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출판사
홍익출판사 | 2008-08-3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마음속 밑바닥까지 내려가 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라! 당신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7. "10대의 하루하루가 자신의 지문처럼 고유한 것이기에 써야 한다고, 두 번 다시 그 시절을 맛볼 수 없을 것이므로 기록해야 한다고.
(…) 나에게 주어진 나날들을 보석같이 여긴다면 누가 감히 단 하루라도 소홀히 취급할 수 있을까?"
ㅡ 프랭크 맥코트(퓰리처상 수상 작가)

32. 당신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이것이다. 편집을 하게 되면 일단 글쓰기를 멈추게 되고 자아비판을 하게 된다. 호흡이 끊기는 것은 글쓰기의 효과를 줄이는 일이니 반드시 피하라. 교정을 하는 대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실수하도록 내버려두어라.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것이 당신 자신과 맺는 묵계가 되게 하라.

38. 오늘 가장 나를 놀라게 한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나를 가장 감동시킨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40. 타인의 비판과 인정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전혀 필요 없다. 당신의 글을 읽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한다면 결코 정직해질 수 없고, 타인을 기쁘게 해주려고 쓴다면 자기 자신에게 주목해야 할 지점에서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다.

45. 타성은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 그만큼 글쓰기에는 에너지, 용기, 인내, 실천이 필요하다. 타성의 문을 열고, 장벽을 무너뜨리고, 나만의 공간 속에 들어가 이제껏 한번도 시도해본적이 없는 아스라한 기억의 영토를 되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57. 가장 효과가 큰 글쓰기 방법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대화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았든 죽었든 상관없다. 그와 대화하듯 글을 쓰다보면 그가 안전하고 편안한 길로 안내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결코 부치지 않을 편지지만 한참 쓰노라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던 단어들이 술술 흘러 나올 것이다. 부치지 않을 편지이기에, 더구나 당신 말고는 누구도 보지 않을 편지이기에 표현도 자유롭고 비밀도 없다.

68. 싫든 좋든 당신은 지금 살아남은 사람이다.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신의 삶은 분명히 변한다. 언젠가는 종착역에 이르러야 하고, 작별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당신이 평생 당연한 것으로 믿어왔던 질서는 송두리째 붕괴되고, 이제 엄청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만지든 모든 것에서 상실의 낌새를 알아차리게 된다. 예전의 당신이 아닌 존재가 되어 위축되고 또 위축된다. 그러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되찾을 공간으로 결사적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진창과도 같은 현실에서 도망쳐 몸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건강했던 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거친 황야의 한복판에서 홀로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에 잠기다보면,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가장 관심이 가는 일이 사실은 내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중에 어떤 일은 오늘의 나를 만든 요인이 되기도 하고, 너무 아쉬워 가슴을 치게 하는 일도 있다.

내용이 무엇이든 당신의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삶 자체이며, 표현할 필요가 있는 귀중한 글감이다. 일기장에 적어두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문제는 오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몇 개월 후에는 대단히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 그러니 당신의 소소한 감정까지 포함하여 뭐든지 일단 기록하라. 일상적인 약속을 간략하게 메모하는 것처럼 건성으로 적지 말고 감정을 동반해서 낱낱이 써라.
(…) 글쓰기에 관한 한, 오늘부터 새로운 관성의 법칙을 만들어 미지의 세계로 나가라. 그곳에 누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희망을 가지고 미래로 가는 것이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124. 글쓰기는 맘껏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한다. 

(당신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30대 초반의 여성인 헬로이즈는 일기 쓰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성격’을 더 많이 개발하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삶과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쓰기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깊이 매몰되면 자신의 관점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일을 글로 쓰게 되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차원의 관점이 생기게 된다.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노령의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권태를 피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127. 당신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늘 가득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처럼 당신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 글쓰기는 당신의 가장 깊숙한 소망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그것을 그저 생각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결국 글쓰기는 당신 안에 존재하는 가장 귀중한 영역을 여는 영혼의 열쇠 같은 것이다. 당신의 소망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의 첫 단계는 간단하다. 손에 펜을 쥐면 된다.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리고 삶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당신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의 기대에 관해 일기를 써라.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당신의 기대에 관한 모든 내용을 써보라. 일 년 동안 매일 그런 식으로 기록해보라.

130.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미꽃 향기를 맡아보라)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시간이 가져다주는 강박감이 우리의 발꿈치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가 어느새 하루가 지나갔는지 의식도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곤 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얼마나 속절없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아왔는가?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과 같다. 하고자 했던 일을 절반도 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달아난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미꽃 향기를 맡아보라!
그 자리에 멈춰서 바람 소리를 듣거나 들꽃 향기를 맡아보라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배려만 생각하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배려할 리 없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리 없다.
당신이 하는 것, 당신이 가진 것, 당신이 느낀 것,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앟으면서 남들이 당신을 과소평가한다며 모욕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자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자기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려면, 자신이 성취해온 일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의 삶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런 말은 당신의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써보라. 현재의 삶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쓰는 것이다.

154. 그때의 느낌을 글로 남겨라. 여행에 관해 20개 이상의 목록을 작성해보고 그것을 시기별로, 그리고 테마별로 분리해보라.
 여행했던 시기, 행선지, 그 여행을 통해 기억되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고 여기에 여행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로 살을 붙여보라. 낯선 세상과 처음 만났던 경험을 쓰다보면, 마음속에 의외로 생생하게 새겨진 어떤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60. (여행기)비록 괴테만큼은 아닐지라도 당신도 이탈리아 같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어떻게 쓰면 좋을까? 나날의 감상을 일기체로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방법을 권유하자면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의 기분으로 기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탐정의 목표는 범인을 찾아내고 범행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기 위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거나 미심쩍은 사람의 뒤를 추적하게 된다. 여행도 이런 식으로 여행지에 관한 다양한 의문을 만들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글을 진행한다면 한층 멋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여행지에 관한 철저한 사전 조사 작업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이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하고 나서 추적에 임하듯이 여행지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한결 흥미진진한 탐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괴테가 그러했듯이 진부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여 삶을 신선하게 해주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기 위해 여행한다. 미지의 세상과의 대면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고, 그럼으로써 더 나은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 여행 일기를 통해 당신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자아와 만나게 될 것이다.

