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시골집이라면 쥐가 찾아오기 마련.
적당한 긴장과 구역을 나눠오던 우리.
서로 인정하며 살 수 있다고 믿고 싶었죠.
길목에다 설치한 끈끈이를 보란듯이
쥐구멍 앞으로 끌어다 놓는 대범함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우리사이가 가까워짐을
느낀 것은 지난 겨울.
옷장 한켠 낭자한 똥오줌과
채썰어 먹은 옷가지를 본 것입니다.

올초, 따듯한 계절이 되어
쥐들은 제 살 길 찾아 떠났습니다.
그래 안녕. 내 인생에 쥐는 없는거야..
마늘 양파나 심으며
겨울을 맞이하... 고 싶었습니다.

엊그제 벽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사각사각..
(침이 꼴깍)
숟가락으로 열심히 구멍 파는
빠삐용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서둘러 쥐구멍만 막으려했습니다.
내 상상속 쥐구멍은 구멍인데
벽지 뒤에 있는 것은 틈.
흙벽과 나무기둥이 간헐적 만남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은 졸혼.
구멍이라는 1차원의 점과
틈이라는 2차원의 선.
서둘러 황토 미장을 샀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 될지.
겨울 전엔 끝날 수 있을지.
쥐똥 같은 눈물이 또르르..


논둑에 묶어둔 염생이 얌얌
50cm 또랑 사이를 뛰놀다
원산폭격을 하였습니다

자신감을 잃어 오늘은 더이상
또랑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빠에게 안겨 집에 돌아갔습니다.
(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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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반장님께서 염소를 분양해주시염소
염소들과 함께 돌아가는 길

작은 발로 또각또각 걷는 폼이 넘나 귀염...
맹한 얼굴로 풀 뜯어 먹는 모습도 귀염...
서로 치고받는 것도 세상 귀염소...
다 크면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너희의 어린 모습을 본 죄로
못 잡아먹는게 아닌지 ...
(내가 지켜줄게 엉엉ㅜㅜ)
어리숙이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집이 그리운 아기 염소들의 엉덩이에서는
초코볼(같은 똥)이 또록또록
떨어집니다

​​


임시거처...
바로 옆 닭장에 비해 백배 허술한

​​
나무가 일자로 곧다고 생각했는데 ..
쓰려고 보니 삐뚤빼뚤.
하지만 그전에 벤 나무와 정이 담뿍들어
그대로 쓰기로 합니다.
사실은 나무를 새로 찾기도,
베고 껍질을 다시 벗기기가 귀찮아서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첫단추가 중요하다는 말이
오늘의 저를 위해 태어나주셨군요.

덕분에 제일 중요한 기둥이!
기울어졌습니다. 딱히 나무탓이기 보단
제가 대충 박아 그렇겠지만요
필요 이상으로 보강을 해주었습니다
(역시 첫 단추가 중요...)


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도 어쩐지 빼뚜름합니다.
역시 첫 단추가


점점 꼴을 갖춰가는 닭집

날 풀리고 시작한 건축이
그때그때 하다보니 여름이 올판...
그사이 동네 할머니들 눈에 발각되어
마주칠 때마다 물으신다
"닭칠라고?(발음주의)"
밭 주변을 정리하며 베어낸 뽕나무.
껍질을 벗겨 기둥은 세웠는데...
병아리들 입주는 가능할 것인가ㅎ

기둥위로 도리를 얹고, 서까래를 올렸다.
(아래)나름 홈을 파서 단단히 결속해보려는데...



많고 많은 동물 중에

하필이면 '고라니'로 농장
이름을 짓는 이유는
ㅡ 내가 농사 짓는 밭이
마을 어귀 언덕 아래에 있어
고라니가 드나드는 길목인 때문이다

우린 아직 제대로 만나진 못했는데,
지난 가을 그는 발자국으로 존재를 알렸고
나는 보리를 심어 인사를 했다.
그가 팥과 콩을 좋아한다고 들어
보리는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훌훌 손으로 뿌린 보리는
푸른 싹으로 겨울을 났고
얼고 녹으며 부푼 땅을
밟아주며 뿌리를 붙이는 요즘이다.
오늘 보리순을 따는데
손이 아닌 입으로 뜯은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나물에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풀을 입으로 따먹진 않을 것이다.
미친놈이 아니면 필시 짐승의 소확행.

끊긴 길이로 보아 그는 순차적으로
방문했(뜯어먹었)다.
한 달 전, 2주 전, 심지어 오늘 아침.
아무것도 모르고 실실거리며 왔다갔다 하던 나를
멀리서 비웃었을 그의 얼굴이
그려진다.
...
왕년 공군 중사였던 나는
소똥 묻은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화약 냄새 폴폴나는
총포소지허가증을 꺼내
오프로드 경운기에 시동을 건다.
손에 땀띠나는 추격전의 시작은
항상 그렇듯 ...잠깐 해본 망상.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라니 농장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건강한 공생을 고민해보겠다는 의미랄까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는 말이랄까
(지난 학창시절이 생각나..)
인간이라는 바위를 향해
내던져지는 고라니 계란을
기억하고 싶은 다짐이랄까

#하지만_만나면_강냉이_털릴_준비해라..

* 이번 겨울에 있었던 2주 간의 유해조수
포획기간 동안 홍성에서만 1200마리의
고라니가 죽었다고 전해진다.

​제가 농사짓는 밭은 마을의 작은 산 아래 밭.
고라니가 지나가는 길목이라 하여
고라니농장이라는 가칭을 씁니다.
ㅡ 고라니 사육이 아니고요.
농작물을 고라니 신령께서 오셔서
음복하시는 산(?)제단이라는 의미에서.. ㅡ

어쨌든 너무 드러나게 제단을 만들 순 없으므로
울타리를 치기로 합니다.


바로 탱자나무
가시나무라 옛적에는 울타리로 많이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근 야생의 탱자 묘목을 입양해왔습니다.
대나무밭에서도 잘자라는 걸로 보아
서향이면서 산아래인 저희 농장에서도 잘 정착하리라
믿습니다.
향긋한 탱자효소도 즐길 수 있고,
노란 열매의 아름다움도 즐기고
녹색가지로 빚어내는 겨울정원도 기대해봅니다^^


탱자나무 묘목


그리고 지금의 보리들
꾹꾹 틈나는대로 밟아주고 있습니다.
뿌리 활착을 돕기위해 밟아줘야 된다는
인생의 이치. 군대 선임들은 그래서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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