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명백히 구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그 부당함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결과적으로 그 부당함을 옹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66. 일반적으로 전문가라고 하면 의사나 변호사처럼 그 전문지식을 사회적으로 인증하는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또는 전문이으로서 높은 도덕률(히포크라테스 선서, 정의의 여신상을 연상해보십시오)을 요구 받는 위치에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또 전문가 집단은 대개 협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자격증으로 대표되는 전문지식, 높은 도덕률과 자율성 등은 그래서 전문가 집단의 중요한 특성들로 받아들여집니다.

69. 청와대도,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그게 언론의 본 역할입니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습니다.

73. 언론인이 ‘우리 사회’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 매몰되면 그는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닙니다. 가치의 우선순위를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 두는 사람의 정체는 ‘회사원’이기 때문입니다.

75. 길거리에서 풀빵을 찍어내는 노점상을 두고 ‘제빵사’라고 부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뉴스를 풀빵 찍듯이 찍어내는 사람을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중견 언론인들은 전문가도 아니고, 따라서 전문가적 양식도 없습니다. 전문가로서의 도덕률이나 자율성도 극히 빈약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뉴스의 값어치는 뻔한 것입니다.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게다가 편파적입니다. 따라서 뉴스를 보고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이렇게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97. ‘급등, 급락, 폭등, 폭락’ 등의 단어에는 부사나 형용사가 들어 있습니다. ‘급히 오르고’ ‘폭발적으로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부사나 형용사에는 인간의 추정과 감정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대란, 공포, 후폭풍, 도미노’등의 단어 역시 사실을 정확히 묘사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기자가 제멋대로 추정하거나 과장한 것일 뿐입니다. 때문에 기사 속 단어들의 감정, 추정, 편견 등은 떼어놓고 구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냉처랗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33. 값싼 뉴스는 과잉으로 넘쳐나고, 진짜 정보는 없는 상황, 특히 논쟁적인 주제에서 뭔가 뉴스는 많은데 정보가 없는 현대 미디어의 상황을 스탠퍼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로버트 프록토는 아그노톨로지Agnotology라는 용어로 정의했습니다.
 아그노톨로지는 ‘사회-문화적으로 공고화된 무지에 대한 탐구’라는 뜻입니다. 좀 어렵습니다. 저도 어렵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대한다고 하는데, 시민들은 그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핵심 쟁점에 관해 명확히 판단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는 이유는 언론에서 대중에게 주로 논쟁의 ‘가십거리’만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중은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지만 사실은 들은 게 없고, 아는 것 같지만 아는 게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프록토 교수에 따르면, 대중이 이렇게 ‘사회-문화적으로 공고화된 무지’의 함정에 지속적으로 빠지는 이유는 바로 특정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핵심 쟁점과 내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중은 강호순이나 김길태와 같은 특정 정치 경제 집단의 이익이 얽혀 있지 않은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내용을 듣게 되지만,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처럼 세금, 환경 등 정작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온갖 소음만 듣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특정 이익집단인 ‘소음’을 통해 교란하고 물타기한다는 것이지요. 이 소음의 대부분이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입니다.
 정부나 기업의 홍보 전문가들은 논쟁적인 사안의 진정한 사회적 문맥을 잘라버리고, 가공의 사회적 문맥을 만들어 이를 진정한 사회적 문맥이라고 선전합니다. 언론은 이들의 말을 받아쓰기만 할 뿐 제대로 질문하거나, 비판하거나 분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나 기업의 홍보 전문가들의 말은 모두 ‘등가의 가치’가 되어 전달되고 독자와 시청자는 무엇이 진실한 정보인지 구별하고 판단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가상의 현실’이 ‘현실’을 몰아내고 ‘가공의 사회적 문맥’이 진정한 사회적 문맥을 대체해버리는 것입니다.

