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호호 41기 모습(2)...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기억으로만 돌아보는 작은집 건축학교 41기 모습.

3일째, 벽체와 지붕을 완성했다.

전체 공정의 1/3뿐이라지만, 감개무량.

 

1반 감리사 역할을 해주신 박병수 반장님.

20대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놀라웠던 박 반장님...

눈이 부리부리해서 오해.

직업상 현장 경험이 많은 덕에 아는게 많고,

그때그때 작업 내용도, 과정도, 빠르게 간파해서 교육 중 감리사로 불렸다.

41기 우리끼리 앙케이트(17명 참가) "혼자서도 집 지을 것 같은 사람" 부문

무려 3위에 뽑혔다.

사다리 위에서 벽체 고정 중인 박 반장님

(다른 사람들은 작업 설명을 듣는 와중에)

항상 제일 먼저 작업에 뛰어들던 박 반장님

(외로움과 고독이 섞여 보였으나)

임팩과 75mm 나사 박스 하나 들고 앞서는 뒷모습이 듬직했달까.

실제로 덩치도 좋다.

나는 반장님의 사다리를 잡았다.

하지만 75mm 나사는 긴 탓에 드릴을 정확히 대지 않으면 헛돌기 마련이다.

임팩 좀 박아본 사람은 알지만, 사다리 위에서는 직각으로 임팩하기가 어렵다.

"드드득" 임팩이 계속 헛돌았다.

지켜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일 없는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킨다.

반장님의 부리부리한 눈이 말없이 꿈틀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진한 인상이 더 매섭게 보인다.

급한 성격탓인지, 오랜 현장 생활탓인지

반장님은 '요건만 간단히-말투'를 쓴다.

"임팩!" "피스!"

짧고 굵은 어투는 반장님을 더욱 화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드드득"

나사 헛(도는)소리가 학교에 울렸습니다.

힘이 빠질 수록 헛(도는)소리는 더 커졌지요.

반장님은 눈을 더 부라렸다.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반장님이 자기 자신에게 화가난 것인지, 끝이 무딘 임팩에 화가 난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왠지 나도 진땀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나는 목이 긴 나사못을 탓하기로 했다.

 

강마루 본드 작업을 감리 중인 반장님

작은집 학교는 밤에도 일정이 있다.

딱 하루, 자유 시간이 있는 밤이 있었다.

41기는 덕산면 소재지 치킨집으로 간 것이다.

아차, 앞 접시를 가져오는 사이.

반장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시원한 밤, 에어컨도 돌았지만,

진땀이 난다. 사다리를 잡던 시간처럼.

치킨과 맥주, 감자튀김과 케찹이 추가되고 자리도 무르익었다.

반장님은 술을 좋아하셨다.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흔히 저지르듯

술을 마시지 않은 나는

반장님의 비밀을 알게 됐다.

반장님은 화난게 아니라 눈이 나쁜것 뿐이었다는...

집중해서 보려고 눈을 찌푸려야 한다는 그것, 노안.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기 보고 화났냐고 묻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랬다. 화나고 짜증난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작업에 집중하려던 것이 남들에겐 그렇게 보인 것뿐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인가.

그렇게 반장님과의 회포는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진땀이 나지 않는, 내게도 시원한 밤이 찾아온 것입니다.

...

남모르게 홀로 작업 현장의 피스 조각과 위험물을

치우며 안전 사고를 예방했던, 안전 수칙과 작업방법들을 '친절히'

알려준 박병수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ㅎ

 

 

화난게 아니고 눈이 나쁜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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