227. 글쓰기는 나에게 축복이었다. 내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를 더 넓은 곳에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높은 언덕으로 나를 데려다준 글쓰기 여정에 감사한다.

231. 당신이 해보지 않았던 것에서는 어떤 기쁨도 얻어내지 못하리. 시 <조로한 어느 예술가의 초상> 오그던 내시

244. 세상을 그 자체로 보지 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보라. <탈무드>

283. 그때의 느낌을 글로 남겨라. 여행에 관해 20개 이상의 목록을 작성해보고 그것을 시기별로, 그리고 테마별로 정리해보라. 여행했던 시기, 행선지, 그 여행을 통해 기억되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고 여기에 여행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로 살을 붙여보라.

288. 완벽주의는 창조성은 물론이고 치유 과정에도 절대 금기사항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없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재미를 느껴라.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도전하라. 당신이 작성한 목록에 있는 장애물들은 현실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 뿐이다.



글쓰기 로드맵 101

저자
스티븐 테일러 골즈베리 지음
출판사
들녘 | 2007-11-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모든 글은 개인의 내부공간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이야기’, 곧...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책머리에. 좋은 글이 되려면 매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구성하는 문장들이 좋아야 한다. 또한 독자에게 읽는 데 들인 시간의 대가를 주려면 반드시 클라이맥스가 필요하다. 긴 글일수록 클라이맥스가 더 짜릿해야 한다.

… 글의 장르와 무관하게 모든 글쓰기는 스토리텔링의 하나이며,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을 숙달하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설가의 글을 연구하는 것이다. 소설가의 기법을 분석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캐릴터를 설명하는 탁월한 솜씨, 안정적인 스토리 라인, 서정적인 구절에 담긴 시적 묘사, 철학적 주장, 인물간의 대화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소설가는 인간의 가장 포괄적인 예술 형태를 표현한다.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우리는 그 근본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 이 책은 원래 초심자용이다. 하지만 노련한 작가라면 알듯이 우리는 나이나 경험과 무관하게 모두 초심자이며 영원한 신출내기다. 누구나 배우고 익힐수록 자신의 커다란 무지를 깨닫게 된다.

(글쓰기의 환경) 소로는 <월든>에서 대화를 위해서는 넓은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 간의 거리가 충분해야만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 듣는 사람의 귀까지 긴 문장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의 경우에는 그 거리가 더 멀어야 한다. 글쓰기에는 고립이 가장 좋다.

11.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책상에서 활짝 편 종이를 탁 트인 들판처럼 여기고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자신이 아는 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 
ㅡ 니하르가다타 마하라지

19. 글쓰기란 뭘까? 기술이다. 뜨개질이나 목공, 대장간 일과 같다. 다만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끊임없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20. 이상적인 예술가라면 예술적 섬세함과는 거의 무관해 보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회의적인 세상이 지독한 의심으로 자신을 공격해도 언제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 전인류에 맞서 자신의 유일한 사도가 되어야 한다.
ㅡ 너새니얼 호손, 미의 예술가 중

22. 진정한 영감은 펜끝에서 나온다. 일단 써라. 글을 쓴다는 물리적 행위 자체가 상상력을 해방시킨다. 동작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글쓰기는 춤이나 스포츠와 같다.
 소설의 문체와 관련된 기법 중에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초고를 쓸 때에도 구사해볼 만한 전략이다. 머릿속에 흐르는 말들을 멈추지 말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흘러나가도록 하라.
 적어도 처음 단계의 글쓰기는 쉽다. 단어들을 하나하나씩 써나가면 된다. 영감은 대개 문장 중간에 떠오른다. 잉크 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뮤즈가 노래를 시작할 것이다.

24. 당신이 가진 이야기와 당신이 받은 엄격한 훈련이 결합되면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된다. 
 윌리엄 포크너가 1950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한 말에 유념하라. “작가는 인간의 정신을 재료로 삼아 고뇌와 고통을 통해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합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일 만한 유일한 재료는 ‘인간의 마음이 그 자체의 갈등 속에서 빚어내는 문제’다.
 목적의 고결함이 끝까지 관철되어야 한다.
 한 눈으로는 산꼭대기를 보고 다른 눈으로는 꼭대기에 오르는 길을 보라. 등정 자체를 즐겨라. 그 여정이 곧 그 보상이다.

25. 내 경우 글쓰기의 동기는 일급 작가가 된다는 영광스러운 꿈이었다. 돈도 명성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위대함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취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내게 약속하지 않았다. 나의 재능을 알아준 사람도 없었고, 내가 쓴 글을 한 줄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을 내가 직접 얻어내야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돈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글쓰기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글쓰기는 예술이다.
ㅡ 캐서린 앤 포더

27. 예리하고 전율적인 통찰력을 가진 작가라 해도 외면에는 고독이 흐르고 내면에는 섬뜩한 빛과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작가는 희망으로 살고 신념으로 일해야 한다.
ㅡ J.B. 프리스틀리

(실패는 필수 코스)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과녁을 잘 겨냥해도 화살은 빗나갈 수 있는 법이다. 겨냥 자체를 승리로 생각하자.
 글쓰기는 서핑과 같다. 먼제 물에 빠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진짜 실패는 아예 일어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31. 자신의 가슴에서 나오는 요구에 무조건 따르라. “아는 것을 쓴다”는 헤밍웨이의 슬로건을 받아들이면 외부의 동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에게 가르침을 준 어떤 스승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50.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그들과 실제로 책을 출판한 저자의 차이는 원고를 마쳤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다.

