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산장 전경​


미리 가져간 커피. 믹스와 드립백
덕분에 두 종류 커피를 먹는 호사​


이 나무. 무슨 나무인지 모르지만
푸른 잎을 여전히 드리우고 있습다.


금산입구까지 하산 1시간+ 상주까지 도보 1시간
드디어 도착한 상주 은모래해수욕장.
톳, 미역, 김이 잔뜩 널부러져 있다. ​


돌담길. 키높이로 쌓인 돌담은 새로운 정취를 준다.


유자. 있어도 안따간다. 부럽다.
빨간 감이 달린 풍경은 많이 보지만 푸른 잎새귀 속에 노란 열매가 송송 달린 풍경은 가슴이 뛴다.


남해의 겨울 논. 시금치, 마늘, 유채 이모작이 논마다 색을 다르게 한다.

남해의 겨울에는 얼음이 보이지 않다.
아직 소한이 아니라 그럴수 있지만.
일찍부터 춥고 늦게까지 추운 우리동네에 비해 ..
집들도 외부에 열린 형태로 많이 지어졌다.
'ㄴ'형 혹은 'ㄷ'형으로. 기분탓인지 넉넉해 보인다.
이곳은 천국?

겨울밤엔 오뎅탕
겨울무와 멸치육수에
큼직하게 양파를 썰어 넣어
좋아하는(집에 있는) 야채 모두 때려 넣고~
국간장 소금으로 간하면 끝!
방사능 오염이 걱정되서 생협 오뎅을 먹어요~


육수의 비밀은 양파껍질~

'요호호 > 짓다_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남해여행  (0) 2019.01.04
겨울밤엔 뜨끈 오뎅탕  (0) 2019.01.01
팔아요_믿고 먹는 유기농 밀키퀸  (0) 2018.11.25
호호에일 No. 16_스타우트(흑맥주)  (1) 2018.10.06
<영화>플라스틱 차이나  (0) 2018.10.06



가을 갈무리, 겨울의 길목에서


비바람이 친 가을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뭇잎 모두 땅에 떨어져 있다. 이 스산함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잎새>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 따듯한 날들이 떠나가고 있었다. ‘아, 마늘 심어야 하는데...’


마을 집집마다, 양지바른 곳마다 들깨며 콩대며 농산물이 서 있다. 한껏 볕을 받아 바삭한 그네들을 탈탈 털어내는 집. 그 바싹 마른 검불로 가마 불을 때는 집. 김장으로 형제들이 모여 떠들썩한 집... 지금 농촌은 가을걷이와 겨울 준비가 한창이다.


밭농사를 시작한 건 순전히 맥주 때문이다. 맥주는 보리를 발효시키는 술. 취미로 맥주를 만들어오길 두 해. 올해는 직접 보리를 심어보기로 했다. 동네 형에게 밭 한쪽을 빌렸다. 농촌진흥청에서 보급하는 겉보리 ‘혜미’도 주문. 보리는 손으로 뿌려도 된다고. 열의가 너무 셌나. 매년 직접 엿기름을 내고 엿을 만드는 동네 이모가 나를 믿고 보리를 안 심다고 하였다. 임전무퇴 배수진, 이모는 당신이 가진 보리 모두를 엿기름으로 만들었다(덜덜).


 장화를 신고 갈퀴를 들고 장엄히 보리밭으로 향했다. 보리를 뿌린 후 갈퀴로 흙을 슬슬 긁어 준다. 보리가 흙에 들어가도록. 밭을 긁는 내내 이걸로 과연 보리싹이 날는지 의구심이 돋는다. 다행히 보리싹이 났 새싹 앞에 엎드려 나는 감동한다. 참새 혀 같은 순에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나는 엿기름 이모를 떠올렸다. 안도의 한숨. 하지만 너무 오밀조밀 심었다. 서로 너무 가까우면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조상님들은 낫 놓고 기역 자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를 위해 남기신 말인가. 서리 내릴 때 거둔다고 하여 서리태(콩)였다. 아, 나는 얼마나 부지런하여 추석 전에 전부 베었을까. 그래도 비 오기 전에 거둬가매 펴가매 가을볕에 잘 말렸다. 서리가 내리니 슬슬 털어볼까.


더 추워지기 전에 마늘, 양파도 심어야 한다. 진즉에 얻어놓은 마늘을 쪼갠다. 물 빠지는 길을 내고 줄 맞춰 마늘을 심는다. 생각보다 간단한 마늘 심기. 금세 한 접을 심었다. 양파까지 내쳐 심는다. “보나 마나 알이 작을걸” 전화기 너머 아버지는 자식의 첫 농사를 호언장담했다. 강매로 보답해야겠다.


