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재로도 접착제로도 쓰이는 폼, 벽체와 벽체를 붙일 때도 쏜다.
혼자서라면 잘 했을텐데, 쳐다보면 될 일도 안된다는 작은집 학교의 법칙.
아니 어쩌면 들키지 않은 실수는 진짜 실수가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돌아보는 지난 7월 교육의 추억.
(짓는 과정이라거나 기술에 대한 내용은 없음)
학교 수업은 2개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봉연이형은 나와 같은 1반.
형은 육아휴직 중이었다.
기술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여러모로 쭈그리였던 나와
주로 같은 조에 속했다.(반에서도 조를 나뉘어 수업을 진행한다)
세상 샌님인 것은 나 하나로 족한데,
초보인 것은 봉연이형도 마찬가지였다.
고수들이 앞 작업에 먼저 선발되어 나가면,
초보들이 남겨지기 마련. 남겨진 자들끼리 조를 꾸렸으니...
초보들로 구성된 우리 조는 그야말로 변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지만 말을 못 알아듣는게 우리의 문제였다.
설계도를 보지 못하는 이곳은 혼돈이요,
설계도와 다른 집을 만들어내는 창세기이기도 했다.
덕분인지 선생님이 전담 마크해주었지만, 틈만 보이면 다른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정부와 전제정치 사이를 오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봉연이 형에게 세상 아는 모든 것을 끌어모아
아는 체를 해댔다.
목공 나사와 철판 나사의 차이, 그라인더 사용법, 구구절절,
심지어 에어릴 감는 법까지.
"형 이건 말이죠. 이렇게 당겼다 놓으면 감겨요."
그렇다. 아는 체의 쾌감은 참 달았다.
세상 의미가 여기있달까.
물론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점점 빠져드는 달콤함.
"아, 그래요?"라며
아는 체를 조용히 '들어 준' 봉연이형의 인자한 미소.
지금도 입이 달싹인다. 핡.
수료식날 봉연이형은 몸으로 하는 일의 기쁨을 흠뻑 느꼈다고,
육아 휴직이 끝나기 전에 집을 짓는 동기가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공언했다.
봉연이형을 만날 생각을 하니 입이 또 근질거린다.
일주일 교육을 마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회비가 남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수 회비는 자율적으로 거둬 간식이라거나, 수료파티에 쓴다.
계산 착오로 공금이 남은 것이다.
(회비가 남아있으면 대표 임기가 끝나지 않으므로
회비를 어서 없애고 싶었다.)
작은집 학교에 공구를 기증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아름다운 동의가 이어졌다.
작은집 학교 강사이신 '족장'님께서 필요한게 있다고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 봉연이 형이 물었다. 그리고는
임팩과 그라인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앗, 깜빡 넘어갈뻔 했다.
자기가 갖고 싶다는 말이었다.
구렁이 담넘어 간다더니,
구렁이가 여기 있었다.
그 순수했던 봉연이형 속에 이런 똬리가 있을줄이야...
머리 검은 짐승에 대해 당부하신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투표로 최종 의사를 결정했다.
목수 꿈나무 봉연이형에게 투자하고 싶었습니다만,
권선징악, 사필귀정이랄까요.
박빙의 투표는 아쉽게도 10표 차이로 판가름 났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에 투표한다고 누군가 말했던거 같기도 하다.
꿈나무 보다는 학교를 선택한 하하호호 41기의 우애.
작은집 학교에서 "41기 증"를 보시거든 꿈나무 봉연이형을 한번쯤 생각해주시길
바라며 오늘의 추억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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