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글쓰기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글이 쌓여가려면 어느 정도 분량이 있어야 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내 의도를 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쓰는 것도 아니고 안 쓰는 것도 아닌 상태로는 미련만 커졌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동네 형에게 연락하여 함께 글을 쓰자고 했다. 지역 언론 일을 하는 형이었다.

형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모임이 성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 뒤의 일들은 없었을 것이다.

2020년 3월쯤부터 시작됐고, 우린 매주 1번 모였다. 농번기(텃밭생활장인 나도 이땐 나름 바쁘다)가 되기 전까지

2개월 정도를 바짝 이어가는 것이 계획이었다. 이정도면 책이 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맹랑한 생각이었다.

각자 쓰고자 하는 내용대로 1장씩 써오기로 했다. 두 사람이 모이니 한 명이 못와도 모임은 모임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초반)불이 붙었던 우리는 그 다음날이라도 만나가며 모임을 지속했다. 급기야 주2번씩 모이자고 했다...

이와중에 나는 그림 모임까지 만들어서(이것도 2명이 전부였다) 돼지 그림을 그려댔다.

불꽃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써와서 읽기로 했던 모임은 점차 쓰는 시간으로 바꼈다.

누가 사정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모임은 연기되었다. 

그럼에도 모임은 지속되었다. 약간의 조정을 거쳤다. 횟수도 다시 1번으로 바꼈다.

그림 모임과 글쓰기 모임은 합병되었다. (모임원은 두 명에서 세 명이 되었다!)

우리 모임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말은 '마감'의 필요였다. 마감이 일을 만들었다. (아,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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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알게 된 것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였다.

동네 형의 권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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