137. 버블의 이면을 보다.
버블은 열광과 유행의 역사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가격이 오르자 원예업자들이 대거 튤립 재배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희귀 튤립의 구근 가격이 폭등하면서 튤립 구근 하나가 대저택 한 채의 가격을 웃돌 정도로 엄청난 버블이 형성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확 시기가 다가오자 튤립의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결국 튤립 가격은 최고치의 수천 분의 1로 폭락했습니다.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철도가 운송 혁명을 주도하면서 철도 산업은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투자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사람들은 철도 산업에 대해 더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철도 노선이 급증하자 수요를 초과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니 우후죽순 생겨난 철도 회사들이 수익성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1890년대 자전거의 발명과 함께 생겨난 버블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았습니다. 1920년대 미국의 라디오 산업도 똑같은 패턴의 버블을 불러왔습니다. 1960년대에는 TV가 그러했습니다. 자동차, 비행기, 개인용 컴퓨터 그리고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겪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 열풍까지…… 새로운 기술과 혁명은 사람들에게 ‘꿈’과 ‘거품’을 심어줬습니다.
 버블의 역사에서 우리는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을 발견합니다.
 첫째, 버블은 패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열광과 환희의 감정은 실체 없이 마냥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둘째, 버블은 항상 급격한 공급 초과 현상을 불러왔습니다. 공급이 초과되면 공급은 수요에 맞춰 떨어집니다. 시차는 달랐지만 버블은 항상 꺼졌습니다.
 셋째, 19세기 중반 이후 버블은 대부분 과학문명을 둘러싸고 일어났습니다. 과학과 산업문명의 시대에 접어든 대중은 과학으로 일군 기술 혁명에 굳건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과학이 새로운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열광한 대중은 눈이 멀게 되고 눈이 먼 대중은 사물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을 상실합니다. 버블 속 대중은 과학의 힘을 절대 신뢰한 비과학적 광신도들이었습니다. 과학의 시대에 주기적으로 발생한 대중의 비과학적 열광이 곧 ‘버블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이상호 기자 X파일

저자
이상호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2-07-1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삼성X파일 보도의 숨겨진 진실과 묻어두었던 기록, 시대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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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신입기자 시절, 한 선배는 내게 물었다. ‘역사의 발전을 믿느냐’고. 18년을 두고 만지작거리는 화두를 던져준 선배. 그는 떠났지만, 책을 통해 되묻는다. ‘역사의 발전을 믿지 않고 어떻게 기자를 할 수 있느냐’고. 그리고 혼잣말로 남긴다. ‘역사의 발전을 믿는 기자가 얼마나 큰 용기를 감당해야 하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30. 고발기자에게 철칙이 있다. 제보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100% 순수한 마음으로 제보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누구나 말로는 공익이나 정의감을 강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원한관계나 공명심, 심지어 개인적 이익 등 불순한 요소들이 상존한다. 보석에도 불순물이 섞여있는데 사람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원석에서 보석을 가공해내듯 기자는 제보자로부터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공익적 가치를 지닌 팩트만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보 경위’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팩트 추출을 위한 필요성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필연적으로 팩트에 굴절현상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누군가에 대한 원한 때문에 제보를 한 경우, 주관적 감정 때문에 악의적 사실관계가 보태지는 반면 선의의 사실은 누락되는 등 정보의 왜곡이 심해진다. 결국 제보에 의존한 취재의 모든 과정은 제보자의 원천 제보 내용 중 왜곡된 사안을 걸러내고 굴절된 시선을 바로 펴는 등 팩트 보정작업에 다름 아니다. 결국 취재는 제보자와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42.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기자에게 범죄 그 이상이다. 법을 어기면 감옥에 갇히고 말지만, 양심을 속이면 세상이 온통 감옥이 된다.

46. 공명심. 그가 던진 말 한마디가 담배 연기와 섞여 어지럽게 흩어진다. 단 한마디로 사람을 이렇게 움츠러들게 만드는 말이 또 있을까?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공명심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고 있는 건가? 질문이 꼬리를 물면서 단단히 무장했던 내 자의식의 밑동으로부터 허물기 시작한다. 담배 하나를 더 피워문다. 나는 왜 SBS를 고발했던 거지? 나보다 센 놈을 죽여 자신의 수컷을 과시하려는 공명심 때문이었던가? 솔직히 있었나, 없었나? 말해봐! 끝없는 질문과 대답의 알고리즘에 갇힐 것만 같다. 이럴 땐 입을 움직여 나지막이 혼잣말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 안의 이야기가 심장에 갇혀 터지지 않도록 말이다.

63. “선생님, 제가 꼭 필요할 때 쓰려고 지금껏 잘 간직해온 게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제 목숨입니다.”

79. 나는 더욱 소외되고 더욱 격리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지 않고서 어찌 남의 짐을 질 수 있겠는가. 두렵지만 그만큼 홀가분해진 몸과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왔다. 

84. 다이너마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심지의 불꽃, 그 불똥이 내 눈에 튀는 듯한 환영이 느껴졌다.

85. 그런 날이면 저녁식사가 풍성해진다. 상품권이 몇 시간 만에 후다닥 식탁 위의 찬거리로 잘게 부서져 올려진 것이었다.