“내년 봄에는 산호랑나비가 되는 거야. (중략) 내년을 약속하는 건 좋은 거 같아. 자신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좋지 않아? 마음의 씨앗이 팟하고 터지는 듯해.”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중


절인 배추는 항아리에서 익어가고, 감은 홍시가 되고, 장롱 옆에 둔 고구마와 끝물 고추로 담근 장아찌는 긴 겨울 양식이 된다. 토란대를 꺾어 말리며 뜨끈한 육개장을 상상하고, 저 스스로 자란 결명자를 거둔다. 벌여놓은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지금 여기의 하루하루 내가 되어간다. 정원에 묻어둔 수선화, 튤립은 긴 겨울을 이겨낸 새봄의 선물이랄까나. 내년, 새로운 시간을 기대한다.


기사보기: http://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3229


토요일 오후, 마을 사람들 하나둘 공원으로 모인다. 돗자리를 펴는 사람, 테이블을 놓는 사람. 제각각 손마다 보따리가 들려있다. 떡꼬치와 어묵 같은 먹거리를 꺼내는 이들, 대파, 고추, 들기름 등등의 농산물을 꺼내는 이들, 옷장에 쌓여 있던 옷, 장난감, 천연염색 공예품을 놓는 이들까지 각양각색 좌판이 시작된다. 캐느라 허리 ‘뿌라질 뻔’ 했다는 우엉을 차로 만들어 온 이모 옆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우유에 홍차를 넣어 네팔식 밀크티를 끓인다.


백미는 메뚜기튀김. 마을 아이들이 논에 나가 직접 잡아 온 메뚜기. 오늘 장터에서 벌 돈을 미리 아이스크림으로 가불 받았다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들어간 메뚜기들이 빨개져 나온다. 평화롭게 가을을 즐기던 뚜기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살짝.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짭짤함. 꼬꼬마 친구들은 가불 받은 아이스크림 값 때문인지 메뚜기 떼처럼 몰려가 손님을 끌고(?) 온다. 그러다 아는 손님이 사면 꼬마 손들이 메뚜기 떼처럼 튀김을 휩쓸고 가 재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고....


장터가 익숙하지 않은 동네 이모들도 물건을 가져왔다. 조금씩만 갖고 나오자고 결의해놓고, 이것도 저것도 담은 보따리를 풀고 보니 한 상 가득하다. 밤조림과 꿀, 고구마말랭이, 곶감, 마늘가루 등등. 모두 집에서 직접 농사짓고 만든 물건이다. 밤조림은 겉껍질만 벗겨 설탕에 잰 보관 음식이다. 속껍질의 아린 맛을 빼야 하기 때문에 베이킹소다 물에 하루 동안 담가놓았다가 30분씩 3번 약한 불에 끓인다. 강한 불에 끓이면 밤이 허물어지기 때문에 약한 불에 끊이고, 그 후에 벌레와 털을 일일이 제거한다. 정성도 보통 정성이 아니다. 고구마말랭이는 골고루 뒤집어 가매 태양 볕에 말렸다. 소주에 떫은맛을 우려낸 월하시(감) 등등등 설명이 이어진다. 비싸지도 않고 질도 좋다. 이것이 진정 ‘홈-메이드’.


“약자들이 다시 자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 위압적으로 거대한 기술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경제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E.F.슈마허가 말했다.


이 장터는 지역 내의 물건과 서비스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장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된다. 거래는 지역 화폐‘잎’을 통해 이뤄진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 화폐의 역할이다. 이웃집 곶감을 얻어 먹는 게 미안하다면 지역 화폐로 사례를 할 수 있다. 이웃은 동네 식당에서 지역 화폐로 밥을 먹는다. 식당 주인은 지역 주민에게 농산물을 산다. 농부는 필요한 집수리를 지역 일꾼에게 맡긴다. 지역 화폐는 물건이든 노동력이든 필요한 사람에게 상품이 이동하도록 돕는다. 


어느새 막장이다. 크고 화려한 장터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풍부함을 느낀다. 풍성한 거래,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이 여유롭게 나누는 대화. 음식이든 공예품이든 직접 만드는 재미와 그런 예술성을 만나는 경험. 인간적인 만남과 서로의 노고를 존중하는 관계.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워지면 일어나는 일들이다. 더 많은 지역 장터가 생기면 좋겠다. 판매와 소비의 장이라는 경제학을 넘어, 더 많은 관계와 더 많은 즐거움이 있는 곳. 더 많은 풍요와 더 많은 상상을 누리는 곳.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진짜 홈-메이드가 있는 곳.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하는 곳 말이다.


