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까지 11일 자전거를 탔다.
이스탄불로부터 약 660Km를 왔고,
아테네까지 약 450km정도가 남아
대략 여정의 절반이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제야 시작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쯤 됐다.
장난 반, 의심 반으로 시작했던
이 여행은 솔직하게 말해 최근까지도
스스로 완주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우선 나를 믿을 수 없었고,
중요 볼트가 빠진다거나(2번),
펑크가 난다거나(4번)
자전거에 문제가 없던 날이 더 적은
한 대에 십 만원을 주고 산 싸구려 자전거가
충실히 제 값을 수행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새라고 밖에
표현할길 없게 중간을 넘어섰다.
어느새.
그런데 나는 왜 자전거를 타고 있는걸까?
유럽을 문전에 두고 뜬금없이.
생각없는 두 머리가 만나면
메아리가 쉽게 일어나기때문일까.
장난스레 주고 받았던 말에
그 다음날 바로 자전거를
산걸 고려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여행이 단순히 머리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것 같다.
7년 전 여름이 생각난다.
고 3 이었던 여름방학
인터넷에서 만난 두 형님과
나는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했다.
그 당시의 나는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스스로 다컸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고등학생이였다.
함께 일주를 한 형님들은
군입대를 한 달 앞둔,
마치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대학생들이였다.
세상의 종말을 앞둔 두 사람과
봄날 망아지같았던 고등학생,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세 사람은
제주도를 열심히 돌았다.
뜨거운 한 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던 제주도를.
그때나 지금이나 나한테 돈이
없는건 마찬가지라, 우리의 여행은
한솥도시락으로 연명하고
중간중간 주유소에 들러 물을 얻어마시는
궁색한 여행이었고
다 돌고나서야
한낮의 태양을 피해 아침저녁 시간에만
자전거를 타야한다는 걸 알게된,
몸으로도 교훈을 얻지못하는
미련한 여행이였다.
어쨌든 7년 전 바퀴는 돌고 돌아
섬을 한 바퀴 돌았고 우리가
출발했던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완주하던 그 날. 대학생 형님들은
잠깐 감개무량하는가 싶더니 본연의
세상 종말 회색빛으로 돌아갔고
나도 이제 자전거따위는 안 타도 된다는
해방감 외에 딱히 감동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추억처럼 남아있는
그날의 교훈,
'자동차는 위대한 발명품' 뿐 …
그랬던 그 날들이 기억나는 이유가
자전거라는 연관성 때문만일까.
아니 어쩌면, 정말 혹시 어쩌면
그 날 제주도 여행은
그때로 끝나지 않은채 고무신오빠를
기다리듯 오늘을 기다려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립선의 고통을 즐기는게 아니라면
나라는 인간은 오늘을 기다려온게 아닐까.
근육이 팽팽해지고
핫한 피가 온몸에 순환되는 것을
느끼기 위해,
내가 페달을 밟게되는
혹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그 마력을 발견할 기회를 주기위해.
열흘하고도 하루.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