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피었습니다.

피고지는 꽃을 보며 아이들은 
내일의 꿈을 꾸었겠지요. 
어제의 우리가 그랬듯

오늘의 우리가 그랬듯
내일의 꽃을 기다리며
오늘의 꽃을 기다리며.
.
꽃은 피었으나 내일의 꿈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4월 16일의 꿈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의 진실없이 내일은 없을 것입니다. 
.
잊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4월 25일 봄을 맞아 우리 동네에 봄맞이 큰장이 열렸다. 
.
봄맞이 큰장은 '모종'장으로 시작된 장이다.
모종을 파는 김에 우리 아나바다 장도 함께 열고 먹을 것도 팔자.
그래서 마을 큰 장이 되었다.
주로 입던 옷이 나오는데 
어제의 핫플레이스는 장난감 가게였다.
그야말로 
아이의,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돈은 엄마 지갑에서)
장난감 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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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게 농사를 짓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일상을 벗어난 지점에서
각자의 씨앗을 가져오는 듯 하다.
씨앗을 아는 것과,
열매를 맺는 것.
자연의 순리를 아는 것과
삶을 일구는 것.

사람마다 그 열매가 다르기에
인생은 신비롭다.
아름답다

<여행질문 디자인> 중

서울 질문 디자인 연구

여행 질문 연구 디자인

비쥬얼 씽킹 질문 연구


충남 홍성 홍동 녹색평론 녹색당



제가 당신에게 숙제를 하나 내드리겠습니다.
산을 오른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하고 빠짐없이 적어보십시오.
당신의 경험에서 중요했던 모든 것을 적어보고
만족할 때까지 고쳐쓰고 또 써보십시오.
당신이 산에 올랐던 이유를 당신 자신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해보십시오.
산을 오르는데는 별로 시간이 들지 않았겠지만
진정으로 산의 정상에 오른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모든 것은 그런식으로 입증됩니다.
산 정상에 올라 상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우리는 더이상 오르지 않을테니까요.
어쩌면 집에 돌아온 후에야 우리는 진정으로 산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산이 뭐라고 말하던가요.
산이 무엇을 하던가요.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내 여행에 많은 영향을 준 책이 있었다. 미국의 자연주의 사상가 H.D. 소로우의 <월든>이란 책이었다. 소로우는 어느 날 숲에 들어가 ‘월든'이라는 호수 옆에 통나무 집을 지었다. 그리곤 숲에서 2년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농사를 지었고, 사람을 만났고, 산책을 했다. <월든>은 그 2년의 시간을 적은 수필이다. 1865년, 산업화가 세상을 지배해가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소로우는 <월든>을 통해 말했다. 소박한 삶을 통해서만 우리는 삶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고.
.
9개월 동안 나름 소박한 여행을 하고자 했다. 상업주의의 껍데기 속에 가려진 진실을 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었다. 산다는 건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눈으로 보는 것,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느끼고 싶었다.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먹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문화니까. 길거리 음식이 주메뉴였다. 식중독에 걸렸다. 사흘을 설사만 했다. 
외국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었다. 가는 동네마다 시장바닥을 기웃거리며 무얼 파는지 봤다. 날강도를 만났다.
무엇이 문화를 다르게 만드는 걸까. 문화가 바뀌는 경계를 보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했다. 
낮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거지처럼 다녔다. 그냥 거지 같았다.
.
백여년 전의 소로우는 내게 숙제를 남겼다. 나는 그 숙제를 완성할 수 있을까. 스스로 납득 할만한 
여행이라는 산을 오르며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여행은 내게 무엇을 말해주었을까. 나는 진정으로 여행을 다녀온걸까. 여행은 내게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지금 또다른 걸음을 떼고 있는 또 하나의 산. 여행은 왜 나를 귀촌하게 했을까.
.
왜 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여행을 다녀온 후 왜 귀촌을 해야 했을까. 그건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시점이 있고, 그 시점마다 고민에 고민을 했던 질문이 있다. 답을 찾기 위해 신앙을 찾았던 것처럼, 책을 읽었던 것처럼, 제대를 한 것처럼. 여행을 떠났던 건 다음 단계의 답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역시 같은 이유로 농촌으로 오게 된 것이다.
.
지지리 궁상맞았던 여행. 다음의 답은 농촌에 있다고 한 여행.
그 경험을 모두 적어보고 고쳐쓰고 또 고쳐써봐야겠다.
오늘의 일기 끗~





