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난 이야기.


이미 열흘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고아원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


그날은 고아원 옆 너른 공터에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마음껏 뛰놀 운동장이 완성된 날이였다.


운동장 오픈 기념 축구를 하게 되었다.

오케이! 왕년에 동네똥볼 좀 찼던 내가 아니던가.

'내 실력을 보여주마...'

하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

내가 봐도 어른스런 생각

 ㅡ '나-어른-라는 불균형을 만들 수 없지'ㅡ

이 들었고, 나는 심판을 보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했다. 훨씬.

냅다 차고 들입다 뛰는 축구가 아닌

패스가 있는 축구를 구사했다.


어느새 한 팀이 18대 8 점으로 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녀석들이 임의로 팀을 바꾸어

실력이 불균형해진 것이었다.


괘씸한 뇨석들.

나는 지고 있는 팀의

선수로 들어갔다.


20분 후.


점수는 21대 8.

나-어른?-는 전혀 불균형의 요인이

될 수 없었다는걸 깨달았다.

나의 자만.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나한테 자꾸

깐족거리고 있는 이 꼬맹이...


아 진심 궁서체로 총알슛을 날려주고 싶었다.


이미 열흘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문득 생각나서 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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