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팔찌. 일본인 친구가 태국에서 선물로 주었죠.



와우를 구독해주신 분들께]
안녕하세요. 동호입니다.

지난 주, 1년 조금 넘게 차고 다니던 팔찌가 끊어졌습니다. 드디어 말이죠! 소원팔찌라는 이름의 팔찌였습니다. 그 팔찌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소원을 빌고 팔찌를 찬다. 팔찌가 끊어지는 순간, 소원이 이루어진다. 뭐 이런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였죠.

 그러고 보니 풋풋한 콧물이 흐르던 시절, 감명 깊게 본 만화가 떠오르네요. <드래곤 볼>이라는 만화인데요. 이 만화속 세상에는 '드래곤 볼'이라는 구슬이 있었습니다.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으면 용이 나타나 딱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었죠. 나중에는 이 7개 구슬을 모으는데 한 페이지도 걸리지 않게 되지만, 처음에는 이 구슬들을 모으기 위해 주인공들은 몇 권에 걸쳐 길고 긴 모험을 해야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모험해야 할만큼의 한가지 소원, 무엇이 있을까요?

 선물로 받은 팔찌니 차기는 찬다만, 이거... 그냥 길에서 파는 1달러짜리 끈 나부랭이잖아?! 그렇습니다. 이 나부랭이 팔찌에게 ‘드래곤 볼'과 같은 신비로운 힘이 담겨있다고 믿을만큼 저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팔찌를 차던 날, 저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브라카타브라!!)

 이런 장치를 마음의 닻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길을 잃었을 때 여기를 보라고 정해놓는 마음의 점.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게 말해주는 마음의 닻. 이런 장치를 통해 우리는 더 빨리 방향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엔 소원을 이룬(혹은 얻은) 자신을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됐고, 그래서 무슨 소원 빌었는데?” 친구들은 물었습니다. 저는 웃음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제 감성을 짓밟은 친구가 재수 없었거든요. 라기보다는, 소원을 말하면 재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랬던 팔찌가 드디어 끊어진 것입니다.

*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우선 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쳇. 그렇지만 이제는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소원을, 팔찌를 차던 날 빌었던 소원을 밝혀도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의 동반자(여자)를 만나게 해줘요!”
...

 1년이 지난 오늘, 소원을 구체적으로 말했어야 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만나게 해줘요’...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요... 지난 1년… 동반자가 될 사람을 만났을 수도, 못만났을 수도 있습니다.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이 사람인가 하고 살다가 죽을 때 침대에 누워서야 ‘이런 시부럴! 역시 사기였잖아!’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

어쨌든 팔찌는 끊어졌습니다. 허전한 손목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했던 건 소원이 이루어지느냐 안이루어지느냐가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 마음의 덫 1 - 가정

 사실 소원팔찌가 끊어지고 처음으로 느낀건 ‘해방감’이었습니다. 무슨 미스타 손 헬멧 벗는 소리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원팔찌가 제게 있어 마음의 닻이 아닌 마음의 덫이 되었었구나, 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말, 독일에 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무엇을 경험할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거침없이 말하지만 사실 때때로 불안합니다. 지난 배낭여행을 다니던 시간 70%가 고독이었고, 그 고독을 다시 겪을지 모른다는 ‘기우’가 저를 엄습합니다. 그날들을 생각하니 눈에서 또 땀이 나네요. 네, 쫄았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소원팔찌는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정착해서 뿌리를 내려야 되지 않겠냐. 짝을 만나 삶을 나누고, 추억을 만들고, 따로 또 같이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되가는 걸 돕는. 그런 가정을 이루고 싶지 않냐. 가정을 이룬다는 것. 어쩌면 이건 제 Y염색체로부터 나오는 깊은 닻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 마음의 덫 2 - 소속감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 땅에 속박되었지만 또 한편으론 땅에서 평안을 느끼도록 운명지어진 게 인간이란 존재일 것입니다. 2013년 분갈이를 하는 마음으로 군대를 나왔습니다. 뿌리를 뽑힌 후에야 배운게 있습니다. 소속감이라는 땅이 있을 때 인간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요. 아직 뿌리 내린 땅 없이 시간은 지나고 있습니다. 똑딱똑딱. 때때로 바스러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이대로 영원히 뿌리 내릴 곳을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는 불안에 덮일 때도 있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 살이 계속 빠지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먹는 양을 늘려보았지만 체중은 무심하게 계속 줄었습니다. 독일에 가지 말아야할 이유, 508가지하고도 3가지 이유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999번째 이유에서 넘어질 수도 있고, 독일에서도 장애물들은 끝없이 나타날 것입니다. 장애물은 다른 곳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제 마음에 있는 것이니까요.

