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 가라사대, "맛 좋다"


보리수서(書)ㅡ
지난 글에 이어 마을 보리수 따던 날의 이야기더라.

한 통, 두 통, 세 통..

어린양은 매일 아침, 해질녘에 보리수를 땄더라. 처음 취한 것은 효소로, 두번째 것도 효소를 담았더라. 항아리를 모두 채우고도 보리수 천국은 끝이 없더라(할렐루야). 더이상 항아리가 없으니 이웃이 잼 만들것을 제안하더라. 

천국 문 앞에 이르러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 천국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조용히 입 닦고 보리수만 취하리'
가정예배로 모신 주님(수제맥주) 2병을 모시고 천국에 갔더라. 
해가 떨어지던 즘이니, 천국지기는 소 밥을 챙겨주고 있더라.
"천국지기여, 내 지난 번에 말한 주님을 모시고 왔노라. 함께 주님을 맞이하길 바라노라."
그늘진 외양간 안에서도 티가 났으니, 그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더라. 
"내 소 밥만 챙겨주고 쫓아가리니 먼저 천국에 가 있으라.” 
황급해진 그의 손놀림이 사료 포대를 내팽겨치더라.

잠시의 반의 반도 못 지난 후, 천국지기가 한 여인과 함께 나오더라. 물어보진 않았으나 여인은 천국지기의 아내 같더라. 천국지기는 한 잔 받으며, 허허 헛기침을 하며 여인을 보더라. “내 곳간에 주님을 종류별로 모셔 놓았으니, 결코 주님이 부족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노라. 가정예배로 모신 주님이 궁금할뿐이라."
아무도 묻지 않은 말을, 구태여 설명하는 그의 간증에는 주님을 모시는 자들의 핍박이 느껴지더라. 
주님 한 잔을 음복한 여인, 잠시 침묵을 깨고 가로되, "내 주를 모르나, 이건 좋구나.” 
이에 왠지 천국지기 어깨 양양해지더라. 여인의 좋다는 말이 반복되었고, 장단 맞춰 한 잔을 더 따라 올리더라.

다음날, 천국지기가 다가와 이르더라.
“어린양이여, 날이 더워 다음 월요일에 마을에서 개를 잡노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ㅡ 계속)


보리수 은혜


보리수서(書)ㅡ
지난 글에 이어 마을 보리수를 따던 날의 이야기더라.

보리수 천국을 안내 받은 어린양.
한 웅큼은 바구니로, 한 웅큼은 입으로, 

양손 보리수 황홀경에 빠져있던 중에 
천국지기 은연중 다가와 이르더라.
“어린양이여, 내 새마을지도자에게 전해 듣기를,
자네가 집에서 가정예배(양조)를 드린다 하더라."

심히 놀란 어린양, 눈 동그래지더라.
'그의 코가 항상 붉고 삐뚫어져 내 그가 단순한 주(酒)의 백성인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노라.' 
마음 가다듬고 이르기를, “어르신이여, 내 눈에 그대는 미(米)곡 주님만 사랑하는듯 하여, 내 주님이 천대받을까 두려웠노라.”
이에 천국지기 웃으며 답하더라,
“어린양이여, 주를 사랑하는 이에게 주의 종류는 벽이 없노라.”
아아, 이 넓고 깊은 주량. 이이가 괜히 코가 삐뚫어진게 아니었으니, 
다음을 기약하더라.

보리수와의 만남


보리수서- 여인을 만난 어린양

요번날 옆집 뒤에 보리수 나무를 발견하였다. 
어린양 의자 가져다 낑낑대며 몰래 따고 있는데 때에
나무 주인 옆집 여인 이를 발각하였노라. (아씌..)

민망한 양 서둘러 변명을 시도 하였다. 
"내 몰래 따려던게 아니였..."
그러자 여인 성모 후광 비추며 한마디 가라사대. 
"내 보리수는 셔서 안 먹으니. 너 먹으라."
그리고는 이 동네 따끈한 복음을 주셨으니, 저 아래 건넛집 아저씨네 보리수 천국이 있으니, 아저씨 가라사대 보리수 주린자. 배불리 따가라고 하였노라. 
주섬주섬 상자 챙겨 도착한 곳에 상자로도 따고 넘치는 보리수 있었다. 아저씨 친히 나와 허허 웃으시며 어린양 안내하사. 내 준비운동 몸풀고 두손모아 공손히 보리수를 따누나. 보리수 어린양은 잼을 만들고 효소를 담그니 그 마음 충만하였고, 여인과 아저씨께 조양맛김 공양을 드렸다 하더라.


오늘 마을술집 대표 일꾼이신 금애여사께서
출타를 가셔서 빈자리를 땜하게 되었습니다.
상을 닦고 바닥을 쓸어내며 개장 준비. 
어줍잖은 치킨만 내놓기는 실례인거 같아 집에서 만든 맥주를 가져왔습니다.
금애 이모 없는 오늘. 
마른 안주와 치킨만 가능한 오늘. 
안주 하나에 수제 맥주 한병씩 드립니다.