세상 어느 것도 인내를 대신할 만한 것은 없다. 재주는 안 된다. 재주를 가진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재능도 안 된다. 보상 받지 못한 재능은 거의 속담처럼 전해진다. 교육도 안 된다. 세상에는 교육받는 낙오자들이 즐비하다. 인내와 결단력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ㅡ 캘빈 클리지

(개고는 여러 번 할수록 좋다) 원고는 적어도 세 번을 써야 한다. … 초고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을 그대로 기록한다는 느낌으로 아주 빠르게 쓴다. 1차 개고에서는 더 밀도 있게 집중하면서 표현과 구문을 고쳐 문학적 분위기를 가미힌다. 2차 개고에서는 머릿속에 막 떠오른 것처럼 읽히도록 만드는 데 주력한다.
 신참 작가들은 세 번이 아니라 그 이상, 열 번은 쓸 필요가 있다. 경력이 붙고 글을 쓴 경험이 늘어날수록 남들의 마음에 드는 원고를 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노력없이 쓰인 글은 감흥 없이 읽힌다. ㅡ 새뮤얼 존슨

55. 주어진 시간 내에 글을 마쳐야 한다. … 핵심은 초고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는 데 있다.

(분량에 연연하지 말자)
글은 나무처럼 유기적이다. 나무처럼 자라 어른이 되거나 성장을 멈추기도 한다. 그러므로 초고를 쓸 때는 글의 매혹적인 뉘앙스, 그 열린 공간과 무한한 가능성에 마음껏 취해도 좋다. 원하는 대로 써라.
 하지만 나중에는 잘라내야 한다. 나무는 가지를 쳐줄 때 더 많은 열매를 맺는 법이다.

57. 씨앗에 양분을 주어 잘 길러낸 성숙한 창작물을 잘라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의 모든 부분을 소중하게 여긴다. 하지만 냉정하게 자신의 작품에 임해야 한다.독자들은 간결하고 명백한 글을 원한다.

(즐겨 읽는 책 필사하기)
필사는 천천히 하도록 한다. 구두점 하나까지 원본 그대로 베껴야 한다.
 이 연습의 목적은 저자가 의도한 정신적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 있다. 저자가 그 작품을 생산하는 데 투입한 물리적 운동을 정확하게 모방해보는 것이다.
… 이런 방식의 기계적 학습은 마치 세포에 기억을 심기 위해 암호를 각인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도움을 준다.
… 사람들은 “나도 J.K. 롤링처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롤링처럼 말한다. 롤링처럼 쓰기에 앞서 롤링의 글을 베껴보라. 마치 마법처럼 당신 앞에 문이 열릴 것이다.

(타인의 조언을 귀담아 듣자) 
흔히 작가는 ‘무’의 상태에서 ‘유’를 창조한다고들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상상의 원천과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첫 시도는 분명히 작가 개인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 상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전문가들에게서 조언을 구해야 한다.

62. 자신의 작품을 옹호하거나 남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저 경청만 하라. 앞으로 당신은 끊임없는 비평 속에 살게 될 테니 미리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비평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66. 과거와 많은 작가들은 당신의 본보기이자 경쟁자다. 그들을 이기려면 그들을 읽어야 한다. 그들을 사다리로 삼고 올라가야 한다.
… 자신의 운명을 실현하려면 대가의 솜씨를 가져다가 자신의 뜻에 맞게 재가공할 줄 알아야 한다. 운동선수와 음악가는 늘 그렇게 한다. 그들은 자신이 본받고 싶은 동작과 악절을 수도 없이 모방하면서 원본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67.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솜씨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당신의 개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당신의 고유한 목소리는 처음에 다른 목소리들과 섞여 있다가 점차 명료해질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당신일 뿐이다.

 “활력과 생명력이 당신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된다. 당신은 언제나 고유하기 때문에 이 표현은 독특하다.” ㅡ 마사 그레이엄

(잡지 구독은 필수!) 잡지의 모든 기사를 숙독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뜯어내 스크랩을 해두자. 잡지에서 당신은 우리 시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 현재 인기를 끄는 책들에 관한 서평, 출판 시장의 동향, 작가들을 위한 지침 등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잡지는 받시느 필요하다.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철저히 연구하도록 하자.

77.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을 책상 주변의 벽에 붙여놓고 이따금 들여다보자. 사진 한 장을 통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79.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다. 글쓰기를 통해 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라. 순수한 예술의 힘으로 편협함을 초월해 스스로 위대함을 획득하는 것이다.
 “최고의 복수는 베스트셀러” 재키 콜린스

82. 규칙적인 작업 시간,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소, 영감을 돋우는데 참고할 만한 책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솜씨를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그는 서점의 환경을 자기 집에 거의 그대로 복제했다. 아파트 창가에 탁자를 놓고, 맹리 저녁 그곳에서 원고 작업을 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가 글을 쓰는 것을 보고,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는지 궁금히 여겼다.
 매일 아침 작가는 아래층 게시판에 전날 밤에 쓴 글을 붙여놓았다. 그는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장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고 서점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성공의 원인이 초점의 이동에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전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원대한 계획을 짜기보다 지역 독자들을 그때그때 만족시키기 위한 짧은 연재물을 쓴다고 생각했던 게 주효했다. 이렇게 그는 취미로 모든 원고를 썼고, 그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을 익혔다.
 당신도 그 방식을 본받을 수 있다. 당신이 쓴 글을 늘 남들에게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감은 당신의 글쓰기를 자극하고 다듬어줄 것이다.