기사보기: http://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60




탁, 데구루루, 톡.


가을의 신호를 꼽으라 한다면 밤 익는 소리를 꼽을 테다. 지붕이 꿀밤 맞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 동네 이모들과 함께 밤을 주우러 갔다. 밤 줍는다는 말에 일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냉큼 쫓아간 길, 아침 이슬 피어나는 논길을 헤쳐 집결지로 모인다. 집 뒤 밭을 지나 대나무 숲을 뚫고 가시나무를 헤쳐 도착한 밤나무 숲 아니 이곳은 밤밭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테다. 나무 위를 쳐다볼 필요도 없이 발밑에 펼쳐져 있는 밤 세상이다. 조용한 숲에는 밤 떨어지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밤송이) 까지 말고 주워” 내가 밤송이 하나 붙잡고 있는 동안 밤톨 다섯 개를 줍던 이모가 답답했나 보다. 정말 손이 빨라졌다. 땅만 쳐다보며 정신없이 밤을 줍다 보니 일행을 놓치기 일쑤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거늘, 그 시절 나무꾼은 왜 항상 정신을 빼먹어 도깨비에게 홀리는가. 저 멀리 이모들이 부르는 소리가 진정 사람의 소리인지, 툭툭, 밤의 소리인지 도깨비 소리인지 아득하다. 자연의 풍요는 사람을 홀리고도 남는다.

“예전엔 밤 줍는 사람이 많아 밤이 남아나질 않았는데….”라고 이모가 말했다. 그렇다. 밤밭이 너무나 고요하다. 밤 신세가 어찌 이렇게 됐을까. 밤이 예전만큼 귀한 음식이 못 되는 탓인가, 마을에 젊은이가 없는 탓인가, 밤 주울 여유조차 없이 사는 탓인가. 밤 많다고 철없이 좋아하던 내게도 어쩐지 이모의 말은 쓸쓸히 들린다.

“오늘날 영화는 너무 과잉되어 있습니다. 색채, 효과음, 대사, 음악, 어느 것이나 북적거립니다.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소리가 소용돌이치고 튀어나오고 진동합니다. 저희는 ‘되돌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다.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그는 평생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 등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이 있다. 이 책은 그가 다음 세대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어린이 문학 50권의 추천사고, 그가 영화를 만드는 철학을 담은 책이다.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 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이들, 때로는 중년을 위해서도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판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생 ‘판타지’를 만들어온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판타지’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덜어나가는 방향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흥청거려도 저희는 온화하고 차분한 방향으로 키를 돌릴 생각입니다. (중략) 그 방향에 우리가 찾는 새로운 판타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한 시간쯤 주운 밤이 바구니 하나 가득하다. 벌레 먹은 밤이 섞여 있어 골라내 손질한다. 껍질을 벗겨 설탕에 조리면 훌륭한 간식이 된다. 잠깐만 한다는 것이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해가 저물어있다. 톡, 톡, 가을 밤 도깨비에 홀린 것일까. 톡, 톡, 톡. 지붕 위로 밤 내리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

아침이 되면 밤은 또 거짓말처럼 내려 또 나를 부른다. 손이 근질거린다. 자연은 언제나 소박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맺는다. 거두기만 하면 되는 풍요, 도깨비방망이 같은 자연을 우리는 잊은 게 아닐까. 어리석은 건 도깨비에 또 홀리는 나무꾼이 아니라, 손 뻗으면 닿는 풍요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우리가 아닐까. 이 가을, 새로운 판타지는 시작됐으나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 밤, 가을의 새로운 판타지를 줍는다. 톡톡.

기사보기: http://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17


홀랑 까진 백미는 안 먹지만,
요맘 때 꼭 챙겨먹는 백미가 있다.

평소 현미를 먹기에 더 꿀맛인가
너님을 위해 수많은 날을 보내왔나
<밀키퀸> 
밥맛의 여왕이랄까. 
현미 조차 찰져서
현미밥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탄생한 품종이란다.
고매한 그대는 유기농으로만 자란다는 전설이.
때마다 같이 오리 잡아먹고 국수 말아먹는 
동네 형이 농사지었슈


'요호호 > 짓다_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밤엔 뜨끈 오뎅탕  (0) 2019.01.01
겨울밤 석화잔치  (0) 2018.12.31
호호에일 No. 16_스타우트(흑맥주)  (1) 2018.10.06
<영화>플라스틱 차이나  (0) 2018.10.06
잡식동물의 딜레마  (0) 2018.10.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