하면 그는 매우 현명하니까 자신의 악의 저울로 모든 일을 정확하게 측정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척도는 욕망, 오직 권력을 향한 욕망뿐입니다. 그는 타인의 생각을 모두 그런 척도록 판단합니다. 어느 누가 반지를 거부한다거나, 우리가 그 반지를 파괴하리라는 것을 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매우 어려운 길이지요. 하지만 강한 이나 지혜로운 이는 멀리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강한 자만큼의 희망을 가진 약한 이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것은 사실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에 닿고 있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일들을 하는 겁니다.”

'만나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귀] 반지의 제왕 2-1. 두 개의 탑  (0) 2014.01.26
글귀] 반지의 제왕 1-2. 반지원정대  (0) 2014.01.26
(책) 청춘의 문장들  (0) 2013.08.21
(책) 스틱!  (0) 2013.08.21
(책)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0) 2013.08.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