87. 은유는 ‘최상의 비유’. “서로 먼 관념들을 연결하고, 닮지 않은 것들에서 닮은꼴을 찾아내는 것”. “오직 은유만이 기쁨을 낳는 경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은유를 구상할 줄 아는 것, 그래서 배우지 못한 사람보다 세계를 더 넓고 다양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은 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은유는 언어에 스며들어 언어를 풍부하게 한다.

92. 두 문장이 필연적으로 연관된 게 아니면 나누는 게 좋다. 물론 하나의 문장으로 묶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칼을 벼리면서 우리는 더욱 용감해졌다.)
 이 문장을 둘로 나누어 표현하면 의미가 약해진다.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복문보다 짧고 간결한 문장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 가끔씩 사용하는 복문의 효과도 좋아진다.

 말하는 것처럼 쓸 줄 알아야 한다.

94. 상투적인 문구를 너무 자주 쓰게 되면 당신 자신이 진부해진다. 작가가 문구를 어떻게 끝낼지 독자가 충분히 예상할 정도라면 당신은 작가로서 이미 끝장을 본 것과 다름없다.
독자가 예측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면 안 된다.

96. 어떤 작가들은 그런 언어적인 보조 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말고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단어들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독특한 수식어를 보는 것은 즐겁다. 창의력을 발휘해보자.

형용사와 부사는 흔히 과도하게 조작적인 느낌을 주며, 저자가 독자를 어리석게 여긴다는 불필요한 추론을 가정하게 한다.

99. 부정적 표현을 사용할 때는 늘 주의해야 한다. 긍정적 표현으로 바꿀 수 있으면 문장 전체가 더 환해지고 실제로 독자에게 힘을 준다.

101. 언어를 부수고, 읊조리고, 쪼개고, 쥐어짜고, 돌리고, 찍고, 불태워라. 하지만 단어는 올바르게 선택해야 한다.

106. 작가의 첫 번째 의무는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 있다.

116. 속도는 글자의 수다. 최소한의 글자를 사용하는 게 좋다. 보이지 않는 글쓰기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을 남긴다.

글의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물리적 세부를 잘라내고, 분석을 피하고,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119. 자신의 글을 평가하자
문장의 다양한 종류, 특히 길이를 점검하라. 긴 문장들이 계속되면 짧게 자르고 짧은 문장들이 계속되면 적당히 붙여 전반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한다. 가급적 짧은 문장이 좋다. 그러나 짧은 문장이 너무 많으면 글의 흐름을 해칠 수 있다.

127. 모든 문장에는 힘이 실린 단어들이 있다. 
문장은 높은 지점에서 시작해 아래로 쑥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강조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그 문구를 동사의 뒤로 돌리고 부사구를 앞으로 빼는 것이다. 
(보물상자 안에서 해적이 찾아낸 것은 매우 아름다운 붉은 루비 여덟 개였다.)

중력, 두려움, 어둠을 거스르는 이 오래된 발명품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힘을 가진다.

(‘재미’야 말로 모든 글쓰기의 핵심)
 작가의 첫째 의무는 재미있게 쓰는 데 있다. 독자의 재미를 생각하자.

도덕을 설교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며 몸을 흔들고 춤을 추면 사람들이 몰린다. -디오게네스

당신의 둘째 임무는 가르치는 데 있다. 그렇다, ‘설교’다. 다만 그 설교는 따분하지 않아야 한다.

134. 휘파람을 불고 춤을 춘다는 생각으로 출발하자. 독자들은 설명이나 추상적 철학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당신의 글을 큰 소리로 읽어보자. “마음을 매혹시키는 글이 귀를 매혹시킨다.” ㅡJ.마츠

(이야기에 속도감 주기)
이야기는 상세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 필요가 있다. 원고의 분량이 아무리 길다 해도 글은 간결하고 빠른 템포를 유지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배경에 자연스러운 인물들이 연출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알 수 잇다. 규모가 작은 덕분에 간결하고 직접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가계도’를 보라. 이야기가 커질수록 글은 작아진다. 아무리 온갖 해석이 주렁주렁 달려도 성서의 글은 명확하고 읽기 쉽다.

(말하기 기술이 곧 글쓰기 기술)
궁극적인 테스트는 읽는다는 발상에서 더 나아가 공연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 당신이 1인극의 화자라고 가정하고, 관객을 무대에 올리는 연극으로 끌어들인다고 상상하라. 친구나 직장 동료들을 모아놓고 당신의 글을 낭송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초고를 찬찬히 읽고 가장 흥미로운 문장을 찾아내라. 그것이 첫 쪽에 있지 않다면 곤란하다. 그 앞의 부분을 잘라내고 흥미로운 문장부터 시작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보라.

(묘사, 서술, 설명, 대화를 적절히 배합하라)
묘사=이미지(사물)
서술=행위(운동)
설명=생각(이유)

서술의 흐름을 중지하고 물리적 세부를 관찰할 때 작가는 묘사를 사용하는데, 이는 영화의 스톱모션과 마찬가지다. 위의 장면은 오아후 섬의 우편엽서를 보는 듯하다. 
행위가 재개되고 영화가 다시 상영되면 우리는 서술로 돌아간다. 이때 지배적인 단어들은 동사다.

