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여기서 과연 편집기자는 어떤 기준과 원칙 아래 지면 구성을 할까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핵심 기준은 취재부장이 넘긴 기사들 가운데 어느 기사가 더 가치 있고 어느 기사는 빠져도 되는지에 대한 편집자의 가치판단력이다. 편집기자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지면을 더 많이 점유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표제 작성에서도 기사 가운데 어떤 내용을 주표제로 드러낼 것인지가 중요하며, 여기에 편집자의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뉴스가치 판단이야말로 편집의 생명이다. 편집이 철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96. 신문을 볼 때 표제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표제와 기사 사이, 그리고 기사와 진실의 차이점을 염두에 두면서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노동문제는 경제계의 움직임과 서로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다. 대체로 노동쟁의 보도는 경제계의 동향을 전하는 경제면의 기사들과 연관지어 읽어야 사태의 진행 과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97. ‘입체적’ 신문 읽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증권투자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신문 지면 곳곳을 들춰가며 경제적 동향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사소한 움직임이나 국제적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 어떤 기사가 사회면이나 경제면에 실렸다고 해서 그 기사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신문 독법이 아니다. 특히 그 사안에 대해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의 동향을 다른 지면까지 들춰가며 독자들 스스로 찾아보는 슬기도 갖춰야 한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관련 기사가 어떤 면에 있다는 것을 기사 중에 알려준다. 그 관련기사들을 찾아 읽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독자들이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때론 문화면에 실린 최근 문학작품 경향 기사를 통해 사회 전반의 흐름을 엿보기도 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나가려는 움직임을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의 동향과 연관지어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각기 문화면이나 사회면 또는 정치면 기사들로 한정하여 읽는다면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은 불가능할 것이다.
113. 신문 편집의 결정권이 권력에 있다면, 그리고 언론이 권력의 보도지침을 충실히 따른다면, 언론이 존재할 이유는 전혀 없다. 권력의 홍보지만 있으면 충분할 터이다.
그러나 권력은 단지 ‘홍보지’만을 원하지 않는다. 외면상 언론보도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국민을 속일 필요가 있다. 정치 권력에서 독립되어 있다고 알려진 언론을 국민을 통제하는 방법이 권력의 홍보지를 통해 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
119. 부자신문들이 틈날 때마다 남북화해 분위기를 저해한 배경에는 안보불안감과 냉전의식을 부추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부자신문들이 심지어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데 있다.
120. 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을 공론화해서 해결해나가는 게 본연의 과제인 언론이 오히려 고질적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121. 현명한 독자라면 보고 있는 지면 뒤에 숨어 있는 정치권력과 신문 사이의 역학관계도 입체적으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 지면은 요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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