어제에 이어 아직 호기가 지나지 않은 탓에
글을 쓰기로 한다. 농農생활에 대하여. 
첫 이야기는 닭과 나의 추억ㅡ 이름하야 사부인전
2편, 닭이 오던 날

닭장을 만들기 전, 나는 닭을 입양받는 날을 못 박았다. 그 날에 맞춰 얼기설기 닭장을 만들어갔다. 우선 닭장의 기초는 집 옆에 있는 돼지우리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시멘트 벽돌로 세워진 작은 축사였다. 누구나 알겠지만, 모든 일은 기본이 중요하다. 건축으로 치면 기초공사일테다. 아랫집 토박이 형, 오씨의 회상에 따르면 그 돼지우리는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 30년의 세월에도 멀쩡한 돼지우리라니. 세상에. 마침 그런 튼튼한 돼지축사가 어떻게 우리 집 옆에 있는거지. 아무래도 우주가 돕고 있는 기분이다. 그렇다. 나는 최대한 날로 먹기로 결심한 것이다.

돼지 우리에 대나무를 베어와 기둥을 세웠고, 주변 밭에 버려져 있던 철조망을 주워와 벽을 댔다. 지붕을 대나무를 이어붙이려 했는데, 앞서 작업에서 여유를 너무 부렸다. 시간이 부족했다. 창고에 처박혀 있는 장판을 꺼내 지붕을 올렸다. 이 닭장의 컨셉은 심플하우스. 그럴듯한 상상으로 시작했던 꿈이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 꿈이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은 정말이지... 처참했다. 넝마가 눈앞에 나타났다. 땅속에서 캐낸 철조망에는 덩쿨이 엉켜있었고, 오랜시간 창고에서 터줏대감으로 방치되어온 장판은 딱딱해 움직일 때마다 찢어졌다. 이 흉물은 어디서 온 것인가.

하지만 현실에 대한 반성도 전에 닭들이 도착했다. 네 마리 암탉, 사부인이 왔다. 쌀 포대에 보쌈 담겨서. 부인은 포대 안에서 스스럼 없이 알을 낳았다. 세상에 갓 나온 달걀. 평생을 먹어왔던 달걀인데, 그것의 온기는 새로운 것이었다. 햇살 좋은 봄날 조용한 오후였다. 영계를 지나 성계가 된 그녀들이. 병아리적 가녀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녀들이. 내게 왔다.

엉성했던 닭장보다 집사가 더 어리버리했다. 장판 지붕이 계속 문제였다. 어느 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사부인들이 온지 며칠이 안되었거늘, 어느새 나는 사부인과 어떤 알 수 없는 연결이 있는 것일까. 후다닭. 달려가본 닭장. 바람에 날려 장판 하늘이 열렸있었다. 사부인들이 개벽을 향해 날아 세상을 둘러보고 있었다. 휴. 아침, 저녁 한 자루의 풀을 뜯어다 바쳤으나 사부인들은 언제나 히딩크했다. 아임 스틸 헝그리. 닭은 기분에 따라 우는 소리가 다르다. ‘꼬~ 꼬~ 꼬~’스타카토의 포르테시모. 사부인과 이별한 오늘에도 내 귓가를 맴도는 이 소리. 허기져 한껀 짜증이 난 사부인들의 소리. 이는 내 가슴을 조그라들게 만들었다. 닭장 문도 낮은 탓에 나는 허리를 수그리며 들어가고 조아리며 물러나야 했다. 때는 이른 봄. 땅은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지라 풀이 부족했다. 인간 예초기가 되어 주변의 풀을 모조리 긁어가도, 먹을 것을 더 가져오라는 사부인들의 짜증섞인 명령은 계속 되었다. 닭이 풀도 먹지만 풀만으로 사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안 건 나중의 일이다. 조아리며 풀어놓은 풀을 몇 번 헤집더니 이것뿐이냐는 태도로 돌변하길 반복. 노예의 시작임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사부인을 들였나. 풀은 풀대로 베고, 짜증은 짜증대로 듣고, 토란이는 토란이대로 산책 시간이 짧아졌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 집사는 분연히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낸 건 ‘방사'(라 쓰고 현실도피라 읽는다)였다. 자유!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가. 열린 세상 앞에 잠깐 멈췄던 사부인들. 곧 이들의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지난 개벽은 하늘로 열렸지만, 이번 개벽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땅엔 풀이 얼마 없는 계절. 씨를 받기 위해 남겨두었던 토종배추를 향해 사부인들이 달려들었다. 맹렬히. 온통 흙빛 세상에 넓다란 봄동 잎. 오아시스로 보였을 것은 틀림없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돌아온 텃밭. 배춧잎을 뜯어먹는 사부인들의 모습을 발견. 황망히 보노라면, 닭의 먼 조상이 공룡이었기보단, 피라냐 쪽이 더 가까울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사부인이 휩쓸고 간 텃밭. 텃밭지기님의 지청구 앞에도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하, 이렇게 노비로써 여생을 보낼 수 없다. 30년을 산다는데. 하늘아래 생명 모두 평등하거늘. 동학 농민의 뜻을 이어 가겠다. 나는 분연히 전화를 걸었다.