서술에서는 시간이 연관된다. 시작, 중간, 끝이 순서대로 서술된다. 동사가 이 과정을 이끈다.
서술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서술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설명, 즉 생각의 언어로 표현된다.

(발견의 과정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사실이 다음 사실로 이어진다. 마치 사냥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무엇을 사냥하려는 걸까? 이 기묘한 자취는 어디로 향할까? 이것이 바로 발견의 과정이다.
 모든 미스터리는 후속 단서들이 이어지면서 풀린다. 그 과정을 흥미롭게 꾸며야만 독자가 당신의 글을 계속 읽어 나가게 된다.

192. 배경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상상의 여지를 남기면 안 된다. 배경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사람은 게으른 작가다.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묘사하라. 하지만 서술이 허용하는 속도 내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써야 한다.
 말로써 그림을 그린다는 기분을 가져라. 오직 말만 써서 아름답고 찬란하고 명확한 풍경을 표현하라. 독자는 늘 현실을 벗어나려 하지만 작가는 배경을 현실세계에 가깝게 묘사해야 한다.

(나선형 묘사의 두 가지 활용법)
묘사를 해야 할 때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호기심의 경향을 모방하려 노력하라.

앞의 묘사는 가까이, 더 가까이, 가장 가까이이고 뒤의 묘사는 멀리, 더 멀리, 가장 멀리다.
 묘사의 경로를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설정하고, 세부를 점차 정교하게 묘사해보자.

묘사적 글쓰기의 두 가지 주요한 범주는 카탈로그와 스케치다. 이건 실천하기가 매우 쉽다. 약간만 공들여 만들면 열배의 보상이 올 것이다.

카탈로그는 세부 사항들을 열거한 목록이다.
스케치는 풍경도 될 수 있고 건축물이나 야생의 생물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케치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이다. 인물을 이야기 안에 끌어들일 때는 인물 스케치를 하는 게 보통이다. 즉 인물의 외양에 관해 간략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미지의 활용)
철학과 추상화도 선물로 포장되고 판매될 수 있다. 생각은 실체가 아니므로(생각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묘사하는 문장 옆에는 설명하는 문장을 배치해야 한다.
ex)… 주변의 모래는 온통 독을 품은 용의 피로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용은 아직 살아 있었다. 용은 생명력이 워낙 강한 생물이라 마법사의 힘으로나 처치할 수 있다. 용의 녹황색 눈이 보였다.

추론, 발상, 생각. 이런 건조한 내용을 어디에 담을까? 바로 이미지들 사이다.

중요한 것은 사물에 관한 관념이 아니라 사물 자체다.
ㅡ 윌리스 스티븐스

212. 이야기 속의 인물이 주제를 설교하게 할 수도 있지만, 권위적인 목소리-저자의 목소리-가 드러나서는 안 된다. 어떤 내용이든 설교는 뒷전으로 물리고 이야기와 플롯이 앞에 나서야 한다.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우면 독자는 결국 “이런 일이 왜 일어났지?”하고 묻게 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주제에 관심을 돌리고, 주제의 교훈을 배울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213. 소설은 논문이나 도덕적 희곡처럼 교훈적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순수한’ 예술 작품이라 해도 그 안에는 여러가지 암묵적인 방식으로 삶의 철학이 들어 있어야 한다. 좋은 소설은 궁극적으로 즐거움을 지향한다. 무엇을 가르치거나 계몽하려 한다 해도 최선의 방법은 독자를 매혹시키는 것이다. ㅡ앤더니 버제스

214. 글은 바로 갈등의 기록이다. 글은 갈등으로 시작하고 끝나며, 갈등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강조하고, 갈등에서 생명을 얻는다.

이 여행을 하려면 당신은 심신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헤밍웨이, 딜런 토머스, F. 스콧 피츠제럴드처럼 주정뱅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삶의 어두운 면을 잘 알았고 그것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222. 대개의 경우 당신의 어휘는 중학생 정도가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문장은 짧고, 장면은 낯익어야 한다. 독자가 당신의 글에서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라.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알지만 미처 말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 인지하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

예술은 예술가의 형이상학적 가치 판단에 의거해 현실을 선택적으로 재창조한 결과다. ㅡ 에인 랜드, 낭만주의 선언

248. 셰익스피어는 그라운들링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 
 당신도 그런 독자층을 만들어야 한다. 단지 당신 자신과 친구들의 범위를 넘어 더 높고 더 낮은 계층을 지향하라. 더 보편적인 독자를 과녁으로 삼아라.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저자
린다 스펜스 지음
출판사
고즈윈 | 2008-01-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우리들 한 사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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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서전은 인생에 대한 것이고 인생을 위한 것이다. 살았던 시간에 대한 것이고, ‘우리’라는 존재를 만들어 준 사람과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가 사랑한 사람과, 우리를 흥분하고 감동하게 만들고 또 힘들게 했던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이다. 크게 웃었던 때와 눈물 흘렸던 순간도 여기에 담겨 있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삶에 진정한 생명을 불어넣어 준 장소는 어디인가?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한 순간은 언제인가?

(…) 비록 삶의 모든 여정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나이 들지 않았을지라도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은, 사람과 인생에 대해 반추해 보고 깊이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을 두고 당신의 삶을 이야기해 보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과 내일 ‘함께’한 모든 것에 감사하자.

15. 글쓰기의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왜 쓰는가’와 ‘왜 망설이는가’ 부분을 큰 소리로 읽어 보도록 한다. 그런 다음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써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면서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가장 흥미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얼마 후에는 과거의 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혼자 묵상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침묵은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고 끄집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 ‘아무도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게 뻔해. 다른 사람들은 나의 관심사나 경험을 지루하게 느낄 거야.’라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시간을 지나왔는지 하는 것들은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임을 기억하라.

