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인 때문에
초가삼간은 불타는데
게으르게 심은 수박이
말년(늦더위)에 빛을 보리라고
남몰래 기뻐하였다.

보름달 수박을 기다리며 볏짚을 넓게 깔았다.
긴 가뭄을 지내고 맺은 열매는,
늦장마의 습기를 이겨내었다.
이제 커질 일만 남은거야.
엉덩이가 하얘질라 틈틈이 뒤집어 주었다.
해를 못볼라 주변 풀도 베어주니...
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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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림
애벌 삶은 고기를 잘게 찢어
간장 붓고 조청 넣어 설탕과 고추로 마무리

간 맞춰 조리기만 하면 된다는데
장조림은 처음이라...마음이 동동
냄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콸콸
가열찬 기세에 간장이 과했다.
짜다... 바로 소심해진다.
조청 떠넣으며 간보고
생강가루 한꼬집씩 넣으며 또 간보고
조금 졸였으니 간보고
..
고기를 졸이는 건지
내 혀를 졸이는 건지
간장맛이 입에 배어 느글거린다.
모든 재료를 쏟아 넣었다.
하지만 끝내 아쉽다.

엄마의 장조림
그 맛에서 뭔가 부족하다.
어릴 때 편도체에 입력된 엄마의 손맛이
나의 '표준-장조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첫번째 집은 따와네

시험 작동한 두 난로를 설치합니다.

두 집 모두 부엌에 설치하는데요. 따와네 부엌은 연도(연기)가 한번 꺾어서 나갑니다.

연도를 새지 않게 설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소년단 모두 출동.

 

실제보다 격노동이 진행되는 얼굴들
역시 시험 가동

읍내에 자재 사러 갔다오는 사이에 설치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저희 집

 

작업 시작과 동시에 참(간식) 시간...

여름에 쪄서 얼려놓은 옥수수를 내놓았습니다.

주 기사님께서 마무리

마무리는 역시 시험 운용

그리고 저녁 식사. 하필 따뜻한 날이라 땀흘리면서 먹었습니다...

연도 위에 있는 것은 흡출기 입니다.

다음날 마무리(연도를 고정하는 작업)까지 나와주신 주 하늬-기사님

참으로 순대를 준비해주신 따와 제빵사님. 

사진은 없습니다.

항꾸네협동조합의 난로 만들기 워크숍

이곳에 다녀왔습니다. 전라남도 곡성군.

아 멀다 멀어. 4시간 길을 달려 간 곡성.

따와 제빵사(사진 오른쪽)와 최근 허리부상의 주하늬 농부를 이송(?)했습니다.

시골에선 겨울이 서글플 정도로 추운데요.

기름보일러에서 등유를 땔 때 나오는 연소가스가 지구를 덥히고 기후위기를 가속한다는 사실!! 

... 이라서라기 보다는 기름값이 무서운 이유겠쥬.

새벽에 보일러 돌아가느 소리가 들리면 눈이 번쩍 떠집니다. 내 돈!!!

 

주하늬 농부 & 따와 제빵사

교육 시작 전 아직 멀쩡한 두 사람

강사님의 지도로 조립해 나갑니다

본격 워크숍에 돌입합니다. 

난로에 대한 이론과 적정기술이 더해진 이야기를 들을까 싶었지만,

자기 소개 후, 바로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함께라는 뜻을 가진 항꾸네. 함께 잘 살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는데요.

주로 전북 주변(순천, 익산, 남원)에서 참가자들이 왔고요. 

홍성에서 온 저희가 가장 멀리 왔습니다.

용접을 처음(해)본 따와

철판은 미리 재단되고 접혀진 상태로 와있었고요. 

워크숍 기간(이틀) 동안은 용접만 합니다.

워크숍을 신청하면서 자기 손으로 만든 난로를 진짜 들고가는 거냐고 물어봤더랬는데요.

전화기 너머 강사님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물론이죠"라고 말씀하셨죠.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자 손으로 직접 만드는 난로.

마치 저희 워크숍의 매력이죠.라고 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여쭤본 것이었는데요.

차라리 기성제품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라는 말이 사레에 걸려 

헛기침만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저를 믿을 수 없습니다.

난로불 앞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어디선가 가스 냄새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점점 꼴을 갖춰가는 미니
용접 후에 그라인더로 용접면을 깔끔하게 깎아냅니다

마지막까지 끝끝내 이론교육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만...

어쨌든 두 대의 난로가 완성됐습니다.

난로 설치를 긴가민가하던 따와가 결국 본인 집에 설치하기로 합니다.

동네에 돌아와서 시험 운용을 합니다.

연기가 새는지도 보고 페인트를 한번 태워 안좋은 성분을 날려보내는 거라고 합니다.

좌우 두 난로 사이에서 셀프 불지옥 체험하는 일호형

왼쪽이 CF3 모델, 오른쪽이 CF미니 모델입니다.

먹을 땐 좋았는데, 이렇게 보니 없어보이네요.

불 붙인 김에 어묵탕을 끓여먹었는데요.

어묵과 만두의 냉기만 가시면 바로 드시는 1인. 샤브샤브 아니라고요.

결국 다른 사람들도 질세라 차가운 어묵을 먹게됩니다.

마무리는 라면

홍동방범소년단

 

마을에선 봄마다 큰 장터가 열리는데요.