미국의 사상가 R.W. 에머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참다운 낭만이라 하겠다.
용감하게 그 낭만을 살 때
그것은 어느 소설보다도 깊은 즐거움을 창출한다.

28살, 아직 제 삶에 어떠한 확신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언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언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를 꿈꾸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 다시 World of Wonder, WOW!

세상의 경이로움, 영제와 제가 지난 여행을 통해 보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세상 속에 경이로움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이로운 것이 세상이었습니다. 서 있는 곳마다 자기 삶의 주인일 수 있다면, 가는 곳 모든 것이 참될테니까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와우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나눠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끝내고 여기서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설레임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

p.s. 독신 전향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충남 홍성 코스모스

코스모스 꽃잎은 왜 8장일까.

아직 세상엔 모르는 게 정말 많습니다.




여치 아파트 베란다


여름 밤은 창밖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참좋다.
개굴개굴
귀뚤귀뚤
찌르르르르
겨울의 소리와 달리 여름의 소리는
메마르지 않아서 좋다.

얼마 전, 
특히 생생하고 우렁차게 들리는 풀벌레 소리.
마치 창문 바로 밖에서 들리는 것 같은 걸
앗, 저희집은 23층인뎁쇼?

오늘 베란다에서 내 지난 여름밤들을
청명하게 울려준 친구와 만났다.

엄마는 이 친구의 존재를 이미 알고 계셨다.
“어머나, 이렇게 컸네."
한 달을 우리집에서 지냈다.
“뭘 먹고 이렇게 컸을까.”
엄마의 베란다 정원에서 살았는가봉가.
집밖으로 내보내주었다.
너도 짝을 만나러 태어났을 텐데
넓은 곳에서 살려므나. 

그래, 짝은 어딘가 있을거야...
있을거야...
그래…
어, 왜 눈에서 땀이

여름 풀벌레 소리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때론 뒤를 돌아봐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운명의 선물이지요.

영제의 허세 섞인 말투가
사실은 장난이었다는 걸,
영제의 일차적으로 보이는 단순함들이
순수함에서 나왔다는 걸,
여행이 끝난지 9개월이 되어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영제는 물과 같은 친구입니다.
자기 말로는 아는 게 없어서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제는
어느 그릇에도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제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다는 걸
이제야 고백합니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영제가 있던 그 시간들이, 지금 
뒤돌아보고서야 빛나던 시간들이라는 걸...
그 의미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스탄불 그리스 아테네 터키 배낭여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2002년 한국 월드컵 때도,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도,

월드컵은 국민들에게 언제나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 국가대표팀 파이팅!!!


* 지구촌 축제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 만큼,

국내의 문제들 또한 관심이 식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Korea National Team Fighting]


2014 Brazil World Cup!!!


In 2002 we've ranked 4th

In 2010 we've passed first round

And in 2014 i hope the Korea team to pass second round!!!


Korea Team Fighting!!!​


아프리카 브라질 월드컵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송동훈의 그랜드투어-지중해 편

저자
송동훈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1-26 출간
카테고리
여행/취미
책소개
★구 PC뷰어 및 전용 단말에서는 이용이 불가능 합니다★ 보고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하는 여행. 담백한 여행기. 미사여구가 없어 숨가쁘지 않으니 좋다.


140. 그러나 수많은 장점 중에서도 알렉산드로스를 가장 돋보이게 한 것은 역시 원대한 포부와 철저한 자기절제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불멸의 존재가 되고자 했다. 단순한 왕이 아니라 위대한 왕이기를 싸움을 좋아하는 전사가 아니라 시간의 벽을 뛰어넘는 정복자이기를 꿈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제어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가끔 분노할 때도 있었지만 그 횟수는 없었다고 해도 좋을정도로 적었고, 육체적인 쾌락에도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오로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156. 사람들은 이 기둥이 몇 차례나 불탔다고 '불탄 기둥' 혹은 '테를 두른 기둥'이라고 부른다. 그런 명칭은 무시해버리자. 이 기둥의 진짜 이름은 '콘스탄티누스 칼럼'이다. 이 도시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오늘날 이 도시는 이스탄불이라 불린다. 그리스인들이 처음 이곳에 도시를 세웠을 때는 비잔티움이었다. 그 후 로마 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콘스탄티노플로 바뀌었다.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이 붙은지는 불과(?) 56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222. 술탄 압둘메지드는 탄지마트(개혁)의 상징으로서 이 궁전(돌마바흐체)을 지었다. 그러나 이 궁전으로 인해 탄지마트는 길을 잃고 말았다. 어쩌면 이 궁전은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했던 치열한 개혁운동 탄지마트가 묻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일지도 모르겠다.