87. 이번 출장은 자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수반하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향후 기자의 숙명은 자본을 경계하는 일이다. 기자의 본분은 시장을 감시하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기자가 자본으로부터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자본과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자라면 젖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본의 공세에 한번 젖게 되면 해일에 몰디브가 잠기듯 한순간에 끝난다. 자본에 젖은 기자는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상을 자임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 안에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을 넘어선 통찰과 감시를 수행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 그리고 각오한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 이를 위해 기자는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불명예와 누명…. 자본은 자기보호를 위해 그보다 더한 오명을 기자에게 씌우려 할 것이다. 두려운 가운데 형용할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나의 삶은 이번 출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분기점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대의 좌판 위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활은 시위를 떠났다. 그저 담대하게 운명의 길을 걸어가리라.

91. 바로 그 순간 나는 들었다. 미친 바람의 절규를 그건 제트터빈의 날카로운 블레이드에 갈기갈기 찢긴 바람의 살점들이 분노에 치를 떨며 내는 비명이었다. 분노가 밀어내는 반발력. 사람과 화물을 가득 실은 거대한 쇳덩이를 허공으로 띄운 것은 바로 너희들 바람의 눈물이었구나. 돌아보니 바람의 눈물 자국이 비행기의 궤적을 그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혼자만의 비밀을 갖게 된 사람처럼, 그저 나는 조용히 창밖을 응시한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100. “아닙니다. 기자생활을 시작하고 살기 위해 기사를 써본 적 없습니다. 매번 유고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살기 위한 쪽보다는 죽는 길로 왔습니다. 제 소망입니다. 우리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기사와 제 목숨을 바꾸고 싶습니다. 정말 꼭 필요할 때 몸을 던지기 위해 기자로서 깨끗하게 간직해왔습니다. 부자 친구 안 사귀고 정치인과 손잡지 않았습니다. 저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놈입니다.

153. 역사는 과반수로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거든. 20%가 지지하더라도 옳은 건 해야지.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이나 종교개혁을 주창한 사람이나 모두가 1% 미만의 지지 기반을 가지고 움직였던 사람들이야. 옳은 건 옳은 것일 뿐이니까. 그게 기자지.

159. 만일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삼성 X파일 보도는 완전히 물 건너갈 것이다. 미친놈이 쓴 기사를 누가 믿겠는가? ‘이상호는 미친놈이다.’ 삼성에게 너무도 좋은 공격의 빌미가 될 것이다. 보도를 위해 나는 미치면 안 된다. 밤새 악몽을 꿨다. 미친 나와 미치지 않으려는 내가 뒤엉켜 싸운다. 새벽녘에 결국 세상이 미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66. 그에게 사과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기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직 버틸 수 있고, 나를 위한 기도는 사치라는 내 오랜 자만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 같은 놈까지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면 정말이지 신이 필요한 사람은 얻지 못하게 될 거라는 못된 확신이 있었다. 실제 사회에서건 종교적 교리에서건, 부유한 사람이 없는 사람이나 정말 필요한 사람의 기회를 뺏는 건 정말이지 싫다. 나는 정당한 인간적 노력을 통해 이룰 것이다.

182. 그와의 선후배 관계는 이것으로 끝이다. 삼성 X파일의 보도를 막는 사령탑으로서 그는 나와 보도국을 공격하게 될 것이다. 이인용이라는 거목을 뿌리째 뽑아간 삼성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백억 대 가까운 돈을 들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돈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말 것이다!

219.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제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오직 사랑과 믿음만으로
굳게 닫힌 가슴 열어내고
벗들을 위하여 서로를 빛내며
끝까지 함께하리라.

모진 시련의 세월들이
깊은 상처로 흘러가도 변치 않으리,
우리들의 빛나는 청춘의 기상

우리 가는 이 길의 탄생을 
누구 하나 안 알아주어도
언제나 묵묵히 신념을 다 바쳐
세상을 지켜내면서

진짜 의리라는 게 무언지
참된 청춘의 삶이 무언지
몇 마디 말 아닌 우리의 삶으로
기꺼이 보여주리라.
몇 마디 말 아닌 우리의 삶으로 기꺼이 보여주리라.

(새 세대 청춘 송가 / 윤민석 글, 곡)


유럽 그리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고대 그리스 가정집의 벽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혀 가치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하고 주목하고 인식할 수 있다. 
...어떤 것에 대한 앎이 늘면 늘수록 그것에 대한 사랑도 커진다.