<닭장을 구해...>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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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토란, 리마커블 독


몇 가지 좋은 시기를 맞이하여.
글을 쓰기로 하였다. 첫 글은 닭과 나의 추억. 닭에 대한 글은 탄핵날 썼다면 더 아름다웠겠으나, 나의 사부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으므로 이해바람. 
제목은 ㅡ 이름하야 사부인전
1편, 그래 닭을 키우자

월요일 아침, 부모님 집에 다녀 온 주말사이. 닭장이 고요해졌다. 닭 한 마리만 누워있었다.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다. 3마리의 부지런한 닭들이 흙을 쪼고 있어야 했다. 어서 밥을 달라고 성을 내고 있어야 했다. 사무실로 올라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정황을 그려본다. 물 한 잔, 마음을 가라앉힌다. 삽을 챙겨 뒤뜰로 가 적당한 구덩이를 판다. 무릎 정도의 깊이. 나무 뿌리가 삽을 막으려 하지만 봄의 흙은 부드럽다. 삽질을 하며 자책을 한다. 겨울이 지나면 안전할 줄 알았다고. 따뜻한 날에 습격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한다. 닭장으로 돌아와 아까와 똑같이 누워있는 닭을 천천히 꺼낸다. 갈색 깃털의 암탉.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그래서 손댈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만져보고 싶었던 녀석이었건만, ‘죽음'이 되니 꺼림칙하고 최소한의 접촉만을 계산한다. 나는 죽음을 대면하지 못한다. 들고양이, 들쥐 등의 사체. 머리로 생각하는 쿨한 ‘죽음’은 눈앞에 있는 ‘죽음’ 앞에 쿨한 과정이 아니다. 여기 어여뻤던 녀석의 죽음조차 피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최대한의 거리와 최소한의 접촉으로 아까의 구멍으로 간다. 구덩이에 넣고 파냈던 흙을 덮는다. 밟아준다 단단히. 야트막한 언덕이 생겼다.

이로써 지난 1년 동안 8마리의 닭을 묻었다. 동네 양계장에서 얻어온 4마리와 중간에 들여온 4마리. 그들을 사부인으로 기록하려 한다. 사부인이 내게 오게 된 것은, 토란이라는 개를 위해서였다. 토란. 헝클어진 털의 검은 삽살개. 긴털에 눈을 가리고 다니는 호기심 덩어리. 자기만의 이유로 짖어대고 냄새로 세상을 탐닉하는 개구쟁이. 토란이를 보살피는 이담의 말에 따르면, 새끼였던 토란이가 처음 발견된 곳은 논과 논 사이의 도랑이었다. 얕은 물곬에 빠져 이도저도 못하던 토란이에게 손을 내민건 이담이었다. 토란이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ㅡ 이런 연유로 토란이는 큰 덩치에 안 맞게 꺼진 땅을 무서워한다ㅡ 작고 귀여운 까만 봉지만했던 토란이는 계속해서 자랐다. 무럭무럭. 그리고 본견조차 예상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덩치가 되었다.

인력 4년의 토란이는 계속 사료를 먹어왔다. 쌀밥을 먹이는 요즈음에 생각해 보면, 사료를 주는 건 정말 편한 일이다. 개미가 꼬이는 것 외에 사료는 정말 편하다. 마음 바쁜 아침 시간이면 간편한 사료 생각이 절로난다. 씨리얼과 된장찌개 사이랄까. 그럼에도 쌀밥을 생각한 이유는 단순하다. 주변에 넘치는게 쌀이니까. GMO(유전자조작식품)라거나,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생명력이라거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나중의 일이다. 나 편하자고 몸에 나쁜걸 ‘알면서' 먹일 수는 없다. 

문제는 토란이의 육肉욕이었다. 나야 내 마음으로 채식을 선택한다지만, 말 못하는 토란이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혹은 내 억압의 투사) 그래, 달걀이다. 동물성 단백질 계란이다. 가정 수업을 잘 들어둔 보람이 있다. 나의 단순함은 다음 단계를 손쉽게 떠올렸다. 닭을 키우자. 단순함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때마침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닭이 풀을 먹는다니ㅡ나는 닭이 풀을 먹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ㅡ 닭의 이런 습생은, 나는 어차피 텃밭에서 김을 메야 하고, 이 김멘 풀을 닭에게 주면 된다는, 그 결과물인 달걀을 토란이가 먹는다는, 이로써 제로비용에 가까운 토란 앵겔지수를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삼각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순환고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노비가 필요했다. 그 노비는 물론 나였다. 그런 미래를 모르는 나는 모든 꿈을 현실로 만들어갔다.

ㅡ 닭이 오던 날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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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밥을 먹고 사는
내 고등학교 동기들도 함께 보면 좋겠다.

나온지 좀 된 책이지만 여전히 좋다.
하라는 대로 해온 내 순종과

'내가 정답이야'라고 내면화 해온 내 비민주성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군인으로써 가졌던 의문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달랐을까?
그곳을 지금 살아가는 친구들.
이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이 궁금하다.

작가의 따듯(겸손)한 시각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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