여행기] 이것도 여행이라고-

#25. 인도 네가 밉다. 나의 행운을 위해 이걸 사게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거리를 배회하는 개떼. 더위와 매연, 습기, 길가 쓰레기에서 스며나오는 악취가 엉켜있는 공기. 거리에서 먹고 자고 씻는 사람들. 캘커타에 도착한 후, 첫 느낌은 혼돈과 불쾌함이었다.


 인도에 도착한지 이틀째, 우리는 영화 <City of Joy(기쁨의 도시)>의 배경도시 캘커타에 있었고 숙소를 찾아 걸어가고 있었다. 어느 인도인 아저씨가 다가왔다. “How are you?” 나이가 50대쯤으로 보이는 인도인 A. 그는 깔끔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머리가 하얀 아저씨였다. 다른 인도 사람들에 비해 여유가 있어보이는 인상이었다. “Where are you from?” A는 아침 산책 중이라고 했다. 5분을 함께 걸었을까. 깨알 같은 이야기들을 하하하 나누었다. 갈림길에 도착했다. A는 자기 가게에 와서 인도식 밀크티인 챠이를 한잔 마시고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A를 쫓아 골목에 들어갔다. 가게가 과하게 구석에 있는 걸. 음습한 골목을 들어가는 중에 또다른 인도인 B를 만났다. 아니 이런 우연이. B는 어제 길을 걷다 만난 인도인 아저씨다. 세상은 역시 좁구만. 방금 만난 A와 어제 만난 B는 같은 가게에서 일한단다. 가게는 골목 구석진 곳에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겠나. 곰팜이만 자라날 것 같은 이곳에 도대체 어떤 손님이 이곳까지 오는거지.


 가게라는 말보다는 창고라는 말이 적당한 위치였다. A와 B가 강도는 아니겠지라는 순간, 가게 문이 열렸다. 힌두 조각들과 목걸이, 반지 같은 공예품들, 인도의 옷이 있었다. 다행히 가게였다. 영제와 나, A와 B, 그리고 새로운 인도인 C까지 다섯 사람이 들어갔다. 가게가 가득 찼다. A가 챠이를 가져온다고 나갔다. 철컥. 가게 문이 잠겼다. 


 가게에는 네 사람이 남았다. 가게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 C는 말이 별로 없었다. B는 우리한테 인도 전통 옷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괜찮은데요." B는 봐야한다고 했다.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한 벌, 두 벌, 세 벌... 몇 벌 꺼내다 멈출줄 알았는데 옷은 끝없이 나왔다. 코딱지만한 가게는 순식간에 한 문더기 옷으로 가득 찼다. 가게 어디에 그런 공간이 있던걸까. '어서 옷 입고 파티를 가야지’라고 말하는 요정의 마법을 본 느낌이다. 깡마른 뼉다구 아저씨 B가 요정이라기에는 내 동심이 파괴당하는 기분이지만, 눈 깜짝 벌어진 그 창고대방출술은 정말 마법 같았다. 그래 차라리 닌자라고 생각하자. 뼉다구 닌자 B는 도술을 부린 후 말했다. "한 번 입어보렴.” 


 "인도에서는 인도 옷이 필요해” B는 말했다. 소재가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고 빨래를 해도 금방 마른다고. 그날 입고 그날 빨면 다음날 아침에 마르니 한 벌로 거뜬하다고. 자기가 인도 옷을 팔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겠지만, 자부심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설교였다. 문득 우리는 정신을 차렸다. '아차, 분위기가 과도하게 무르익어버렸다. 더 이상 희망을 줘서는 안 된다.’ 영제와 눈짓으로 탈출을 결정했다. "이만 가봐야겠다.” 순간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가 끝난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C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B가 정적을 끊고 말했다.

"옷을 사라. 그러면 나갈 수 있다."

화가 울컥. 이것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우리는 안 살거다.” 그러자 B가 오히려 어이 없다는 듯 말했다.

"너희는 오늘 우리의 첫 손님이다. 너희가 사지 않으면 우리가 오늘 재수없다. 우리 가게의 행운을 위해 옷을 사야한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갉아먹는 소리냐. 역시 든든한 영제가 옆에서 거들었다. 

"인도 옷 사려고 했는데 사지 뭐.” 역시 든든한 영제가 거들어주었…엇.


정말 옷을 사려고 했었다는 영제와 옷을 안사면 정말 보내주지 않겠다는 B. 거래가 성립되었다. 하지만 영제는 놀라운 뻔뻔함으로 옷을 깎고 깎았다. 처음 시작한 가격이 한 벌에 8달러였다. 영제와 나, 각각 한 벌씩, 두 벌을 5달러에 샀다. 거래 후, 다시 개그콘서트 분위기로 돌아온 가게. B가 말했다. “챠이 한잔 더 마실래?”