ㅡ파라켈수스

저희 할아버지의 6.25전쟁 참전 
이야기만해도 아득하게 느껴지는데, 
몇천 년 전에도 인류가 역사를 만들며 
살고 있었다는 걸 상상해 보는 건 제겐
안드로메다를 상상해 보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사람 사는게 다 같지라는 말처럼 
스파르타 300시대에도 맥도날드를 먹었을까요

하지만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본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저희도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갔습니다.
저와 영제는 교양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세계 10대 박물관이라는데? 오
학생 할인 된다는데? 짱
숙소 바로 옆인데? 가자.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군요.

처음으로 소문난 잔치임에도 
먹을게 있는 곳을 간 기분이였습니다.
대략 인류역사(기록)의 시작에서부터 
(중기)로마에의한 
조각/신전 파괴 전 정도까지의
수많은 유물들… 

지금은 역사라 불리우는 것들을 보며
그 당시 제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것들을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어찌보면 이름없는(남겨지지 않았으니)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담으며
돈, 혹은 뭔가 물질적 보상만을 
바랬을 수도 있겠죠.

집에서 처자식이 빵을 굶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에겐 창조의 욕구가 있는 것이군요.

부질없이 사라져 버릴텐데 
진짜 소중한 것이 아닌
없어져버릴 것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 손을 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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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새삼 왜 이런걸 느끼는걸까요.
역시 책을 많이 읽었더니 생각이 깊어졌구나
라는건 엄마 친구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선 박물관을 다니지 않아서입니다.

우리 땅에 살던 먼 선조분들께
한국 문화재청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유럽 그리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제우스 조각

밑에 가면 딱밤을 때리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북아의 세 나라 한국, 중국, 일본은
문화/역사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익숙한 동북 아시아인들은
그냥 느껴진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주치는 동북 아시아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단박에 압니다.

터키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습니다.
러시아에서 부터 아시아를 거쳐오는 동안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해온 
저는 신기하면서도 오랜만에 고국의 정취를 느낍니다.

그런데 요즘 깨닫고 있는 점은,

1) 아무도 한국말로 말을 걸지 않는다!
"Excuse me"
2) 한국말로 대답하면 심히 놀란다!!
"저.. 한국 사람인데요." / "앗..."
3) 그래서 요즘은 그냥 영어로 대답하고 있다!!!
"No problem."

그렇게 일본인인 척 했는데, 
영제가 와서 말을 거는 바람에 들통이 난 적이 있죠.
민망민망.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

As my foreigner friend's think,
We, Korean/Chinese/Japanese ppl, 
are looking very similar.

But we have a kind of sense that
can find out what is his(her) nationality.

Now, in Turkey, I meet many Korean ppl.
but nobody talks to me in Korean…

Maybe they don't have a sense. (ㅜㅜ)

터키 카파도키아하하핫




시베리아 열차의 창문을 통해 본 세상.


 러시아의 하바로프크스와 울란우데.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 위에 놓인 두 도시, 이 두 점을 잇는 시베리아 열차. 고요한 설원을 가르는 열차에서의 53시간. 객실의 얼룩진 창문을 통해 본 세상. 절반은 하늘이었고 그 밑으로 눈 쌓인 평원과 나무, 가끔 나타나는 촌락, 일몰과 일출과 적막. 화면 보호기를 보는 듯 반복되는 풍경.


 북경에서 중국의 진미라는 북경오리를 먹었다. 북경오리는 푸아그라,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라고. 우리는 큰맘 먹고 고급 음식점에 갔다. 북경에서 오리를 파는 식당은 쉽게 볼 수 있는데, 워낙 가짜가 많은 중국.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진짜 북경오리를 먹고 싶었다. 고급스럽게 장식된 인테리어, 분주해보이는 부엌, 훤칠한 종업원들. 곧 북경오리가 나왔다. 화덕에서 익힌 오리는 붉었고 윤기가 흘렀다. 하얀 조리복을 말끔하게 입은 요리사가 테이블에 와서 북경오리의 살을 발라주었다. 얇게 썰린 고기를 소스에 찍어 오이채 같은 야채와 함께 얇은 밀가루 반죽에 싸서 먹는다. 맛을 보았다. 길거리에서 파는 한 마리 6천 원 전기 통닭구이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실망 대실망. 누구냐 세계 3대 요리를 정한 놈이…


