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나는 직업 군인이었다. 안정된 직장이 있었고 승진을 했다. 공부가 하고 싶어 야간대학에 갔고, 집과 차를 가졌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마음껏 사랑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나를 채워주진 못했다. 2014년 2월 군대를 떠났다. 기세좋게 전역했지만, 10년의 관성을 벗어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역을 극구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했다. 전역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사실을 나중에 통보했다. 아버지는 의절을 선언하셨다. 6개월 동안 부자간에 대화는 없었다.

전역 한 달 후, 유서를 썼다. 그리고 배낭을 쌌다. 길 위에서 죽는다면 그곳까지가 내 운인 것이다. 동해항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지금이야 개울물 흐르듯 순조로웠다 말하지만, 그날 그날 맞이했던 시간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시간이었다. 작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져야 했고 막다른 길에서는 새로운 길을 만날때까지 돌아가야 했다.
ㅡ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프롤로그>중
.
부끄럽게도 저희 와우의 이야기가
여행기로 묶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주말이 지나는 동안 영제가 홍성에 왔다.
.
영제는 치킨을 얻어먹고 싶어했고
나는 영제에게 술집 서빙을 시켰다.
영제는 내 자전거를 서울로 가져갔고
나는 그동안 탐내오던 영제의 아이패드를 받았다.
오고가는 모략과 주고받는 단물
누구누구 단물이 먼저 빠지나.
서로 챙길건 다 챙겼기에 
'당분간 만날일 없네요' 사진으로 마무리.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에겐
출간 기념으로 방문한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P.S. 책구매 링크를 붙인다.
마지막 단물은 여기에 넣는걸로. 
10권이다 이영제.

세계 배낭 여행 이집트

겨울이지만 몸을 움직여야겠다
싶어 수영장에 다녔다.
초딩시절 수영을 배운 깜냥이 있어
나는 곧장 초급반 조오련이 되었다.

"저 신입, 25m를 쉬지않고 가다니!"
“한 번 호흡에 4번 팔을 젓다니!"
후훗, 이런 수근거림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근거없는 존재감을 느끼며 수영장을 다녔다.
그래 난 짱이야
.
물을 가르며 영제 생각이 났다.
영제는 대단한 놈이었다.
수영 마스터 영제.
영제는 수영을 꾸준히 했다.
인도 여행 당시 영제의 접영을 보았다.
산자락 밑에 있는 수영장에서 였다.
수영장은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을 모아서 사용했다.
폭은 30m쯤.
해발고도 1,700m의 계곡물은
두개골은 그냥 쪼개버릴 듯 차가웠다.
잠깐만 있어도 입이 딱딱 부딪쳤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잠깐 들어가기만 할 뿐 수영은 하지 않았다.
.
"수영의 꽃(접영)을 보여줄게” 영제가 말했다.
다이빙을 한 영제는 잠영을 시작했다.
접영을 보여준다던 영제는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왕복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곤 배영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드디어 접영을 시작했다.
물 만난 물고기라지만
물고기에게도 적정온도는 있을텐데.
'이 차가운 물에서 저런 객기를...'
굳이 다이빙->잠영->자유형->배영->접영의 과정을 거친 영제.
영제가 물밖으로 나왔다. 입술이 퍼랬다.
턱을 덜덜 떠는 영제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접영을 보여줬어도 되는거 아냐?"
“그럼 극적인 멋이 안 살잖아"
“아..."
그날 영제의 극적인 멋은 아무도 보지 않았다.
.
내 수영자세를 보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을 빼는 연습을 하세요."
그제야 힘이 빡 들어가 있는 몸이 느껴졌다.
특히 호흡을 위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손끝에서 발끝까지 뻣뻣해졌다. 
어쩐지 목엔 담이 왔는데 이거 때문이로구나.
흐느적흐느적 팔을 젓고
흐느적흐느적 다리를 젓는 연습을 했다.
.
흐느적흐너적
물을 마셔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70번의 꺼절과
1번의 믿음.
여행기 출간계약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여행기를 다 쓸 때까지 여행을 끝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1년.
드디어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고를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하, 이걸 정말 내가 썼단 말인가...
사춘기 시절 일기를 보는 기분이야.
부끄러운 수준의 글에 얼굴이 빨개진다.
글을 고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노트북을 덮은지 한 달.
그덕인지 지난 주 장염이 왔다.
.
어원에 따르면,
‘힘’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힘든다’고 말하고
‘힘’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힘낸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시간이 갈수록 과하게 힘을 들이는 것
그러다 끊어져버리는 것. 내 오랜 성정이었다.
새해도 지났겠다. 떡국도 먹었겠다.
이제는 더 잔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을 빼고, 책상에 앉아서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힘이 들어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꽃피는 5월, 책으로 뵙겠습니다.



그래 이런 일도 있었지...


항공기 정비사는 

자전거 빵꾸도 때울 수 있을것인가


변태 폭포와의 만남

무시무시한 가시와의 만남

가가멜 영제를 개과천선 시키기 위한

말썽 맹공은 계속되는데...

영제는 과연 자신의 사악함(?)을 

지킬 수 있을것인가.


말썽 하나, 깨달음 하나


그리스 아테네 이스탄불 자전거 여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본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어떠한 모습이 되고싶어

그렇게 되려 노력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까?


'천방지축 덜렁이’가 진정한 나의 모습이고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

‘나’다운 아름다움이

가장 청춘다운 아름다움이다.


이집트 카이로 여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때론 뒤를 돌아봐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운명의 선물이지요.

영제의 허세 섞인 말투가
사실은 장난이었다는 걸,
영제의 일차적으로 보이는 단순함들이
순수함에서 나왔다는 걸,
여행이 끝난지 9개월이 되어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영제는 물과 같은 친구입니다.
자기 말로는 아는 게 없어서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제는
어느 그릇에도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제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다는 걸
이제야 고백합니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영제가 있던 그 시간들이, 지금 
뒤돌아보고서야 빛나던 시간들이라는 걸...
그 의미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스탄불 그리스 아테네 터키 배낭여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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