21. “이건 내 이야기다. 그리고 이걸 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뿐이다!”

35. 당신의 독자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사실뿐 아니라 그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궁금해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36. (본격적인 글쓰기) 바로 앞에 독자를 앉혀 두고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글을 쓰라. 당신만의 언어가 진실한 이야기를 만든다. 당신의 자서전을 읽는 이들 중에는 당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글이 당신과 나누는 유일한 대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46. “제가 아이이기 때문에 쫗은 점이 뭔지 아세요? 지금은 재미없고 신나게 매달릴 일이 없다고 해도 곧 기분 좋아질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안다는 거예요. 이제 곧 저는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앞으로 가기만 하고 방향을 바꾸는 건 못하지만요. 이번 여름에는 수영도 할 거예요. 물속에서 눈을 뜨고 말이에요. 사실 지난여름에는 좀 무서웠어요. 그래서 지금 욕조에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다른 것들도 물론 많아요. 하지만 지금은 자전거하고 수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47. 모든 인생은 일어났던 사건이나 무대에 관계없이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누군가 자신의 경험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지나치게 꾸미는 일 없이 기록한다면 다른 이들과 충분히 나눌 수 있다.
ㅡ 아이리스 오리고

48. 아마도 내가 아주 어릴 때였던 것 같은데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기억 하나가 있다. 
나는 나무 그늘 아래 유모차에 누워 있다. 맑지만 더운 여름날에 하늘은 푸르고 나뭇잎을 물들인 황금빛 태양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유모차의 덮개가 들린다. 나는 그날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막 눈을 뜬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행복감에 젖어 든다. 나뭇잎과 무성한 숲 사이로 빛나고 있는 태양을 마주 본다. 모든 것이 멋지고 아름다운 빛깔로 빝나고 있다.
카를 융



지식 e Season 7

저자
EBS 지식채널 e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2-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당신이 두 팔로 세상을 걸어가든당신이 두 발로 세상을 걸어가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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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자신이 행한 일과 자신의 책임을 연결짓지 못한 채 선량하게 웃고 있던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이끌어낸 한나 아렌트는, 나치는 특별히 사악하고 남다른 악마성을 지닌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낱 필부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파시즘의 광기든, 감옥실험의 권력이든, 전기충격기 스위치든 이나간에게 악을 행하게 하는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생각하는 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말한다. “아이히만으로 하여금 당대의 엄청난 범죄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이 아니라) ‘순전히 생각없음thoughtlessness’이다.”

129. “교육이 특별히 뛰어난 몇 사람을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격을 길러주어야 한다.” 무위당 장일순, 생명운동가

139. “가난이 태어날 때부터 인생을 규정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의로운가. 가난이 ‘개인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과연 교육적인가.”
- 박경현,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소장

151.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은 영리병원이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응급실 같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거라며 일명 ‘뱀파이어 효과’에 주목한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라는 본질이 전도되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영리병원의 높은 비용이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병원들의 의료비를 덩달아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대 의과대학 박형근 교수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경쟁력 있는 의사를 영입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 산업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줄수록 가격이 오른다.”고 지적했다.

206. 한국 대학재정 구성
등록금 65.2%
국고보조금, 법인전입금, 기부금 34.8%

미국 대학재정 구성
등록금 26.0%
국고보조금, 법인전입금, 기부금 74.0%

등록금 의존도 세계 1위, 한국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는 교육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지, 그 나라의 교육 철학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체르노빌의 목소리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출판사
새잎 | 2011-06-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 첫 번째 수업은 체르노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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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람은 자신만 구하고 나머지는 다 배반했다. 사람이 떠난 후에 군인이나 사냥꾼들이 마을로 와 동물들을 총살했다. 그럼에도 개와 고양이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워 뛰어나왔다. 말들도 그랬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동물은, 새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은가? 더 무서운 것은 짐승들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전의 러시아 원주민들은 양식을 위해 죽여야만 했던 동물과 새에게 용서를 빌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동물들이 사람을 상대로 고소할 권리도 가졌다. 피라미드에 보관됐던 파피루스에는 “황소는 N.을 상대로 아무런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라는 글이 발견됐다. 이집트인들은 저승으로 떠나기 전에 다음과 같은 기도를 했다. “나는 그 어떠한 창조물에도 폐를 끼치지 않았다. 나는 동물에게서 곡물도, 풀도 빼앗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경험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다른 존재’의 세상으로 눈을 돌리도록 이바지했는가?

19. 두 개의 재난이 겹쳤다. 첫 번째 재난은 사회주의의 몰락이었다. 우리 눈앞에서 소련이 붕괴하면서 거대한 사회주의 선박이 침몰했다. 또 다른 재난은 체르노빌이라는 우주적 재앙이었다. 두 개의 세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은 그나마 더 가깝고 이해할 만했다. 사람들은 생계에 대해 고민했다. 돈은 어떻게 모으고,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믿어야 하나? 어떤 깃발 아래 서야 하나? 아니면 자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나? 자신을 위해 사는 삶은 우리에게 낯설었고 할 줄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그 걱정을 했다. 한편 체르노빌에 대해서는 잊고 싶어했다. 사람들의 의식이 체르노빌 앞에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의식의 재난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우리 가치관의 세상이 폭발했다. 만약 우리가 체르노빌을 이기거나 다 이해했더라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책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우리의 의식은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현실은 사람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스쳐지나가기만 한다.
 그렇다. 현실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아직도 우리는 ‘멀다 - 가깝다’ 또는 ‘우리 - 남’과 같은 말을 쓴다. 하지만 체르노빌 구름이 나흘 만에 아프리카와 중국에 도착했는데, 체르노빌이 발생한 후에 멀고 가까운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알고 보니 지구는 정말 작은 것이었다. 콜럼버스 시대의 지구가 아니다. 그런 끝 없는 세상이 아니다. 공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이제 바뀌었다. 우리는 지금 파멸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100년 동안 사람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우리 땅에 정착한 방사성 핵종의 수명 앞에서는 보잘것없을 정도로 짧다. 그들 중 대다수가 수천 년씩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멀리는 내다볼 줄도 모른다! 그들 앞에 서면 시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체르노빌이다. 체르노빌의 흔적이다. 그런 일이 과거와 환상, 지식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는 나약한 것이고, 지식 중에는 우리의 무지에 대한 지식만이 살아남았다. 

