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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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털기
신나서 열일하던 그는
곧 더위를 먹습니다.

넘치는 의욕은 지혜롭게 써야 합니다
오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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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백만 번 털고 나서
드디어 탈곡을 시작했다.
몇 됫박 달라는 동네분들께
공수표 쓸 땐 좋았지.
그래 그때가 좋았지.
쏟아지는 농삿일을 핑계로
보리를 미루고 미루었던 것은
보리 수확이 내겐 너무 크고 거대한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쫄려)
마늘, 양파, 감자 캐고 매실 따대며
작업을 미루어 왔다.
보릿고개(보리의 머리)는 점점 꺾이는데
불똥은 밑에서부터 말라가는데
이놈들 어떻게 털어야 되나
온갖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백 번의 계획보다 한 번의 도리깨질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태고의 진리.

턴다.
한번의 도리깨질로
보리 알곡 수백이 튀어오른다.
그 손맛은
어쩌면 춘추전국시대 적진에 뛰어든
관운장의 언월도이며
그 서슬은
군대 맞고참이 선사해준 오금저림을
떠오르게 한다.

따갑다.
보리수염은 길고 탱탱하다.
제 어미로부터 멀리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자 함인데,
옷과 옷 사이로,
섬유와 섬유 사이로, 피부로,
내 가슴에 안긴다. 아오.
불쾌함과 고통은 도리깨질로
승화되고
도리깨질은 다음 고통을
튀어오르게 한다.
네, 다음 수염

도리깨질은 승무가 된다.
무의식에 잠들어있던 노동요가 절로 나온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부는 갈대숲을 지나'
호흡이 딸려 두 소절 이상 부르지 않는다.
가빠진 숨으로 박자가 꼬인다.
엉킨 박자는 무릎과 어깨와 손목,
나아가 도리깨로 이어지는 긴 행렬에
전달된다.
툭, 도리깨 발가락 하나가 떨어졌다.
도리깨가 보리 대신 자기를 털었다.
내 발이 내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한 것처럼.
4개 발가락 중 하나만큼 능율이 떨어졌다.
이어지는 승무.
툭, 다시 두번째 발가락이 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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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을 달아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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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 묶어둔 염생이 얌얌
50cm 또랑 사이를 뛰놀다
원산폭격을 하였습니다

자신감을 잃어 오늘은 더이상
또랑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빠에게 안겨 집에 돌아갔습니다.
(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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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흑맥주(호호에일 no.20)
부자 삼대 못 간다더니
많아 보였던 민들레뿌리도 탕진하다보니
올해 마지막 민들레 맥주..
흑맥주스러운(어두운)느낌을 위해 보리를 살짝 태웠다.
약 냄새 같기도 하면서 신향이 나는
민들레의 독특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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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사이에 옥수수
키큰 식물과 땅속 식물 섞어심기
이름하여 세자매농법
(호박이 있어야 세자매가 완성이지만,
거기까지는 보스의 허락을 받지 못함)
오늘도 샌님은 책에서 배운대로
호미를 쥐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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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와 난장이 강남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