P.S. 이날 내가 산 바지는 여성용이었다. 쉩...

이날의 사진은 여기 - http://hellowow.co.kr/240


인도 캘커타 콜카타 강도 치안인도인 B와 C, 그리고 영제



정치의 즐거움

저자
박원순, 오연호 지음
출판사
오마이북 | 2013-07-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 사회가 원하는 ‘정치의 즐거움’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5.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민들의 눈물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시민들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배우고 제가 가야 할 길을 보게 됩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좌절의 순간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훨씬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늘 어려움 속에서 시대의 화두가 나옵니다. 어떤 전쟁이나 정치적 싸움이 있을 때, 굉장히 소수이거나 불리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기는 경우가 많아요. 상황이 어렵고 절박하니까 오히려 더 힘을 내고 비상한 방법들을 생각해냈기 때문이에요. 

151. 뉴타운 문제를 고민하면서 관성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늘 하던 대로 따라가다 보니 다 같이 바닷가로 향하게 되는 격이죠. 죽는 줄도 모르고 바닷물로 뛰어들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앞으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할 때는 근본부터 깊고 길게 생각해야 합니다.

169.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처참할 정도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폐해들을 계속 축적해왔어요.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삶의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거죠. 그러니 누구나 힘들고, 그래서 힐링을 찾습니다. 그런데 힐링은 그야말로 힐링일 뿐입니다. 해결책이 아니에요. 잠깐의 위안을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대안적인 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포함해 협동조합 만들기, 사회적 기업 만들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했는데, 제가 이런 사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적 흐름을 탔다고 생각해요. 시대를 거스르는 일은 제가 아무리 하려고 해도 잘될 리가 없어요. 반대로 시대에 순응하는 일이라면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가 원하는 일이라면, 아직 다소 이르다고 해도 먼저 길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서울시가 이미 잘하고 있고 시민들이 이미 다 하고 있으면, 제가 뭐하려고 열심히 주창하겠어요? 시대가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 잘 안 되고 풀리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제 일이죠. 
마을공동체 만들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그 길로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고, 잘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외치는 거예요. "여기에 길이 있다!"

179. 서울시장으로 일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으니 이제 '공무원과 하나 되기'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생겼을 듯합니다.
// 우선 공무원의 장점을 인정해야 해요. 관료시스템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관료시스템은 안정과 안정, 매뉴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일이 틀림없이 되도록 만들고, 큰 실수를 예방하는 기본적인 장점이 있거든요. 공무원들의 엄숙한 문화가 답답할 때도 있고 그래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오랜 세월 형성된 그들만의 장점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까지 많은 개혁론자들이 실패한 이유는 공무원들을 적대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가 선거 때 이런저런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 약속을 누구와 실천하겠어요? 기본적으로 우리 공무원들입니다. 서울시 직원들을 제가 불신하고 적대적으로 여기면 공약의 실천이나 성공은 불가능해요. 

208.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즉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누군가 비전 있는 사람이 있고 그가 많은 지지자를 얻어 사회적 흐름으로 만들면 우리 사회가 그 흐름을 타고 발전해나가겠지만, '과연 될까'하는 회의론자가 많고 그들을 설득할 만한 비전과 논리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이나 과제를 바라볼 때도 그것이 품고 있는 긍정적 요소, 실현 가능한 잠재적 요소를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잘 이끌어나가면 성공하지만, 그러지 못하면 실패합니다. 필연적으로 이건 된다. 안 된다, 이렇게 예정된 것은 없다고 봅니다.

231. 인사는 만사입니다. 제대로 된 사람,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고 오면 그다음은 모두 맡깁니다. 서울시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일일이 간섭할 필요도 없고요. 아주 친하거나 정말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의 부탁이라도 인사 문제는 들어주지 않습니다. 어떤 자리가 있으면 그곳에 가장 잘 맞는 최고의 사람을 써야 하니까요. 

301. 2008년의 촛불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엄청난 불만이 용암처럼 흘러내렸죠. 하지만 그 흐름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리더들은 냉정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에너지를 일상으로 가져와 창조적이고 대안적인 에너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그냥 한 번 크게 데모하고, 시청광장이나 광화문에서 뭔가 했다는 정도로 끝난다면 너무 허망하잖아요.
모든 일이 잘되려면 일순간의 흥분보다 정교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 

311. 독자 여러분은 어떤 야심을 갖고 있습니까? 이 대담집을 읽으면서 당신만의 아름다운 야심을 가꿔보면 어떨까요? 설령 그 도전이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누군가는 그 실패의 교훈을 밑거름으로 삼아 새벽을 여는 이어달리기를 계속하겠지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아름다운 야심을 즐겁게 실천하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그날이 올 것입니다. 내일은 우리들의 오늘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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