충남 홍성 홍동 뜰

충청도 홍성 홍동 희망제작소

꽃보다 홍성 #25 홍성에 온 손님
ㅡ 돌아서면 배고픈 국수처럼


어제
희망제작소 인턴 시절의 인연들이 한자리에.
새롭게 진행되는 공동연구 때문에
홍성 홍동에 들린 희망제작소 연구원 선생님들.
그리고 홍성에 같이 계신 민주누나.
함께 우리 동네 마실방 뜰에서 우리밀 국수 한 사발.


세계 배낭 여행 이집트

겨울이지만 몸을 움직여야겠다
싶어 수영장에 다녔다.
초딩시절 수영을 배운 깜냥이 있어
나는 곧장 초급반 조오련이 되었다.

"저 신입, 25m를 쉬지않고 가다니!"
“한 번 호흡에 4번 팔을 젓다니!"
후훗, 이런 수근거림이 들려오는 듯 했다.
근거없는 존재감을 느끼며 수영장을 다녔다.
그래 난 짱이야
.
물을 가르며 영제 생각이 났다.
영제는 대단한 놈이었다.
수영 마스터 영제.
영제는 수영을 꾸준히 했다.
인도 여행 당시 영제의 접영을 보았다.
산자락 밑에 있는 수영장에서 였다.
수영장은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을 모아서 사용했다.
폭은 30m쯤.
해발고도 1,700m의 계곡물은
두개골은 그냥 쪼개버릴 듯 차가웠다.
잠깐만 있어도 입이 딱딱 부딪쳤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잠깐 들어가기만 할 뿐 수영은 하지 않았다.
.
"수영의 꽃(접영)을 보여줄게” 영제가 말했다.
다이빙을 한 영제는 잠영을 시작했다.
접영을 보여준다던 영제는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왕복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곤 배영을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드디어 접영을 시작했다.
물 만난 물고기라지만
물고기에게도 적정온도는 있을텐데.
'이 차가운 물에서 저런 객기를...'
굳이 다이빙->잠영->자유형->배영->접영의 과정을 거친 영제.
영제가 물밖으로 나왔다. 입술이 퍼랬다.
턱을 덜덜 떠는 영제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접영을 보여줬어도 되는거 아냐?"
“그럼 극적인 멋이 안 살잖아"
“아..."
그날 영제의 극적인 멋은 아무도 보지 않았다.
.
내 수영자세를 보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을 빼는 연습을 하세요."
그제야 힘이 빡 들어가 있는 몸이 느껴졌다.
특히 호흡을 위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손끝에서 발끝까지 뻣뻣해졌다. 
어쩐지 목엔 담이 왔는데 이거 때문이로구나.
흐느적흐느적 팔을 젓고
흐느적흐느적 다리를 젓는 연습을 했다.
.
흐느적흐너적
물을 마셔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70번의 꺼절과
1번의 믿음.
여행기 출간계약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여행기를 다 쓸 때까지 여행을 끝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1년.
드디어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고를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하, 이걸 정말 내가 썼단 말인가...
사춘기 시절 일기를 보는 기분이야.
부끄러운 수준의 글에 얼굴이 빨개진다.
글을 고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노트북을 덮은지 한 달.
그덕인지 지난 주 장염이 왔다.
.
어원에 따르면,
‘힘’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힘든다’고 말하고
‘힘’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힘낸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시간이 갈수록 과하게 힘을 들이는 것
그러다 끊어져버리는 것. 내 오랜 성정이었다.
새해도 지났겠다. 떡국도 먹었겠다.
이제는 더 잔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을 빼고, 책상에 앉아서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힘이 들어도 당황하지 말고 
흐느적흐느적
흐느적흐느적
.

꽃피는 5월, 책으로 뵙겠습니다.


홍성 귀농 귀촌마늘싹이에요^^



요 며칠 벌이 웽웽거리나 싶더니 꽃이 피었다. 

쪽파가 돋는가 싶더니 비가왔다. 
봄이 오는 전주곡이랄까.

겨우내 기다려온 새싹
흙을 밀어올리며 
봄을 재촉한다. 
.
박노해 시인의 시를 적는다.

저거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손 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두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홍성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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