20.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떠한 사건이 역사가 되려면 최소한 50년은 걸린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직도 자취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구역, 떨어진 세계……. 다른 모든 세상과 구별되는 곳이다. 이곳은 원래 몽상가들이 상상한 곳이었지만 현실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는 이제 체호프의 영웅처럼 100년 후면 사람이 아름다워질 것이라던가 삶이 아름다워지리라고 믿을 수는 없다. 그러한 미래를 우리는 잃어버렸다. 100년 사이에 스탈린의 굴라크오 아우슈비츠가 세워졌다. 체르노빌이 폭발했다. 그리고 뉴욕의 9월이 발생했다. 
 운명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나는 운명을 보존하면서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 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체르노빌에서는 ‘모든 것 후’의 삶이 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 없는 물건, 사람 없는 풍경……. 목적지 없는 길, 목적지 없는 전선……. 또 생각해보면 이것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가끔 내가 미래를 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69. 증언하고 싶다. 내 딸은 체르노빌 때문에 죽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침묵하기를 원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다고, 정보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백 년 더 기다려야 한단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나는 못 기다린다.
 적어두었으면 한다. 당신들이라도 적어두었으면……. 내 딸의 이름은 카탸였다. 카튜센카……. 일곱 살에 사망했다.

80. “성호도 긋고, 기도도 해. 주여! 경찰이 두 번이나 와서 난로를 부수뜨려 트럭에 싣고 갔어. 나는 도로 갖고 오고! 집에 올 수만 있도록 해준다면 사람들이 좋아서 기어서라도 갈 텐데. 그들이 우리 슬픔을 온 세상에 퍼뜨렸어. 죽은 사람만 돌아올 수 있지. 묻으려고 데리고 오더라. 산 사람들은 밤에 왔어. 숲을 건너 왔어.” 

81. “사람들이 많이 와. 우리에 대해서 영화도 찍었는데 우리는 평생 그 영화를 못 보겠지. 텔레비전도, 전기도 없으니까. 볼거리라고는 창 밖 풍경뿐이야. 물론, 기도도 하지. 한 때는 신 대신 공산당원이었는데, 이제는 신만 남았어.”

87. 다들 똑똑했더라면 왜 바보짓을 했겠어? 불이 났다는데, 그러라지. 불은 일시적인 거니까 그걸로는 아무도 겁먹지 않았어. 핵이 뭔지 몰랐어. 맹세코 진실이야!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소 바로 옆에 살았어. 거리상으로는 30킬로미터, 고속도로로 가면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어. 다들 매우 만족해하면서 살았어. 표를 끊어서 거기까지 다녀오곤 했어. 거기에는 모스크바 물건을 팔았거든. 소시지도 저렴했고 상점에는 항상 고기를 팔았어. 종류도 많았어. 좋은 시절이었어!
 이제는 두려움뿐이야. 개구리와 하루살이만 남고 사람은 없어질 거라 했어. 사람 없는 세상일 거라고 했어. 과장된 동화를 퍼뜨려. 그런 걸 좋아하면 바보지! 하지만, 거짓뿐인 이야기는 없어. 벌써 오래된 노래지.

118. 5월 9일 승전기념일에 장군이 왔다. 우리를 대열로 세우고는 축하인사를 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용기를 내 물었다. “방사선 쉬를 숨기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얼마나 노출되어 있습니까?” 대단한 용기였다. 장군이 떠난 후에 지휘관이 그를 불러 뺨을 때렸다. “도발하는 거야? 소란을 일으키는 놈아!” 며칠 후 방독면을 나눠줬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방사선 측정기를 두 번 보여줬지만, 아무도 만져보지 못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이틀간 휴가가 주어졌다.
 (…) 제대하기 전 KGB 요원이 모두를 소집해서 본 것에 대해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체르노빌에서는 정반대였다. 집에 가면, 바로 그때 죽는다.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129. 나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 자체는…….
 하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모른다. 친구가 죽을 때 몸이 부어올라 드럼통처럼 커졌다. 옆집 사람, 그도 거기 있었다. 크레인을 운전했다. 그는 숯처럼 까매지고 어린아이처럼 야위어갔다. 나는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평범하게 죽고 싶다. 체르노빌 식 죽음이 아닌 평범한 죽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내 몸 상태로는 오래 못 산다. 그 순간을 알아서 이마에 총알을 박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도 갔다 왔다. 거기서는 총알로 죽기가 더 쉬웠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자원해서 갔다. 체르노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서서 갔다. 프리퍄티 시에서 일했다. 이 도시는 국경에서나 볼 것 같은 뾰족한 철조망으로 두 겹 둘려 있었다. 깔끔한 고층 건물과 거리가 두꺼운 먼지로 덮인 것을 봤다. 나무는 잘려 있었다. 공상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명령을 실행했다. 도시를 ‘세탁’하고 오염된 흙을 20센티미터 정도 파낸 후 깨끗한 모래로 덮는 것이었다. 쉬는 날은 없었다. 전쟁 같았다.