 실망으로 말하자면 인도의 타즈마할도 빠질 수 없다. 뉴델리에서 버스로 4시간. 섭씨 38도. 그날은 인도 현지인들도 기진맥진해했던, 가만있어도 땀이 맺히는 날씨였다. 우리가 타고 있는 건 에어컨 없는 로컬버스. 창문을 전부 열고 달렸다. 문도 열고 달렸다. 내 자리는 뒷문 바로 뒷자리였다. 문으로 굴러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서늘한 느낌이 냉방에 도움은 됐지만 더운 바람이 냉방에 도움이 될리 없었다. 시원함을 포기하는 게 빠른 방법이었다. 배가 고팠다. 아침 버스를 탄다고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나오느라 아침밥을 못 먹은 우리. 영제가 먹을 걸 사오겠다며 버스가 잠깐 설 때 기회를 봐서 나갔다 왔다. 봉투에 담겨온 건 메마른 비스킷 더미. 후텁한 날씨에 식중독 위험을 고려한 식단이라고는 하나, 음료수 마저 하나. 오늘은 섭씨 38도. 씹을 때마다 황사 바람이 불어오는 고비 사막이 생각나는 비스킷이었다. 이영제... 싸우자는 거냐.


어쨌든 서울만 가면 된다고 우리도 어쨌든 타즈마할에 도착했다. 저 하얀 건물이 인터넷과 텔레비전이 그렇게 보여주던 타즈마할이로구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인터넷과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것이 전부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미디어에서 보여준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과연 왕복 8시간 버스를 타고 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미디어에 낚였다.


스마트 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스마트 폰이 세상을 보여주는 작은 창문이라고 했다. 텔레비전이 그렇듯 스마트 폰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 되었다. 스마트 폰은 실로 신세계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우리는 또다시 이 창문 안에 갇힌 게 아닐까는 기분이 든다. 창문은 여전히 우리의 삶이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꽃이 피고 봄이오는 것도,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도 이 작은 창문을 통해서 알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스마트 폰을 안 보고 있는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는 시나브로 창문 속 가상 세계에 귀속되고 있는 건 아닌까.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안변하는 듯 변해갔던 시베리아의 풍경. 그 세계를 가르며 달렸던 시베리아 열차. 그 안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먼 타지에서 출장을 끝내고 돌아가던 안톤과 3시간 내내 가족사진을 보여준 이즈크 할아버지, 새벽에 승차하며 '우리 탔다해’ 떠들썩, 잊을만 하면 ‘우리 아직 있다해’ 떠들썩 존재감을 알리던 중국 상인 아저씨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내릴 때까지 기관총을 쏘듯 사정없이 수다를 나누던 러시아 아주머니들. 객실 안 세상은 때론 더해가며 때론 덜어가며 변해갔다. 


 내 손안의 작은 창문은 화려한 것들로 내 눈을 끈다. 이게 세상이라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손 얼룩으로 지저분했던 시베리아 열차의 창문. 그 창문을 통해 보았던 세상. 내가 누군지조차 모를 만큼 바쁘게 살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 않았다. 옆사람과 손잡지 못할 만큼 세상은 좁은 곳이 아니었다. 시베리아 열차의 창문은 보여주었다. 맛보고 땀흘리고 함께하며 살아갈 세상은 창문 밖이 아니라 떠들썩한 객실 안에 있다고. 우리 안에 있다고.


#시베리아 기차 여행 비디오 보기(클릭)

러시아 시베리아 기차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베트남 호치민에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거쳐 시엔립(앙코르 와트)으로 가는 버스를 한번에 예매할 수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중간에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배위에서는 우리네 뻥튀기 처럼 여러 간식들을 판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별 문제없이 통과 할 수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으니 예민한 장을 가진 분들도 걱정하지 마시라!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길, 휴게소에서 식사를 했다.

부페식이다. 원하는 반찬을 고르고 계산을 하면 된다.

사실 버스를 타는 거 외에 전혀 고생은 안했지만 

장거리 버스를 불평없이 타고 있는 허리와 엉덩이를 위해

슈퍼 호강 반찬을 먹어주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프놈펜 버스 터미널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프놈펜-시엔립 이동버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버스를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호객(툭툭, 택시)을 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먹어야 한다... 먹어야 한다... 

베트남 캄보디아 이동 버스

앗, 카메라...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중열기구가 참 멋지다!

머리띠라는 신세계...
눈을 쭈실까봐 무섭습니다.

HAIRBAND world.
I am scared of it pokes my eyes.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중여행 135일, 아직은 웃을 수 있다.

여행을 떠나온지 135일.
이제야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안다는 것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라면
여행 또한 앎의 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빈공간을 조금은 넓혔다고
제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y journey's been already for 135days.
Now I can feel I'm trav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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