여기에 엉클스도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메뉴는 수제버거!

저는 채식지향자인데요. 그런 제가 버거라니!?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채식을 지향하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저는 제대로 채식은 하지 못합니다...

그와중에 여지도 남겨두었는데요.

이정도 수준의 고기는 기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경북 봉화군에 있는 바로 땅파는 까망 돼지 입니다.

https://www.facebook.com/blackpig0416/

제 생각에 유기축산의 끝판왕이랄 수 있는 자연양돈, 그리고 소규모 축산인 이곳.

땅파는 까망 돼지 뒷다리 살을 이용한 패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빵은 당연히 풀무학교생협에서 만든 우리밀 빵

'따와' 제빵사가 참깨도 얹어주어 더더욱 먹음직스럽습니다.

왕삼촌 형동이형이 만든 수제소스
우리는 로컬! 양상추 대신 동네 친구가 재배한 '버터헤드'
간판도 수제... 수제 맥주와 수제 효소가 세트로 나갔습니다
엉클스. 왼쪽부터 호호(본인), 민후, 형동, 따와

판매하는 모습은 아쉽게도 ...

80개를 예상하고 갔는데요. 100여 개를 판 것 같습니다.

패티를 구우면서 버거를 만들었더니 슬로우푸드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많이들 기다리셨습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백만 번 한것 같습니다.

재료가 부족해서 못드신 분들도 많았고요. 

이날이 너무 빡셌던지 엉클스는 더 모이지 못했다는.......

 


쥐구멍 막다 눈앞이 막힌 사연(2)
ㅡ 단독주택인줄 알았쥐

동네 형을 선생님으로 모셔와

틈틈이 흙 미장을 완료해가고 있었습니다.
바깥쪽 벽만 막으면 될줄 알았습니다.
집 안쪽 벽은 방심.

혹시나 옆 도배지를 뜯어보았습니다.
쥐가 사는 집은 단독 주택이
아니라 연립주택이었습니다.
요즘 말로는 쉐어하우스.
바깥 벽을 뚫고 들어온게 아니라
(그 구멍은 연막이었던 것입니다)
나무 기둥을 뚫고 밑에서 올라온 것입니다.
엘레베이터랄까요.
쥐똥으로 가득찬 쉐어하우스.


하던 미장을 멈추고 나와 잠시 바람을 쐽니다.
늦가을의 하늘은 쨍합니다.
그대로 벽지를 덮을까 잠깐(백 번) 고민.
아니지 그건 아니지.
남겨둔 구멍 하나로 모든 일을 허사로 만들 순 없습니다.
이 집엔 저 혼자.
제가 처리해야 하는 것입니다(엉엉)

십여 년이 지났지만 군대에서 받은
화생방(가스) 훈련은 잊히지 않습니다.
매캐한 가스를 마시며 눈물콧물로
옷을 적시던 그날.
오늘 그 실전이 있었습니다.
전투모를 뒤집어 쓰고 쥐방으로 돌격.
방독면은 없어 숨을 참고 쥐똥을 쓸어담습니다.
아, 이 새ㄲ들은 먹고 똥만 싸나
이런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오염된 신문지를 교체해가며
임무를 진척합니다. 한 번 두 번.
먼지를 줄이려 물을 뿌렸더니 오줌내가 진동합니다.
혐오감에도 빠지면 안 됩니다.
시골에 살며 온갖 똥에 익숙해졌습니다.
소똥, 개똥, 염소 똥, 내 똥.
그 중에 제일은 내 손으로 치우는 똥
침착하자. 침착해.
이것은 흙이다.

그순간
앗, 모자가 흙 위로 툭 떨어졌네요.
동시에 오른손이의 AI 기능이 작동됩니다.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올리려
이마로 돌진.
흙만진 오른손이가...
우리 지금까지 잘 지내왔잖니...
ㅜㅜ


도와주러 온 동네 형, 미장 잘 배웠슴다 ㅎㅎ

구경하러 온 형ㅎㅎ



긴 겨울, 시골집이라면 쥐가 찾아오기 마련.
적당한 긴장과 구역을 나눠오던 우리.
서로 인정하며 살 수 있다고 믿고 싶었죠.
길목에다 설치한 끈끈이를 보란듯이
쥐구멍 앞으로 끌어다 놓는 대범함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우리사이가 가까워짐을
느낀 것은 지난 겨울.
옷장 한켠 낭자한 똥오줌과
채썰어 먹은 옷가지를 본 것입니다.

올초, 따듯한 계절이 되어
쥐들은 제 살 길 찾아 떠났습니다.
그래 안녕. 내 인생에 쥐는 없는거야..
마늘 양파나 심으며
겨울을 맞이하... 고 싶었습니다.

엊그제 벽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사각사각..
(침이 꼴깍)
숟가락으로 열심히 구멍 파는
빠삐용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서둘러 쥐구멍만 막으려했습니다.
내 상상속 쥐구멍은 구멍인데
벽지 뒤에 있는 것은 틈.
흙벽과 나무기둥이 간헐적 만남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은 졸혼.
구멍이라는 1차원의 점과
틈이라는 2차원의 선.
서둘러 황토 미장을 샀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 될지.
겨울 전엔 끝날 수 있을지.
쥐똥 같은 눈물이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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