137. 아직은 모르지만, (기형아인 내 딸도) 언젠가 물어볼 것이다. “왜 나는 사람들이랑 달라요?” “왜 나는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요?” “왜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왜 모두한테, 나비, 새한테도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는 안 일어나요?” 나는……. 나는 증명해야만 했다. 딸이……. 나는 증명 서류를 받고 싶었다. 딸이 자라서 이 사실을 알도록. 바로 나와 내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또 울음을 참는다) 4년을 싸웠다. 의사들과, 공무원들과 싸웠다. 높은 사람들과 면담도 했다. 힘들게 노력했다. 4년 만에 딸이 앓는 무서운 병이 전리 방사선, 저준위 방사선과 관련이 있음을 확증하는 진단서를 받아냈다. 나는 4년 동안 거절당했고, 그들은 내 딸이 소아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아 장애라니? 내 딸이 앓는 장애는 체르노빌 장애다.

140. 내 기억으로, 사고 후 며칠 사이 방사능,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게다가 뢴트겐에 대한 책까지 도서관에서 다 사라졌다. 불안감이 조성되는 걸 막기 위한 상부의 명령이라는 소문이 곁들여졌다. 바로 우리의 안녕을 위한 조치라는……. 체르노빌 사고가 파푸아 섬에서 일어났더라면 파푸아 사람을 제외한 전 세계가 놀랐을 거라는 농담도 생겼다. 건강과 관련한 권고는 전혀 없었다. 정보도 없었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요오드화칼륨 알약을 구해왔다. 이 약 한주먹을 입에 털어 넣고 알코올 한 잔으로 삼키려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그럴 때면 위세척을 하러 구급차가 달려왔다.
 첫 외국 기자들이 왔다. 첫 촬영팀도 왔다. 그들은 플라스틱 멜빵 바지에 헬멧을 쓰고 발에는 고무 덧신을, 손에는 고무장갑을 꼈으며, 카메라까지 특수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왔다. 한편 그들을 수행한 우리 통역사 아가씨는 여름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사람들은 인쇄된 글이라면 무조건 믿었지만, 사실 아무도 진실을 찍어내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감추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었다.

141. 왜 체르노빌에 대한 글이 없을까? 우리 작가들은 아직도 전쟁과 스탈린의 수용소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책이 한두 권 있고, 더는 없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사건은 아직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문화의 트라우마다. 우리의 유일한 답변은 침묵이다. 아이들처럼 눈을 감고 생각한다. ‘꼭꼭 숨었으니까 못 찾겠지.’ 무언가 미래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 감정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리가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8. “그렇게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졌소. 원자력발전소 지도부만 감옥에 가두고는 끝이야. 그런데 솔직히 누구 탓인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소.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어쩌겠어? 하는 수밖에 무슨 실험을 했다더군. 신문을 보니 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거라고 했소. 핵폭탄 만들려고. 그래서 그렇게 터진거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왜 하필 체르노빌이야? 프랑스나 독일이 아니라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냐고."


아시아 여행을 마무리하며

여행을 떠나온지 125일.
천성이 느린 나는 늘보늘보 열매를 먹어서인지
이제야 여행을 하고있다는 느낌을 느낀다.

여행 첫날, 동해를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이전에 계획한 여행은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이었다는 게 
단박에 밝혀졌다.

돌아보면 아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진심으로 즐겁지 않았다.
“왜 이 여행을 하고 있는 거지?"
좌절과 회의,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여행이 되는게 아닐까하는,
무의미의 두려움이 계속 됐다.

울타리 밖의 세계에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울타리 안에서의 나는
울타리 밖에서 진정 무엇을 겪게 될지
알지 못했다.

생텍쥐베리는 그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다시금 태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지금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리고 바깥으로 향해있던 시선을 거둬
세상과 서서히 만나는 '나'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무엇이 여행을 떠나오게 만들었을까
어떤 결핍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을까.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어느새 잊혀졌던 답.
그건 경험이었다. 몸으로 직접 겪는 날 경험.

경험, 세상과 내가 만나는 지점.

'책을 쓴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시간이 흐른 후, 
오늘의 경험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미래의 나'를 위해 자료를 모으자.
세상과 만나고,
그 경험을 기록하자.
오늘의 나는 미래 나의 조수가 아닐까.

아시아 여행은 이곳, 터키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제 막 발아된 나와 함께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다.


터키 여행터키 어느 마을.

"한국인은 처음이야!"

동네 아저씨들이 모였다.

인도 여행 뉴델리 한국대사관

대사관으로 피서를 온 저희.
(파키스탄 비자를 받으려면 보증서가 필요합니다. 
대사관에 보증서를 물어보러 갔죠
대사관에서는 파키스탄의 치안이 불안하다며 보증서를 써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파키스탄 비자는 못 받았답니다.)

인도 여행 뉴델리 한국대사관


그리고 대사관에서 일하는 상규!
상규야 너 정말 대사관에서 일하는구나.

겸사겸사 점심도 얻어먹었습니다.
영사님께서 
청년들이 여행하느라 고생한다고
택시비와 생수 한 병 은혜를 내려주셨습죠.

인도 여행 뉴델리 한국대사관

너를 인도에서 만나다니.

주한인도대사관 인턴으로 뉴델리에 있는
구운초등학교 동창 (잘 생긴)상규!

어쩌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이곳
인도로 오지않았을까는 너무 뻔한 거짓말.

반가웠다!
밥'사줘서' 고마워,
툭툭비 '내줘서' 고마워
너는 진짜 사나이구나.
건강히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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